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현석장군
- 작성일
- 2023.6.13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8 소책자 한정판
- 글쓴이
- 오모리 후지노 저
소미미디어
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부터 시작되어 장장 18권까지 이어져 온 프레이야의 벨에 대한 집착의 종착점입니다. 소녀의 가면의 벗어던지고 내 사랑을 힘으로 빼앗기로 정한 프레이야는 오라리오 전체에 매료를 걸어 사람들의 인식과 기억을 개찬해서까지 벨을 고립 시켰으나 헤스티아의 활약으로 미수에 그치게 되었습니다. 이에 프레이야는 헤스티아에게 선전포고를 하죠. "워게임" 이긴 쪽이 벨을 차지하는 것으로. 프레이야는 자신의 아이들[프레이야 파밀리아]을, 헤스티아에겐 제약이 없는 무제한적인 인원을 동원하는 것을 용인. 프레이야의 기억 개찬에 열받아버린 오라리오 주민과 주신(神)들은 프레이야 타도를 외치며 헤스티아를 중심으로 해서 [파벌 연합]을 꾸리게 됩니다. 하지만 최대의 전력이라 여겼던 [로키 파밀리아]는 불참, 아이즈 또한 참가 불가령이 떨어지고 프레이야 편에 선 주신(神)들도 있는 상황에서 오합지졸이 모인들 오라리오 최강의 [프레이야 파밀리아]를 넘어설 수 있을까?
본 18권을 읽기 전에 외전 '파밀리아 크로니클 프레이야 에피소드와 류의 과거 이야기인 아스트레아 레코드'를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유는 개연성 때문이군요. 외전들은 보다 18권에 집중할 수 있는 장치로서 일본에서 뭐가 먼저 발매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8권 발매 전에 외전을 먼저 내보인 건 신의 한 수 아니었나 싶습니다. 18권에서는 프레이야가 바라는 사랑이 무엇인지,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사랑을 찾아 헤매는 절절한 마음이 그녀를 한 명의 소녀로 만들고 자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 고뇌하는 것을 보여주죠. 류는 절체절명에 빠진 지금의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뭘 해야 되는지, 그에게서 과거를 마주하고 뛰어넘기 위한 [희망]을 봤고, [희망]을 관철하기 위해. 더 이상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금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당당히 전장에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보다 집중하려면 '아스트레아 레코드'를 먼저 읽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라와 제우스가 없는 오라리오에서 사상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핀'도 전신 전력으로 나오면 이길 자신이 없다는 그 [프레이야 파밀리아]를 상대로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헤슽티아 중심의 파벌 연합]과의 대결은, 내기에서 100:0 승률이 나올 정도로 [파벌 연합]의 승리의 가능성은 개미 눈물만큼도 없습니다. 그래도 헤스티아는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릴리는 사령관의 자리를 맡아 승리 가능성이 없는 워게임을 두고 절망에 빠집니다. 이렇듯 이야기는 성립 자체가 안 된다는 듯이 시작되죠. 하지만 벨은 그 끝을 절망이 아니라 다른 것을 봅니다. 벨의 마음에는 "시르"가 자리하고 있죠. 프레이야는 "시르'를 버렸습니다. "시르"를 그만두고 [반려]로 인정한 소년을 독점하기 위한 프레이야의 처절한 몸부림과 "시르"를 구하고 싶은 소년의 몸부림, 그리고 시작되는 워게임은 단 한 번의 충돌로 [파벌 연합]은 궤멸에 직면합니다. 가공할 [프레이야 파밀리아]의 맹공을 과연 벨은 뚫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울고 있는 "시르"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18권은 약자들이 강자를 상대로 싸워 이겨 나가는 클리셰를 기용하고는 있으나, 본질은 '울고 있는 아이는 구해주는 게 맞다'로 귀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진부하기도 하고, 크로니클 프레이야 에피소드를 읽지 않았다면 개연성이 부족해서 좀 낮은 평가를 주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만. 프레이야는 이 사랑이,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하고, 집착으로 변질되고 그렇기에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끝에 실력행사라는 어린애 같은 장면들을 보여주죠. 그런데 그런 클리셰 속에서도 작가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데요. 그녀의 종자이자 거울인 "회른"을 통해 지금의 프레이야가 품고 있는 마음을 조금씩 밝혀가고, 세상에서 제일 강한 여신은 사실 xx(스포일러라서)에 빠져 있다는, 하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울고만 있다는, 그녀의 마음은 평범한 소녀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하죠. 클리셰의 범주에 들어가면서도 애틋하게 하는 작가의 실력이 대단히 좋습니다.
사실 완결 편이라고 해도 될 18권입니다. 벨은 프레이야가 품고 있는 마음(특대 스포일러라서)을 깨닫게 해주었고, 프레이야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미련을 벗어던지죠. 그렇다는 건 과감히 벨의 품에 안기나?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라 하죠. "벨이 바라보는 곳은..." 사실 그동안 꾸준하게 벨이 바라본 곳은 딱 하나 있었죠. 그의 스킬이 발현한 조건이기도 한. 그렇기에 우는 아이를 구해주기 위해 처절하리만치 몸을 사리지 않고 프레이야가 있는 곳으로 갔던 벨은 프레이야의 바람을 들어줄 수는 없었습니다. 벨이 구해주고 싶었던 소녀는 프레이야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엔딩은 프레이야가 아닌 다른 소녀로 귀결되죠. 이것도 클리셰일 수는 있으나 그래도 높은 점수를 줄만한 게, 여느 라노벨이라면 주인공 품에 히로인이 뛰어드는 엔딩을 택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게 없다는 것이죠. 미련이 없다는 것,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엔딩은 상당히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못 쓰는 게 가슴 아픕니다만, 천 갈래의 길이 있고,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그 천 갈래의 길 중에 하나, 앞으로도 그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걸어 갈려는 프레이야의 뒷모습은 더 이상 악녀의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그저 한 명의 소녀일 뿐이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 그 길을 홀로 걸어갈 뿐. 어디로 가야 할지는 지금부터 정할 뿐. 미련을 버렸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의 품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홀로 다시 걸어간다는 의미. 정말 오랜만에 센티해지는 느낌의 엔딩이었는데요. 이렇게 끝내야 했습니다. 그래야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었을 테니까요. 근데 작가는 프레이야에게 미련을 버리게 했으면서 자기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군요. 하기야 벨이 구하고자 했던 건 프레이야가 아닌 "시르"였으니까요. 이 정도면 스포일러로서 세이프일까요? 갈려나간 [파벌 연합]은 대체 뭣 때문에 출연한 건지...
맺으며: 액션신은 예전부터 좋았으니 이번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벨에게 있어서 뛰어넘어야 하는 사람은 딱 두 명이 있죠. 한 명은 출전 불가가 내려졌고, 나머지 한 명은 뭐... 지면도 많이 할애하고 전투 표현도 좋지만 넘어가고요. 이번 18권은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것을 한꺼번에 터트립니다. 프레이야 이야기를 끝내고 이어, 류는 벨을 도와주기 위해 5년 전에 피신 시켰던 주신 '아스트레아'를 찾아가고, 그동안 스테이터스 갱신을 하지 못해 류의 레벨 업이 이루지 지지 않은 것을 해소 시키고, 외전을 먼저 소개하고 이번 18권에서 여신 아스트레아를 등장 시킴으로서 훙분도를 배가 시키는 재주가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피신해 있으면서 새로운 단원들을 맞아들였던 여신 아스트레아가 그 단원들을 이끌고 류를 도와주기 위해 등장하는 장면은, 마치 친엄마가 이복동생들을 대리고 나타난 듯한 느낌을 받게 해서 상당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있지만 넘어가고, 700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지루할 틈 없이 흥미로웠습니다. 필력도 최고조에 다다랐는지 표현력도 상당히 좋고요. 1만 5천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