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솔직하게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

그런 내가 첫째아이가 곤충관련학과에 들어가고서부터는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지려 노력중이다.

곤충사전도 찾아서 보고, 곤충 관련 책들도 찾아서 보는 중에 책 제목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와 덜컥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점점 세뇌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미처 몰랐던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나방에 빠져든 것인지 그 징그럽고 못생기게만 느껴졌던 나방들이 살짝 멋있어 보이고 심지어 예쁘다 정도의 호감으로 돌아섰다.

누구나 나비를 보면 이쁘다며 멀리 날아가는 나비의 뒷모습을 쫓듯이 바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방은? 볼품없고 못생기고, 무심코 밤길을 걷다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랄만큼 극비호감이다.

그런데 책에 소개된 여러 나방들 중에 핑크핑크한 녀석, 진홍색 무늬가 치명적인 진홍나방, 핑크빛의 무늬가 우아한 주홍박각시는 나비 못지 않게 매우 예쁜 아이들이고, 참나무솔나방은 모피코트를 입은듯 멋스러운 모습이다.

오늘 자연사박물관에 갔는데 마침 곤충 부스에서 혹시나 하고 나방이 있나 찾아봤더니 몇 몇 마리가 눈에 띄었다.

책에서 <큰눈박각시나방>의 뒷날개의 밝은 파란 눈 무늬가 무척이나 신기하다고 느꼈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부스 안의 <뱀눈박각시>의 뒷날개의 동그란 무늬가 왠지 그 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하찮은 미물로만 여겼던 나방은 알면 알수록 대단한 능력자이다.

완벽한 위장술로 몸을 숨기고, 날개의 무늬로 포식자를 놀라게 하기도 하며, 몸 전체에 있는 민간한 귀로 소리를 듣고 회피하고, 초음파를 생성하여 박쥐 음파위치 측정을 방해 또는 오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몰랐던 나방의 여러가지 정보를 알 수 있었고, 

또한 책 속에 나방 외의 다양한 곤충들과 동물들, 인간, 지구, 환경에 관한 깊고 포괄적인 지식들을 속속히 알게 되어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던것 같다.

다양한 나방의 이름은 뚜럿한 시적 특성이 있어 흔히 작은 시라고 불린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아가씨의 붉게 물든 뺨을 뜻하는 메이든 블러시, 촌스러운 주름치마라는 뜻의 플라운스 러스틱, 잘 풀리지 않는 나비매듭으로 운명의 상대를 묶는 매듭을 의미하는 사랑매듭나방, 프랑스어로 그날의 경이를 뜻하는 아주 적적한 이름의 메르베우 뒤 주르가 있다. 이름의 역사와 어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다.(98)

#나방은빛을쫓지않는다 #팀블랙번 #한시아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