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카테고리

박대리
- 작성일
- 2023.2.22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글쓴이
- 쓰지야마 요시오 저
돌베개
도쿄독립서점 타이틀은 서점에 관심이 생겨 한참 책을 읽을 때 알게 되었다.
대형서점에서 일하던 경력을 살려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고,
또 많은 일본독립서점들과 연대하여 활동을 하고 있어서
약간은 독립서점계의 롤모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서점이라 들었다.
타이틀의 점장, 쓰지야마 요시오가 직접 쓴 책이라고 해서
궁금한 마음 반, 아직도 운영하고 있네 싶어 반가운 마음 반으로 읽기 시작.
사실 독립서점의 경우, 혼자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그 사실이 운영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스텝을 두기에는 경영적인 문제가 생긴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러 오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특별한 서점임을 여기저기에서 강조하고 있다. "나 혼자만의 상점"은 아니라는 것.
새 책을 사들일 때는 이 사람과 이 사람은 꼭 살 것 같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얼굴을 떠올리며 권수를 결정하곤 한다. 물론 서점은 나 혼자만의 상점이 아니기에 내가 생각한 사람이 반드시 여기서 책을 사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 사람을 상상하며 들여놓은 책을 바로 그 사람에게 건넬 때는 약간의 쾌감이 있다.
사람을 겉보기로, 몇번의 만남으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같은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유대감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마 저자는 단골 고객이 사가는 책을 보면서 그의 취향을 파악했고,
책을 주문하며 특별한 손님을 떠올려 구매하곤 한단다.
물론 예측이 벗어날 때도 있고, 뜻하지 않게 다른 손님이 사가는 바람에 그분이 못 사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곳을 밝히던 거리의 불빛이나, 아른거리던 온기가 사라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온기는 다른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 그러고보면 상점은 자기 공간처럼 보여도, 결코 자기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작은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야 집으로 갈 수 있다.
반대편에 동네 빵집이 있었을 때는 어쩐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직접 만드는 빵을 파는 주인은 새 빵이 나오면 맛보라고 권하기도 하고
단골이라며 빵을 서비스로 넣어주시기도 했는데, 그만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기셨다.
이제 그곳엔 대기업 이름을 단 편의점이 생겼다.
똑같은 자리에 더 세련된 인테리어를 하고 있지만 어쩐지 자주 그 빵집이 생각난다.
서점이 사라지는 것도 그럴 것이다.
그 온기는 누가 대신할 수 없다.
"들어본 적이 없는 책이라서"하고 미지의 책에 손을 대지 않게 되면, 그 사람에게 보이는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이는 그야말로 갈수록 일상 곳곳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다. 사회가 경제나 효율을 우선시하고 거기 포함되지 않는 것을 잘라낸 결과, 사람들의 사고가 단순화되고 있다.
내 취향이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양한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 나이가 많아져 편향된 시각이 확립되어 버렸는데 책까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서다.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작은 서점 또는 중고서점을 방문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큰 서점에 가면 오히려 더 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책보다 문구나 팬시, 다른 물건들을 구경하느라 시선이 분산되고,
두번째 이유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전시되어 있는 모습이 온라인 서점 첫 페이지와 다르지 않아서인듯 하다.
작은 서점이나 중고서점에 가면 내가 몰랐던 책들이 전시되어 있어 오히려 시선이 간다.
"이런 책도 있구나"하는 신선함과 함께.
어느 서점에 (그리 많이 팔리지 않는 ) 책이 꽂혀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그 순간 나는 그 서점의 양심을 느낀다. 당장은 안 팔릴 책을 굳이 들여놓는다는 건 거기에 어떠한 마음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그런 책에서는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추구하는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말없는 의지가 느껴진다.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 고민을 잘 아는 저자는 "점주의 의지와 마음"이 들어간 책을 누구보다도 잘 발견하는 것 같다.
팔리는 책보다는 소개하고 싶은 책을 그 소중한 공간에 꽂아둔 그 마음.
그 마음을 고객들도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는 "마을에서 서점을 한다는 것은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 책장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썼나보다.
예전에 센다이 'book cafe 화성의 정원'의 마에노 구미코 씨에게서 대지진 이후에 이와나미문고로 나오는 철학서가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팔리는 책을 보며 그 생각이 들었다. 이 기회에 읽어야겠다며 700페이지에 달하는 정신의학 책을 사 간 여성도 있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생겼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비상시에 인간은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를 찾는 한편, 큰 목소리로 위협하거나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보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말을 필요로 한다. 그 여성은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적처럼 그 책을 옆에 두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책이 더 반가웠던 것은 "코로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하는 노파심 때문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입었기에 서점도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우편주문을 해주는 고객과 여전히 서점을 찾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 초기,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도, 서로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 인터넷 서점에 책 판매가 늘었고, 소위 "벽돌책"이라고 불리는 책들이 팔리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저 시간이 많아져서 책을 찾는 줄 알았는데 저자의 생각은 좀 달랐다.
전염병의 시대,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말"이 담긴 책을 찾았던 것이다.
"저 서점 책장은 빛나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통한다고 한다.
책을 사랑하는 작은 목소리를 가진 저자가 빛나는 책장을 꾸미며 살아온 이야기,
<작은 목소리, 빛나는 책장 : 도쿄 독립 서점 Title 이야기> 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13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