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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장군
- 작성일
- 2021.11.28
언네임드 메모리 1
- 글쓴이
- 후루미야 쿠지 저
대원씨아이(단행)(대원키즈)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랜만에 NT노벨에서 신작이 나왔습니다. NT노벨이라서 후속권이 우려스럽긴 한데, 다 읽어본 필자의 감상은 나와줘도 좋고, 안 나와줘도 그만인 느낌이랄까요. 모처럼 어깨에 힘 넣고 신작을 내주셨는데 초반부터 초 치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요즘 은근히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약사의 혼잣말'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왕과 약사의 사랑 이야기를 이 작품에 빗댄다면 왕자와 마녀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신분 차이와 도망가면 쫓아가는, 잡힐 듯 말 듯 애틋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이 작품은 어릴 적 저주를 받아 아이(자식)를 낳지 못하게 된 왕자가 마녀를 찾아가, 마녀를 아내로 삼아 자신의 아이(자식)를 낳게 하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 낳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게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실 테지만 그건 아래에서 차차 언급하고, 시놉시스만 봐도 딱 고구마가 트럭째 몰려오는 느낌이죠.
왜냐면, 시놉시스가 딱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나의 감정만 들이미는 일방통행식 이야기로 진행될지도 모르는 느낌이잖아요. 숲속에 탑을 짓고 홀로 살아가는 마녀가 있어요. 이름은 '티나샤(이하 마녀)'. 그녀는 자신이 부여한 시련을 극복하고 탑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자는 저주를 풀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고 마녀와 대면하게 되는데, 처음엔 그저 저주를 풀고 싶었지만 천하의 난다 긴다는 마녀도 당장은 풀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흉악한 저주로 밝혀지죠. 그리고 자식을 아예 못 낳는 것도 아닌 걸로 판명이 되는데요. 보다 깊게 파고들면 저주란 게 왕자의 씨앗을 커스텀(튜닝)화해서 아무 여자랑 아이 낳지 못하게 해둔 뭐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이야기가 참 마니악 하죠? 이 커스텀 씨앗은 일반 여성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마법적으로 매우 강한 여성이 아니면 아이를 낳기는커녕 죽어버린데요.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당대 최강이라는 마녀가 있네요?
이 세계는 마녀가 5명이 있고, 사람들은 마녀의 절대적인 힘을 두려워하며 재앙 덩어리로서 기피하고 있죠. 그러니 왕자에게 있어서 마녀는 신붓감으로 안성맞춤이고, 당장 대가 끊길 판인 왕자는 겉몸이 달아서 눈앞의 마녀에게 무드 있는 청혼이 아닌 대뜸 내 아를 낳아 도를 시전하게 됩니다. 마녀에게 있어서 씨부럴 시키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걸까 싶은 상황이 발생하죠. 시련 돌파하고 꼭대기까지 오면 소원 들어준다며? 니 입으로 강한 여자가 아니면 애를 낳을 수 없다며? 네, 그렇습니다. 마녀는 밝히지 않아도 될 내용을 나불나불 거리는 바람에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결국 '결혼해줘~ 싫어요!' 공방전이 시작되고, 타협점으로 1년짜리 약속어음처럼 계약을 맺어 왕자의 수호자(보디가드)로서 마녀는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왕자는 1년 안에 마녀를 함락 시키려 하죠. 여기까지 보면 사랑을 위해 쫓아오는 왕자와 그를 피해 도망가는 마녀의 구도 같은 풋풋한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왕자는 마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느냐?입니다. 그리고 마녀로서 그 자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들 수가 있어요. 약사의 혼잣말이라는 작품을 필자가 리뷰 할 때마다 매우 추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진시'는 '마오마오'를 궁녀로서, 약사로서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죠. 약사를 그만두라 하지 않으며, 행동을 구속하지 않으며, 간섭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녀를 믿는다는 것(가끔 폭주할 때도 있지만), 기이한 사건을 부탁하며 힘들 때 조력해주는 것으로 차츰 마오마오의 마음을 열어가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왕자는 어떠한가, 일단 마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간섭하고, 오지 말라는데 따라나서고, 허구한 날 결혼 해달라고 칭얼 거립니다. 그리고 탑에서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이 크니 내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여서 필자는 나쁜 의미로 소름이 돋았어요. 스토커인가? 질이 더 나쁜 건 왕자는 마녀에게 천적인 마법 무효 검을 소지하고 있어서 대응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수백 년은 족히 살아온 마녀를 어린애 취급하듯 시종일관 1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고, 무릎에 앉혀 쓰다듬고, 뒤에서 포옹하는 등 노골적인 스킨십을 보여주는데 조금 막말로 표현하자면 혐오감이들 정도였습니다. 마녀는 16~7세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현실에서 여고생을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다고 해보세요. 판타지에서 16세면 성인이라고 치부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100보 양보해서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면 흐뭇한 광경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마녀는 단호하게 왕자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 그래서 쓰담든다는 장면 장면에서 이물감이 장난 아니게 돼요. 마녀는 수호자로서 왕자의 곁에 있죠. 근데 청개구리처럼 그녀가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하고, 자리를 잠깐만 비워도 찾아대고, 급기야 일처리를 위해 탑(마녀의 집)에 간 마녀를 쫓아가서 헉헉대는 모습은 빈말로도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왕자는 마녀를 사랑한다기보다 집착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이 장난 아니게 되죠.
맺으며: 이 작품이 뭐가 문제냐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한다는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억지 감정을 들이댄다는 것. 마녀를 믿고 맡기면 될 텐데 그런 게 없다는 것. 그리고 마녀는 내숭이 아니라 진짜로 왕자와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여기엔 이유가 있지만 언급하면 길어지니 패스할게요). 그럼에도 마녀는 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려 노력하죠. 정작 왕자는 그딴 것보다 나랑 결혼하면 다 해결 이러니 좋게 비칠 리가 없어요. 물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농담 식으로 하는 말일 수는 있으나 이게 진심인 게 왕(왕자의 아버지)의 면전에서 마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마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입니다. 마녀가 왜 반대를 하는지, 마녀가 안고 있는 고뇌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보다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너, 외롭지?' 내가 지켜줄게만 한다는 것이고 정작 해주는 건 없어요. 왜냐면, 마녀가 더 강하거든요. 오래 살기도 했고요. 질투심은 얼마나 큰지 그녀가 바람피우는 줄 알고 마법 봉인구를 채우는 바람에, 결국 후반부에 이런 성격 때문에 마녀는 적(에너미)을 맞아 큰 상처를 입고 말아요.
결국 요점을 정리하다 보면, 왕자는 마녀 자체를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아닌 여자로 보고 있다는 것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필자가 페미인 건 아니니 오해 마세요). 이런 부분이 약사의 혼잣말과 결정적인 차이로 다가와요. 그리고 자잘한 사건은 넘어가더라도, 일본의 엔터테인먼트를 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게 나라를 조종하는 흑막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작가들의 흑막 사랑은 혀를 내둘러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둘의 사랑싸움에 왜 이런 마녀를 노리는 흑막이라는 설정을 넣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마녀는 흑막과 싸우러 가거나, 흑막이 마녀의 옛 지인이고 옛 지인과의 관계 때문에 왕자를 놔두고 떠난 마녀를 왕자가 탈환 해와 둘의 사랑은 완성!! 이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런 설정도 작가가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흥미도는 달라지죠. 그런 점에서 필자의 감상은 글쎄요?군요. 작가가 잘 살려줄까? 왕자의 첫인상이 매우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좋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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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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