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현석장군
- 작성일
- 2021.5.27
암살자인 내 스테이터스가 용사보다도 훨씬 강한데요 2
- 글쓴이
- 아카이 마츠리 저
영상출판미디어
28명의 학생들이 이세계로 소환된다. 전형적인 레퍼토리로 마왕을 무찔러 달란다. 이세계를 동경하고, 되지도 않는 정의감에 사로잡혀 있던 아이들은 애들 장난처럼 도와주자고 설레발을 친다. 연필 깎는 칼에 배여도 죽을 만큼 아프다는걸, 보건실에 가서 붕대를 처바르는 자신들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디 소풍 가는 생각으로 들떠 있다. 주인공은 그런 아이들에게서 위화감을 느끼고 이탈을 선택한다. 하지만 소환 주체였던 왕녀가 이를 눈치채고 목숨을 위협하자 도망친 끝에 미궁 나락에 처박히는 신세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을 도와줬던 기사단장이 목숨을 잃고 그 죄까지 뒤집어써버린다. 뭔가 영화 같은 이야기 아닙니까? 어쨌거나 미궁에서 슬라임에 삼켜져 있던 엘프 왕녀 '아멜리아'를 구출한 후 그녀의 고향 마을에 입성하게 된다. 도착해보니 인간족만 생각하면 머리 아파 죽겠는데 아멜리아의 고향 엘프국(國)에서도 뭔가 개차반 같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이 해결했다.
이번 이야기는 엘프의 나라를 뒤로하고 수인국으로 넘어가 마족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출발부터 대담하게도 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도적들을 만나게 되고, 퇴치하고 보니 수인국이 관련되어 있다. 원래는 미궁에서 망가진 칼을 수리하러 수인국에 가려는 건데 보통 여느 작품에서도 그렇듯, 주인공이 가는 길은 곧 사건과도 연결된다. 그런데 시작부터 아멜리아가 노려지면 조심하거나 앞 일을 예상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짜는 게 보통 아닌가? 주인공이 잘못인가, 이런 스토리를 짜는 작가가 잘못인가. 미궁에서 '요루'라 이름 붙인 마왕 오른팔과 계약을 맺어 시종마로 들일 때부터 자신은 마족과 연루되었다는걸, 마왕이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요루의 말을 들었을 때 경계는 당연한 거 아닌가. 사실 이런 부분은 평화롭게 살아온 일본인의 위기의식 부족이나 경험 부족이라고 역설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비참함은 주인공 몫이 된다.
이쯤 오면 둘(주인공과 아멜리아)의 관계는 부부 이상이다. 영화 스피드를 보면 사건으로 만난 커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얘들은 아직 젊어서일까. 정신을 못 차린다. 아무튼 도착해서 칼 수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모으다 보니 마물들이 쳐들어오고, 아멜리아는 위기에 빠진다. 히로인 납치설이 시작된다. 90년대 롤플레잉 게임이 이렇게 시작된다. 잡혀간 왕녀나 여친 구하러 남자는 시작의 마을에서 뛰쳐나가 영웅이 되고, 용사가 되고, 개선한다. 작가는 그걸 바라나? 이와 비슷한 롤플레잉 게임으로 '루나 실버스타스토리'가 있다. 워낙 오래되어서 더 이상 구입은 불가능하겠지만(유툽에서 오프닝 곡을 들을 수 있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엘프의 나라에서부터 아멜리아를 노리는 존재가 있었고, 그 흑막이 수인국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아멜리아를 혼자 행동하게 놔둔다는 거다. 그녀를 이용해 함정을 파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멜리아는 이세계에서 모험가로서는 물론이고 그녀 자신의 능력은 출중하다. 하지만 동서고금 물량전에는 장사가 없다. 거기에 그녀보다 더 강한 마족이 나온다면 알짤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보다. 이미 요루에게서 납치 흑막이 예사롭지 않을 거라는 언질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이라는 놈은 자신의 칼을 고치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은답시고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그러다 납치당하니까 엄청 화를 낸다. 여기까지는 좋다. 평화에 찌든 일반인에게 앞 날을 예상해 전술을 짜라는 건 가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실수 혹은 실패에서 배운다 했다. 자신의 미숙함을 반성하기 보다 몰려오는 마물떼에게 폭주로 맞대응하다가 마력 고갈로 기절해버린다.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다. 그렇게 3일 동안 기절을 하고 깨어나 보니 마족 고위층이 관련돼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의 주인공으로서는 절대 무리인 상대다. 하지만 아멜리아 없는 세상은 생각도 못하는 주인공으로서는 쫓아갈 수밖에 없다.
작가의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빵점이다. 바로 앞에까진 주인공이 재료를 모으며 벌어지는 개그를 풀어 놓더니 한 장 넘기니까 상황이 지옥으로 변해 있다. 갑분싸라는 신조어가 있는데 딱 맞는 장면이 펼쳐진다. 더욱 웃긴 건 주인공의 마음이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같이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목매면서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비친다. 갈등으로서 연인을 선택할지 편찮은 엄마와 미덥지 못한 여동생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지를 선택하라는 분기점이 온다면 주인공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그런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분위기 전환하는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 두 개를 놓고 갈등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사실 마음 아픈 일일 것이다. 그녀는 질투심이 상당히 강한 소녀다(라고 하기엔 나이 엄청 먹었다고 하던데).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미궁에서 마물에게 먹혀 오늘내일하는 걸 구해주었고, 먹을 것도 많이 얻어먹었다. 그녀의 추정 나이는 수백 살은 되어 보이던데 그동안 변변한 남자를 못 만난 것일까. 조금의 친절에 목을 매기 시작한다. 고향에 수많은 남자들이 어프로치를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잘생기고 인간족에게는 영웅이나 다름없는 용사의 눈길조차 외면한다. 사실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건 주인공을 만나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자신을 비춘다는 거다. 동생의 질투심에 많은 걸 잃어야 했고, 주위에서 떠받드는 생활을 해온 그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자신이 그동안 노력해서 얻어야만 했던 진짜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고, 그에게서 앞으로의 이정표를 보게 된다는 거다. 그런 감정이 앞서다 보니 남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가르침을 받으려는 등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러나 야속하게도 빛을 보는 것보다 운 나쁘게 마족에게 이용당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꽤 비련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 주인공에게 큰 상처를 입혀버린 그녀의 앞날은 불투명해지기 시작한다.
맺으며: 주인공 띄워주는 장면이 많아 상당히 보기 불편해진다.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리고 후반부, 히로인 구출을 하러 가는 주인공을 보며 이번 2권 히로인 '리아'의 반응은 가관 그 자체다. 만난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마족과 싸우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호감도 맥스를 찍을 기세다. 그녀의 대사중에 싸우는 주인공을 보며 "나는 천재라고 하는 인간을 처음 만났다" 그걸 읽은 필자의 반응,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성질머리 못 이겨서 폭주나 하는 주인공이다. 리아가 이번 2권 표지를 장식했길래 최소 2권에서 주된 히로인 역할일까 기대했는데 단 몇 페이지만 출연해서 주인공 떠받드는 역할뿐이라니. 어쨌건 동정은 이래서 안 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면도 있고, 착한 주인공이라는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갖다 붙여 놨다. 뭐,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이다. 자신과의 느낀 점과 다르다고 돌팔매질은 사양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