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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 작성일
- 2019.6.17
약사의 혼잣말 5
- 글쓴이
- 휴우가 나츠 저
카니발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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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마오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딱히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천민은 구정물을 먹고 시궁창 바닥 생활을 이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왕족과 맺어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요. 미모가 뛰어나고, 뭔가 특출난 실력이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이용만 당하는 말단 관리가 되거나 고관의 첩이 되는 인생이 기다릴 뿐, 동화같이 왕자와 결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현실이죠. 마오마오는 자신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진시의 찝쩍거림은 굉장히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진시는 어디서 필이 꼽혔는지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다 어느새 마음속에 들어와버린 그녀를 잡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모습에서 세상을 조금 더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고자 환관에서 동정 왕자로 변신, 시 일족의 반란은 우두머리의 딸에 의해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시스이가 진시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오마오를 납치한 덕분에 진시는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가게 되었죠. 더 이상 고자 환관이 아닌 왕자의 신분으로 군을 지휘하며 반란군 본진에 쳐들어 갔는데... 명분은 쿠데타 진압이었지만 실상은 마오마오 구출이었던 만큼 참으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까 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마오마오는 고문실에서 뱀이나 구워 먹고 있었으니 이 작품 특유의 코미디에서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군요. 사실 여기가 진시에게 있어서 분기점이자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중엔 거의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될까. 허울뿐인 환관이라는 자신의 거짓된 모습을 버리고 왕자라는 본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을까?
마오마오는 또다시 궁에서 쫓겨났습니다. 반란군 진압 때 구출한 아이들 중 하나를 맡아 기르면서 궁에 입궐한 양아버지를 대신해 약방을 운영하고 외진을 나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군요. 녹청관(기루) 할멈처럼 수전노가 되어 아이들에게도 너 먹을 것은 니가 벌어오라는 둥 상거지 중 상거지가 진찰을 받으러 왔을 때도 받을 건 다 받는 악랄함을 선사하는 게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옷 사러 가서 사기도 치고, 죽을 때 곱게 못 죽을 거라는 복선을 낳고 싶은지 자기 하고 싶은 데로 쏘다니는 게 거침이 없어요.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가 보고 싶어 진시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데요. 아니 원래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죠. 왕족이 천민을 매일같이 찾아오다니요. 옛날 고자 환관일 때라면 환관 나부랭이와 천민의 관계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들 하겠지만 지금은...
응석을 부리는 동정 왕자. 태어나서 부모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반동이랄까요. 언제나 등이 구부정하고 의욕이 없는 아버지(선대 왕)와 그런 아버지를 살갑게 보살피는 할머니(여제),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죠. 그렇게 애정결핍으로 자란 왕자는 장난감에서 애정결핍을 해소하였고 망가지기를 여러 차례, 그런 나날에서 마오마오가 눈에 띈 것이죠. 새로운 장난감, 한결같은 반응이었던 이전 장난감에 비해 이번 장난감은 자신에게 대드는 신선함을 보여 주었고, 호감이 가는 여자애에게 관심을 끌고 싶었던 악동마냥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가 진짜로 호감에 빠져 버리는 괴랄한 시추에이션으로 이어지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여자애는 그런 악동에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랄까요.
사실 마오마오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에 애(愛)가 빠져 있죠. 아버지는 자신과 어머니를 버렸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저주하기 위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망가져버렸죠. 부모의 사랑은 애초에 없었고, 하룻밤 사랑을 사는(구입) 기루(창관)에서 그녀가 느꼈을 사랑이란 무엇일까는 자명한 것. 그래서 진시의 대시는 귀찮기만 했습니다. 진시는 어긋난 애정을 갈구하며 그녀에게 기대고 있죠. 그 여파가 이번에 마오마오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에서 표현이 됩니다. 누가 보고 있든 말든, 사실 진시는 이전부터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묻는 거 같은 행동을 보이기도 했죠. 2000명이 넘는 후궁을 관리하면서도 정작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진시라는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마오마오. 여기서 한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절대 풋풋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죠.
동정 왕자는 신부 찾아 서도(서쪽 나라)로 떠납니다. 현 황제에게서 왕자가 태어나긴 했지만 진시가 환관을 그만두면서 차기 왕 후보가 되어 버렸죠. 그래서 정치적인 소임도 다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고 당연한 수순으로 지방 관리의 딸이나 다른 나라 공주와 정략결혼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당연히 마오마오도 후보에 오르죠. 정작 당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만요. 참고로 마오마오의 친아버지는 고위 관리로 현 황제도 어찌할 수 없는 괴짜라죠. 문제는 어머니가 기녀(창x)라는 것, 게다가 마오마오는 결혼 자체는 물론이고 이성을 이성으로 대하는 마음조차 결여되어 있으니 진시로써는 미치고 졸도할 노릇. 그래서 그녀의 사촌 오빠를 대동 시켜 비롯 어머니의 핏줄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 핏줄은 나무랄 데 없으니 그녀도 후보로 올리긴 올렸는데...
전쟁이 시작되는 걸까요. 황해(메뚜기 떼의 습격)가 거론되면서 식량부족에 빠진 서쪽 나라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걱정, 거기에 왕도에서 독과자 사건에 이어 지방에서 아편의 유통이 공공연하고 대량으로 이뤄지는 것에서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마오마오는 약사이죠. 그것도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배기 실력자로 전쟁이 터지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징병 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말로 이런 흐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돋았군요. 서로가 어딘가 결여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같이한 나날이 길어지면서 이것이 호감이라는 걸 알아가는 두 사람에게 내려지는 시련. 실제로 이번 서도로 향하면서 도적을 만났을 때 마오마오가 보여준 의술은 남달랐습니다.
맺으며,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는 마오마오와 진시의 사이가 제법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8권쯤 가면 동침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사촌 오빠로부터 진시의 아이를 갖는 게 어떠냐는 제의도 받았고요. 물론 마오마오는 전력으로 싫어했지만요. 얼핏보기엔 풋풋한 사랑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랑이라기보다 자기에게 부족한 면을 상대에게 갈구하는, 미래엔 파탄만이 기다리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진시의 신부를 찾기 위해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서역으로 가듯이 이들도 서도로 향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고 그러다 전쟁의 기운을 느껴가죠. 그런 상황에서 마오마오는 그 격정의 중심에 서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고요. 여전히 진시를 벌레보듯 쳐다보고, 말의 진위를 잘못 해석해서 기녀를 소개한다던지의 기행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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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