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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
- 작성일
- 2018.12.21
[예스리커버] 오후도 서점 이야기
- 글쓴이
- 무라야마 사키 저
클
한때 야리야리한 몸매의 사서가 여주인공으로 나와
걸핏하면 책을 떨어뜨리거나 기침을 하다 중병에 걸리는
그런 스토리가 유행했다.
이젠 사서가 주인공인 책이나 드라마를 아예 보기가 힘들어서
왜곡된 이미지로나마 등장했던 예전을 그리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주위에 사서가 많지만 그렇게 드라마틱한 현실인물은 만난 적이 없으니
이것이 바로 이상과 현실이랄까.
서점이야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점은 인적이 드문 조용한 서점에
지적인 이미지의 서점 주인이 책을 읽다 손님을 맞이하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것이지만,
서점을 하며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처절하다.
특히 혼자 서점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손님을 만나도 도망갈 곳이 없고
화장실 한번 가려고 해도 문을 잠그고 가야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라는 제목에
낭만적 그림이 그려진 이 소설은
읽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지만 대강 스토리가 예상되는 책이었다.
이런 책을 읽고나면 앞뒤 재지 않고 서점을 하고 싶다,
책을 쓰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에 빠지기 때문에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봤지만 역시 읽고야 말았다.
처음엔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일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낡은 백화점에 입점한 서점, 긴가도 서점에는
보석같은 책을 발견해내는 능력을 가진 직원, 츠키하라 잇세이가 근무하고 있다.
그런 그가 사랑받을 책으로 선택한 것은
예전 드라마 작가였던 단 시게히코의 신간 <4월의 물고기>.
서점에 자주 책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직원들은 용의자로 한 학생을 지목했고,
어느날 그 학생이 책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한 잇세이는
도망가는 학생을 추격하다 백화점 밖에서 교통사고로 이어질뻔한 일이 발생한다.
SNS에 잇세이의 사진이 퍼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10년간 근무했던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게 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시간이 난 잇세이는
블로그 이웃이던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글을 올리지 않게 되자
직접 그를 찾아가보기로 한다.
오후도 서점의 주인은 병에 걸려 입원 중이었고,
자신의 아들을 닮은 잇세이에게
오후도 서점을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4월의 물고기>와 같은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장면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한참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일 때 그에게 슬리퍼까지 맞았던 여배우,
처음 책을 알아보고 홍보를 결심한 잇세이,
잇세이를 좋아하는 두 여자 나기사와 소노에의 라디오 홍보와 띠지, 포스터 홍보,
잇세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1층 홍보 부스를 내준 백화점.
현실에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중쇄를 찍자>에서도 본 것 같은데,
일본의 서점에는 "띠지 홍보" 라든가 "POP홍보"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새책이 나왔을 때 판촉을 위해 출판사 뿐 아니라
해당 서점 담당 직원이 개별 홍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보통 드라마나 책에서는 그들의 실력 보다는
얼마나 그 책을 사랑하느냐 하는 진심으로 만드는 것들이다.
요즘 우리나라 서점에서도 개성있는 홍보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책 판매를 위한 것이지만 내적으로 그 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어려운 일들이기도 하다.
단순한 스토리같아 보이지만
약간의 연애스토리도,
기억상실 스토리도,
또 약간의 판타지도 존재하는
"잘 읽히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시끄러운 버스 안에서도 신나게 읽었고 다 읽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다만 현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좋은 책을 발견해 팔고 싶었던 서점 직원들,
좋은 책을 쓰고 싶었던 옛 드라마 작가,
좋은 책을 읽고 소개하고 싶었던 배우,
좋은 책을 추천하고 배달했던 노 서점주인까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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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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