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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리
- 작성일
- 2020.6.26
작은 기쁨 채집 생활
- 글쓴이
- 김혜원 저
인디고(글담)
제목을 좀 오해했다.
작은 채집 기쁜 생활 뭐 이렇게 이해하고
좋아하는 물건들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보니 꼭 물건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이 좋아지는 나만의 작은 규칙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공감해보는 책이었다.
인생이 계절처럼 흐르는 줄 알았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힘든 시기를 버티면 적어도 두세 달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체로 행복하길 포기한 채로 지냈다. 나를 즐겁게 해 줄 일은 나중으로 미뤘다. 봄이 오면, 여유가 생기면 가벼운 차림으로 팔랑팔랑 맥주나 마시러 다녀야지. 나름 씩씩하게 벼르다가도 이따금 막막해졌다. 매일 버티기만 하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기력한 채로 그놈의 '때'를 한없이 기다리며 흘려보낸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다.
때를 기다리다 망한 사람 여기 추가요.
많은 사람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멋진 프사와 함께 써 두지만
내 경험상 힘든 시기는 지나가지 않았다.
항상 더 힘든 시기가 찾아왔고, 그렇지 않으면 일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시기가 와버린다.
인생은 중간이란게 없어서 모아니면 도인데
자꾸 현재를 부정하고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다보니 항상 불행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미친척 모든 것을 던져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러 간다.
때를 기다리는 자에게 때는 오지 않으니까.
밥그릇, 칫솔, 탁상 거울, 집에서만 쓰는 안경, 매일 쓰는 것이 아름다워야 일상을 긍정할 수 있게 된다. 언제까지 예쁜 카페나 근사한 숙소로, 비일상으로 도망칠 수는 없으니 일상을 가꿔야 한다.
나는 이제껏 반대로 살았다. '어디에 돈을 쓸 것인가' 갈림길에 섰을 때 사는 즉시 최대의 만족을 주는 것만 골라왔다. 질 좋은 이불을 사는 대신 하룻밤에 5만 원이 넘는 숙소로 가는 편을 택했다. 꼬질꼬질 자취방에서 이불 하나 바꿔 봐야 티도 안 날 테니까.
예쁜 물건을 욕심내서 쌓아두는 편이다.
그렇게 많이 쌓이면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준다.
그러고나선 나는 꼬질꼬질한, 버리지 못하는, 오래된 물건을 사용한다.
뭐지? 이 상황. ㅎㅎㅎ
아껴서 쓰는건 좋은데 그럼 쌓아두질 말든가.
이젠 안그러기로 했다. 제일 예쁜건 내가 쓰고 지금 써보기로.
일상이 행복하고 아름다워야한다는 말에 동감.
누군가에게 받았던 다정한 마음이 별안간 떠오를 때, 메신저 앱을 열고 '선물하기' 버튼을 누른다. 대단한 걸 보내는 건 아니고. 사과즙, 아이스크림, 손선풍기 같이 주는 나도 받는 이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귀여운 선물을 고른다.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이쪽으로 넘어온지 이제 1년 6개월이 되었다.
원래 두루두루 사람들과 친한 편이 못되던 나는
업무의 변화와 함께 "사람"에 신경쓸 시간이 더 없어졌다.
게다가 코로나. 그나마 친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 수다를 떨 기회도 줄어들다보니
정말 평일엔 일만 하고 주말엔 잠만 자는 반인반수로 산다.
그나마 책 읽는 걸로 위안을 삼지만 사실 참 외롭다.
누군가에게 받았던 다정한 마음이 그리워질 때
먼저 연락하고 먼저 말을 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못하는걸까.
앱을 열고 선물하기를 실천하는 저자의 마음이 참 예뻐보인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는데, 나의 어떤 면이 타인의 눈에 띄었으면 좋겠는지 사실은 자신도 잘 모른다.
그러나 나의 어떤 면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알아낼 것.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시해야, 어떤 언어로 표현해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해받을 수 있을지 연구할 것.
아직도 남앞에 서는 것이 서툴고 남 앞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렵다.
이건 아마 평생의 숙제일 것 같다.
남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기보다 내가 어떤 것을 드러내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것.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내 중심을 세우는 것까지만 해보자 싶다.
아껴둔 휴가, 꿍쳐두었던 비상금으로 해외여행을 가며 스트레스를 풀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이후의 삶은 어떻게 진행될까?
좀 더 작은 데서, 자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
<작은 기쁨 채집 생활>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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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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