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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글쓴이
김병운 저
제철소
평균
별점7.5 (8)
svengali

병원 소파에서 진료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잘 읽혔다. 저자가 방문했던 곳들에 대한 감상도 나오지만, 이 책은 가이드북이 아니고, 저자도 그럴 생각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방콕으로 애인과 여행을 가서 같이 돌아다니고 얘기하고 그리고 돌아오는 날 이번 여행을 돌아보는, 그런 일기 같은 여행기이다. 일기 같은 글이 나올 수 있는 건 아마도 방콕이 그에게는 익숙하지만 또한 특별한 장소라는 의미일 게다. 의외로 요즘 잘 안 쓰는 듯한 '애인'이란 호칭이 한줄 한줄마다 꼼꼼히 새겨져 있는 걸 보는 것도 자못 즐겁지만, 애인과 그가 걸어가는 배경에서 그의 시간을 조용히 기억하고 있는 방콕을 보는 게 역시 이 책의 포인트가 아닐까. 이런 방콕 나도 가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타논 실롬을 걷는 동안 우리는 이거 기억 나 저거 기억 나, 하면서 말을 잇는다.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살라댕역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이 기억을 자극하고 추억을 소환한다. 스쳐 지나가는 건물에, 상점에, 식당에, 이정표에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이 머릿속에서 재현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할부 상환 기간이 1년이나 남은 아이폰 3GS를 소매치기당한 것도, 애인이 실수로 남의 쇼핑백에 쓰레기를 버렸다가 무뢰한으로 몰린 것도 모두 이 길 위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가 작년 가을 서거한 푸미폰 국왕의 초상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묵념한 것도 시리낏 왕비의 젋은 시절 사진을 보고 저 사람은 왕비네 공주네, 하면서 멍청한 소리를 지껄인 것도 아마도 이 길이었을 것이다. 이 길 하나에 이렇게나 건져 올릴 추억이 많다는 것을, 이 길 위에서 우리가 보고 듣고 한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우리는 걸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곱씹으면서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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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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