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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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글쓰기
글쓴이
정숙영 저
예담
평균
별점9.2 (41)
박대리

여행이 일상화되면서 여행에 대한 책도 정말 많이 출간되고 있다. 별 새로울 것 없는 여행지도 기획이 좋으면 이슈가 되기도 하고, 방송에서 다루어진 곳은 책출간과 함께 인기 여행지가 되기도 한다. 작가들의 여행기는 품격 있는 기행문이 되고, 전문가의 여행기는 새로운 사실을 아는 맛이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여행기는 그림 때문에 재미가 있다. 이 모든 여행기는 어떻게 출간되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들 입에서 “나도 책이나 써볼까”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데 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있지만 책을 써내는 사람은 극히 일부인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책을 읽고 나면 “나도 책이나 써볼까”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여행작가”라는 타이틀로 살아가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참 세상에는 쉽지 않은 일이 많은 것 같다.

 

저자는 10년차 여행작가인 정숙영.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제목만 들어봤지 내가 읽어보지 않은 여행책자를 쓰거나 펴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이 <금토일 해외여행>이다. 책 제목만 봐도 어쩐지 읽어보고 싶다. 삼일로 해외여행이 가능하단 말이지. 흠.. 끌리는데?

 

이렇게 10년차 여행작가로 살고 있는 그녀도 첫 책을 내기는 쉽지 않았단다. 그 과정을 설명한 꼭지의 제목이 “맨땅에 헤딩하다”일 정도로 그녀는 아무 것도 몰랐다.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졌지만, 그녀에게 접근해오는 출판사가 없었단다.

 

블로그에서 유명세를 얻으면 나는 은근히 한 가지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바로 여행기의 출판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인기를 얻은 콘텐츠들이 책 출간으로 이어지는 것을 PC통신 시절부터 여러 차례 지켜봤고, 어느 인기 블로거의 책 작업에 교열자로 참여한 적도 있었다. 나는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기를 원고 형태로 정리하며 출판사의 접촉을 기대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 들은 얘긴데, 당시 내 블로그를 지켜보고 있던 출판사가 몇 곳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들 이게 제대로 된 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에 그냥 지켜만 봤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유럽 여행기는 제대로 된 사진도 없었고, 글도 여행기의 ‘정석’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다. 여행 글이라는 건 원래 착하고 둥글둥글하고 감성적이며 행복에 젖어 있기 마련이건만 내 글은 거칠고 모난데다 시종일관 툴툴거리는 문체에 쌍욕도 아무렇지 않게 박혀 있으니 주저할 만도 했다.

 

섭외가 오지 않자 직접 출판사로 연락을 해봤던 그녀. 미팅은 가졌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해 첫 책은 불발된다. 여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그녀는 이후 여행사 직원, 로맨스 소설 작가, 여행웹진 기자를 거처 첫 책을 출간했다. 이후에는 “여행” 없이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된 저자. 많은 이들에게 “여행작가는 뭐하는 사람이냐”, “어떻게 하면 여행작가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고, 이 책은 그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놓는 자세한 대답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여행작가로 살아가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1. 여행작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간다.

여행업 및 여행 컨텐츠 관련 업종의 다양한 직업과 프리랜서 작가의 경계를 느슨하게 넘나들며 다양한 종류의 여행 콘텐츠도 만들고, 그 와중에 책도 내면서 자신의 직업 정체성 한 구석에 ‘여행작가’를 박아넣는 것이다. 여행 글쓰기를 본격적인 직업으로 갖고 싶지만 안정적인 수입과 신분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권한다. 여행 잡지나 여행사 등에 공채로 입사하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2. 여행작가의 타이틀로 살아간다.

돈은 다른 직업에서 번다. 굳이 여행 콘텐츠 관련 업종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수입이 좋고 사회적 명망이 높은 직업이면 좋고, 수입은 엄청 좋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자유직이라면 최고다. 평소에는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가끔씩 여행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저술 활동을 통해 수입이 생기기는 할 테니 직업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여기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이런 이들에게 여행작가 활동은 자랑스러운 타이틀이자 소중한 자기표현 수단이다.

3. 여행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간다.

누추하고 불규칙한 수입에, 안정성이라고는 약에 쓰려 해도 찾아볼 수 없으며 1년에 절반 정도는 마감 스트레스 속에 살아야 하는, 늘 부업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때로는 부업으로 번 돈까지 투자해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몹쓸 직업.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곳을 향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고, 내 의지와 열정이 가득 담긴 결과물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직업. 이 직업을 내 천직으로 택하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누가 봐도 자신을 세 번째, 여행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쪽으로 분류했음을 알 수 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은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몹쓸 직업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러나” 이후의 이유 때문에 계속 여행작가로 살아오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내가 느낀 여행을 기록하는 글을 여행 에세이라 규정했을 때, 형식에 따라 산문형식과 운문형식으로, 구성방식에 따라 순행식 구성과 병렬식 구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여행정보를 가득 담은 책자들은 내 뒤에 오는 여행자를 위한 길잡이가 된다. 사명감 없이 기분 내키는 대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행작가라는 허울좋은(?) 직업에 대한 적나라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면, 다음의 적성과 능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력과 학벌 / 젊음 / 영어 / 제2외국어 / 잡학다식 / 문장력 / 사진을 비롯한 시각적 재능 / 경제력과 경제관념 / 체력과 건강

 

벌이는 시원찮다면서 필요한 건 뭐 이렇게 많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선 첫 번째로 꼽은 학력과 학벌은 필요가 없으니 패스해도 좋단다. 감각과 체력이 살아 있다면 젊지 않아도 좋단다. 하지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작업을 위한 스킬에 포함되므로 어느 정도는 가능해야 하며, 문장력은 기본이요, 사진을 비롯한 시각적 재능은 필수란다. 뜻밖에 경제력과 경제관념이 들어 있어 의아했는데 이유가 좀 슬프다. 여행작가의 벌이는 적고 씀씀이는 커서라나. 여행작가에게 체력과 건강은 필수이자 기본이라는 것으로 자격요건은 마무리된다.

 

직업으로 택했으니 여행작가는 일거리도 있어야하고 밥벌이도 해야 한다. 그 내용은 책출간 / 해외 출간과 전자책 출간 / 매체 기고 / 교육과 강연 / 방송 출연 / 인쇄물 기획, 집필, 제작 / 디지털 콘텐츠 판매 / 여행 상품 컨설팅, 기획, 인솔 등인데, 영업비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혹시 동종 업계로 뛰어들려는 경쟁자(!)를 원천봉쇄하려고 이 책을 쓴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좀 그렇다. 요즘 출판계가 너무 어렵다보니 인기 있는 여행책자라 해도 팔리는 권수가 매우 적었다. 인세로만 생계유지가 되는 작가가 몇 안 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체를 알고 나니 여행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었다.

 

가끔 협찬을 받아 공연을 가거나 여행을 가면서 철없이 글을 올리다 질타를 받는 연예인들 덕분일까? 여행작가의 여행비용은 모두 협찬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충격적이게도 “여행작가의 여행비용”이라고 한다. 협찬을 받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여러 목적으로 지원을 받기도 하는데 조건이 좋으면 글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 그것 역시 쉽지가 않다고.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떠나게 된 당신에게 저자는 “여행의 시간을 말하는 3의 법칙”을 강조한다. 한 장소와 낯을 익히는 데 걸리는 최소의 시간에 3시간, 한 도시에 대한 낯설음이 사라지는 시간을 3일로, 한 도시, 소지역에 관한 책을 만들 때 본격 취재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30일로, 한 도시, 한 지역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여행 횟수를 3회로, 장기여행의 최장 스케줄을 3개월로 잡았다. 그러고보면 한 번 휙 하니 다녀오고 책을 쓴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 책은 그냥 참고로 삼을 일이지, 진짜 여행을 갈 때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오히려 성수기에 여행을 가기도 하고, 축제나 이벤트가 있는 날을 피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단다. 그 도시가 보이는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후, 책을 쓰기 위해 어떤 문장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책을 출판할 수 있는지, 책 쓰기의 실제까지 이 책만 가지만 여행기 한 권을 뚝딱 만들 수 있을만큼 자세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지만 “여행자의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부록으로 여행작가에 대한 Q&A도 실려 있어 말 그대로 탈탈 털어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책 출판을 위해서는 사진도 매우 중요하다며, 제법 많은 공을 들여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자신 역시 첫 책에 쓸 사진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부족했지만, 많은 노력 끝에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단다. 박초월이라는 사진가는 전문 사진가를 “천천히 걷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는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못 보는 풍경을 천천히 가다가 보는 사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보다는 사람들이 놓치고 못 보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사진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한두 가지 것들, 그것에 대한 대답이 들어 있는 책, <여행자의 글쓰기 : 베테랑 여행작가의 비밀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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