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종착역 목포역이다. 역앞엔 사람들이 바글대는 것이 서울 청량리역 같다.

가게에서 습관대로 쭈쭈바를 사 먹는데 헥~ 전부 해태제품이다. 롯데껀 눈을 씻어도 없고...

그러고 보니 가게 전체가 고향기업 제품뿐이다. 놀라운 단결...이해가 간다.

' 맛으로 먹지말고, 정으로 마셔부러~ 혜~태 콜라! ' ㅎㅎㅎ

할머닌 서울말씨가 간지럽단다. 쭈쭈바를 먹고 시간을 떄울 고민에 빠졌다.

새벽 3시50분 기차로 도착 이니까 앞으로 17시간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뭘 하지?

밥을 먹고 식당 아줌마한테 양해를 구하곤 식당 안에서 4시간을 버티다가 근처 만화방엘 갔다.

실컷 만화보고 안에서 라면으로 저녁 해결하고 밖에 나오니까 저녁 9시다.

이제 역에서 버티면 된다 싶었는데 이게 웬일 종착역은 그날 막차 들어오면 문을 잠근단다.

입구 기둥에 머리엔 우의를 뒤집어 쓰고 둘이 붙어 앉았다. 참으로 기구한 팔자다.

 " 뭐시여? 쩌것들은..." " 암마~ 여행 합갑다" 지나는 취객들이 시비를 걸 기세다.

드디어 기적소리,종소리에 문이열리고 불이들어온다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나오질 않는다. ' 혹시 못온거 아니야?' 불안하다...

드디어 맨끝으로 세명이 내린다. 너무 반갑다. 원래 5명 정도였는데 겨우 셋이 왔단다.

곧장 선착장으로 가서는 제주행 배편을 알아보았다. 음~ 페리호로 가면 두배정도 비싸다.

결국 제일 싼 배편으로 가기로 했다. '안성호' 3,800원 이다.3등 칸... 좌석도 없다.

 

[목포항...880711]

 

선착장에서 라면을 끓여먹고는 슬슬 산책겸 시간 때울 겸 유달산 공원엘 갔다.

내려올때쯤 학생들이 등교하는데 옛날 교복을 입은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게 보인다.  

승선하다가 검문에 걸려서 부탄가스를 다 뺏기고 말았는데 아까 라면 먹는걸 본 것 같다.

 

[목포~제주가는 '안성호'...이듬해 폐선되었다...880711]

 

배 뒷편에서 멀어지는 육지를 보면서 그간의 무용담(?)에, 사진도 찍고 하다가

배안으로 가보니 배 밑바닥에 평평한곳에 빨간 부직포하나 덧씌워놓은게 3등칸이다.

마카로니국수 비슷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든 베개도 굴러 다니고...

참외 깍아먹다가 스르륵 잠이들었는데 벌써 제주도에 다 왔단다. 선상에서 감회에 젖어

'잠들지 않는 남도'를 읊조리며 배에서 내리니땅바닥이 흔들흔들하다.

모두비실거려서 보니 목포항에서 사먹은 잘 듣는 멀미약이 아무래도 수면제 같다.

야하~ 제주도다! 이국적인 풍경! 야자수에 현무암 서울촌놈에겐 신기하기만 하다.

결국 제주도까지 왔구나. 감개가 무량하다. 제주도에선 2박3일을 지내기로 했다.

우리중 주형이만 제주경험이 있어서 무조건 녀석의 인도에 따르기로 했다. 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