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하늘보기
- 작성일
- 2013.7.2
여덟 단어
- 글쓴이
- 박웅현 저
북하우스
진작에 박웅현이란 사람이 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라는 책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읽어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었고 정작 책을 훑어보진 않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인문학이 기본이라는 데에 동의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었지요. 그것도 책의 제목만 보고서...
오프라인 서점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들르는 편이지만, 잠깐씩 서서 책을 펼쳐보다가 오거나 오며 가며 요즘엔 어떤 책들이 많이 읽히는가... 들여다 보고는, 정작 책은 집에 와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제가,
아주 예외적으로 이 책은 서점에서 앞 쪽 두 꼭지를 읽어보고 바로 사 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그만큼 그의 글들이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그 기억이, 흔적이 좀 더 오래간다는 건 알고 있지만, 책에서 좋은 구절이나 내용을 따로 정리하지 않는 제가 이 책을 읽은 후에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문장에 밑줄치기', 혹은 '감명깊은 구절 외워보기'입니다.
광고가 주업이니 아마 책의 표지도 사뭇 신경을 많이 썼을 테고, 그게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여덟단어란 글자를 몸체로 하고 모자를 씌우고,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 아마 여덟글자를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가 혹은 어떤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는가에 따라서 수도 없이 많은 다양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여덟단어란 글자 대신에, 자존/본질/고전/견(見)/현재/권위/소통/인생... 이 글자들을 나란히 세워봅니다. 내 삶에서 이 여덟개의 단어는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서 있는가? 스스로 묻고 또 묻습니다.
여덟개의 단어를 가지고, 박웅현이란 사람은 어떻게 삶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지는 직접 책에서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생각들이 다르지만 인생이라는 걸 아우르는 변치 않는 무언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다 읽고나서 개인적으로 박웅현이란 사람이 참 부럽습니다. 광고를 잘 만드는 사람이라서도 아니고, 강의를 잘 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이제 50대 초반, 본인 스스로 인정하듯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만 자식에게 혹은 후배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서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가 가진 경험과 생각, 이야기들이 부럽습니다. 완벽한,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지 않은 '성인'을 멘토로 삼지 않을 요량이면 제 삶의 멘토로 삼아도 충분할 듯합니다.
늘 제 자신에게, 제 아이들에게 삶의 모범이 되고자 하는 저를 이 책에 비추어 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러고자 애써야 하고, 언행이 자주 불일치하더라도 합치되도록 노력하고, 아이들과 부대끼지만 결국 그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지금 힘겹게 건너가는 이 불혹의 바다를 지나면, 저도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서 자신있게 몇 마디 던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지만, 가슴 한 켠이 뭉클했던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을 소개합니다.
꽃게만이 아닌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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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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