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sumana
- 작성일
- 2021.5.13
개
- 글쓴이
- 김훈 저
푸른숲
한 참 한국 소설을 즐겨읽던 시절, 특히 소설가 김 훈의 소설 전 권을 찾아 읽을 때 접했던 책이다. 그때는 푸른숲 출판사 2005년 판 ' 개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으로 된 책을 읽었었다.
소설 속 '개들아 죽지마라' 로 시작되는 김 훈 작가 특유의 풋내가 나며 살아있는 날 것의 문장이 표현해 내는 진돗개 보리는 개를 잘 몰랐던 내게 신선하면서도 서늘한 아픔과 애잔함으로 다가온 소설이었다. 때 맞춰 그 즈음부터 6년 째 키우고 있는 반려견도 아마 이 소설을 읽지 않았으면 인연이 닿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김 훈 작가 소설 가운데 수작으로 손꼽았던 '개'가 이번에 푸른숲 출판에서 개정되어 출간되었다고 해서 호기심에 다시 읽게 되었다.
작가는 개정판 서문에서 ' 큰 낱말을 작은것으로 바꾸고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혀 서늘하게 유지' 했으며 '가파른 비탈을 깎아 아트막한 언덕 정도로 낮추었다'고 개정의 변을 밝히고 있다. 그래선지 말 그대로 소설의 문장들이 순해졌다. 특히 흰순이 에피소드는 많이 수정됐다. 아마도 동물권이 거론되는 시대인 만큼 동물학대에 대한 시선을 의식했음직도 하다. 다만 초판의 기억이 생생한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겠다.
이 책의 주인공 보리는 진돗개 수놈이다. 보리는 보리밥을 잘 먹고 잘 소화 시켜서 보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리는 사람이 붙어준 이름따윈 철 없던 시절을 보낼 때는 관심이 없었는 데 사람들이 '보리'라고 불러 주는 이름의 맛을 차츰 알아가며 인간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똑똑한 개 보리는 개의 방식으로 공부하고 개의 방식으로 인간과 친화해 가고 개의 방식으로 인간을 사랑한다. 언제나 바쁘고 신나는 개 보리에게 사람은 아름다움을 품은 대상이자 자신이 지키고 충성해야 하는 대상이다.
사람들의 세상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보리만의 방식으로 사랑하지만 개의 세계에서 보리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늠름하다. 그것이 개 보리가 보여주는 개들만의 성정이다.
인간의 역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개의 역사, 김 훈 작가는 왜 개의 시선으로 소설을 썼을까?
사람이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김 훈 개 중에서
어쩌면 그것은 개의 말이 아니라 소설을 업으로 삼아 글을 쓰는 김 훈 작가의 변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꿔 본다면 '사람이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쓰고 또 쓸 것이다' 라고 말이다. 이는 언젠가 부터 예전같은 문장을 기대할 수 없는 노쇠한 작가를 바라보는 독자의 욕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판의 생생한 날것의 문장이 그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판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한 소설 '개' 반려견 천만시대에 천만의 집사들이 다 읽어도 좋음직한 소설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