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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혼
  1. 취중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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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다가 가끔


내 얼굴이 악마의 얼굴이 아닌가


한참 들여다볼 때가 있다


거울이 가끔 내 얼굴을


와장창


깨뜨려버릴 때가 있다



 

<거울> 정호승 (밥값(2010))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외면하려 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별히 얼굴을 볼 필요가 없기도 하다. (잘나서 그런건 절대로 아니다.) 얼굴을 봐도 특별히 달라지는 일도 없고,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따금 얼굴을 볼 때가 있다. 뭔가 이상이 있을 때다너무 지쳤거나, 몸에 이상이 있거나. 스스로를 확인해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표정의 인물이 거기에 서 있다. 멀뚱히 바라보며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웬일이래. 무슨 일 있는 거냐는 표정이다.

  아니 두려운 표정이다거울을 본다는 일은, 스스로를 살필 생각을 한다는 일은 뭔가 제대로 일이 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일을 하며 재미있을 때, 살면서 즐거울 때, 그 순간 오히려 거울을 보지 않는다. 항상, 괴물일 때, 돌아봐야할 때, 반성할 때, 견뎌야 할 그 고통의 순간에만 거울을 본다. 그곳에는 항상 의뭉스러운 표정의 내가 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오늘도 거울을 봤다. 그곳에는 잔뜩 시달린 내가 서 있었다. 깊은 한숨을 쉬는 내가 있었다. 무엇이 그리 못마땅했을까. 결국 나인데. 달라질 것 하나 없는 나인데. 오히려 나는 나를 모르고 살고 있다.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절실히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그저 하루하루 버티면서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와장창.

또 그렇게 하루를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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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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