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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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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글쓴이
강원택 저
21세기북스
평균
별점9.4 (69)
검혼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큰 변화를 예고했다. 개인적인 관심사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시였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얼마나 민의를 잘 반영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난 투표들은 거대 두 정당들 싸움 속에 제3정당은커녕 건전한 논의조차 쉽지 않았다. 유권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없었고, 논쟁은 좌우,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눴다. 도무지 싸울만한 거리가 아닌 일에 두 정당은 목숨을 걸고 싸웠고, 생산적인 논의보다는 비방과 비난 일색이었다. 정당은 국민과 정부를 잇는데 열심이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법 개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3지대의 등장을 기대하게 했다. 삼국지에서도 나오지 않는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 같이, 지금의 양당체제보다는 다당체제로 전환되어 솥발처럼 서서 서로 견제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위성정당이라는 희대의 꼼수는 선거법 개정을 무력화 시켰다. 관심에 비해 아는바가 너무 적지만, 21대 총선은 종국적으로 제3당은커녕, 한쪽의 대승리로 끝났다. 그놈이 그놈이듯, 결국 그놈들이 다 해먹었다.

이를 두고 엄청나게 많은 설전을 벌였다. 3당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국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3당의 등장을 위해 거대 양당은, 최소한 지각이 있는 한 쪽만이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쪽은 권력에 눈이 어두운(p.233)” 곳이자 그래야 할 정당이니 만큼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 쪽을 너무 이상적이라 비판했고, 반대쪽을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비판했다. 논쟁은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어쨌든 결판이 나는 게 선거다. 1표차라도 이기면 이기는 법이다. 누군가는 원하는 결과를, 누군가는 원치 않는 결과를 얻었지만 언제나 민심은 정치적 격변을 선거를 통해 예고(p.192)”한다. 누군가에게는 경고가,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누군가에게는 부채를 말했을 테다.

사람들은 정치를 우리와 같이 왕왕 토론을 벌인다. 개똥철학을 동원해서 자신만의 논리를 설파하는데 대부분 큰 싸움으로 번진다. 특히 명절에는 정치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종교와 신념에는 타협이 없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종교는 그렇다 해도 정치는 타협을 전제로 하지 않았던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p.122)”인데, 우리 주변의 삶에서나 TV에서나 정치판에서 타협의 과정을 보기가 힘들다. 타협 불가능한 이런 논의, 고민들이 무의미할까. 고민스럽다. 쉽사리 꺼내지도 못하고, 설혹 꺼낸다고 해도 큰 싸움을 각오해야하는 주제라면 굳이 얘기해야만 할까. 하지만 분명히 필요한 주제다. 늘 잊고 살지만 정치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록 지금은 개똥철학에 그치고, 싸움만 반복하지만 이런 싸움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 의식은 모두 정치적인 책임을 국가 권력에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다. 결국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이 주어진 일정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p.388)”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한국정치를 개략적으로 가장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늘 정치는 이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정치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는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하기를 두려워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고민이 필요하다. “변화의 방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 위에서 모색해볼 수 있는 것(p.396)”이기에. 정치 대화에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는 우리의 생각만큼 간다. 결국은 시민의 생각만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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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러한 새로운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 우리 정치제도가 갖는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하고 싶다. p.14

미국 대통령제가 이러한 특성(견제와 균형)을 기반으로 발명된 것이라면 내각제는 진화에 의해 오늘날의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즉 내각제는 역사적인 진화의 소산이다. p.54

다시 도입된 강력한 대통령제는 유신 체제,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제5공화국을 거치면서 더욱더 강화되어 갔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대단히 강력한 대통령제이긴 하지만 제헌헌법과 완전히 단절된 형태의 헌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혼합적인 특성은 유지하면서 대통령 개인의(p.80) 권한을 제도적으로 크게 강화했던 것이다. p.81

민주화 헌법이라 해도 대통령의 권한은 유신 이전보다 오히려 강화되었다. p.85

문제는 대통령 비서실의 비대화가 대통령의 업무 수행 능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서실이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이 되고, 실제로 정책을 실행하고 추진해야 할 내각에 권한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각 부서가 실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치적 권력을 청와대가 틀어쥐고 갈 가능성이 많(p.91)은 것이다. p.92

사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서실, 내각, 집권당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움직여야 한다. 혼합형 대통령제로 만들어졌고 그 특성이 계속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한국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관계, 대통령과 내각, 곧 국무회의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 따라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집권당이 상호 연계되고 비서실이 이러한 관계를 보조해주는 것이 한국형 대통령제의 작동 방식이었다. p.91

우리 정치가 근본적으로 강한 대통령제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집권당, 국무회의와(p.95) 같은 제도적으로 주어진 기구에 의존하지 않고 청와대 비서실과 같은 보다 사적인 조직에 통치를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p.96

권력을 가진 조직이 스스로 권력의 한계를 규정하고 이를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p.102)니다. 조직은 어디에서나 한번 생겨나면 관할 영역이나 권한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경향을 갖는다. p.103

청와대로 기능과 권한을 집중시키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 기구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p.104) 행정적이고 기능적으로 움직여야 할 자리에 정무적으로 임명된 이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p.105

우리나라 대통령은 임기 초반 제왕적 대통령으로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레임덕 대통령으로 바뀌고 만다. 더욱이 제왕적이라고 해도 권력기관이나 여론의 높은 지지에 힘입은 것일 뿐 실제 정책을 입법화하고 추진하는 데는 그렇게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일하는 것으로는 약하고 정치적으로는 강한 대통령제인 것이다. p.109

4년 중임이든 7년 단임이든 무슨 형태라고 해도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문제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즉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형태에서 벗어나야만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국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 갈등과 대립의 정치로부터의 탈피, 일반 시민들 간의 이념적, 정파적 분열의 극복. 이 모든 것을(p.119) 위해서는 대통령제로부터의 통치 형태를 바꿔야 한다. p.120

외국의 제도에 대한 그대로의 모방보다 임시정부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우리 정부 형태의 특성에 대한 이해 속에서 바람직한 대안에 관한 모색이 필요하다. p.120

정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p.122

권한의 위임이 명확하지 않은 채 권력이 나눠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아무리 법으로 권한을 꼼꼼하게 정해둔다고 해도 권력의 세계에서는 그러한 경계를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 p.124

한국에서 선거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된 일 없이 주기적으로 실시되어 왔으며 선거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도 국민의 뜻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작동해왔다. 어쩌면 한국 정치사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대한 권력의 왜곡,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의 역사였다고 할 만큼 민주화 이전 한국 정치의 주요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p.130

정치의 기능은 무엇일까? ...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유지다. 갈등과 다툼을 제도화해 사회를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정치의 공간인 국회는 본질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장소다. (p.130) ... 우리의 삶이 법과 질서에 의해 평화롭게 영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p.131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었다고 할 때 이를 판단하는 중요한 조건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권력을 다투는 유일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느냐의 여부다. 즉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만이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선거는 복수의 대안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민주주의를 공고화시킨다. p.135

김구가 제헌국회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잘한 결정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만약 김구를 비롯한 민족주의 세력이 참여했다면 제헌국회 내에서의 헌법 제정이나 반민족특별위원회 등 제헌국회 활동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로 크게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정치인은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추구해야 한다고 하면서 김구 선생이 제헌국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표현을 하(p.148)기도 했다. p.149

권위주의 체제에서의 선거가 결코 공정하고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민심은 정치적 격변을 선거를 통해 예고했다. p.192

정치적 대표성을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주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제도의 개정은 우리의 정치를 한 단계 더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p.220

국가 예산이 500조 원에 달한다. 국회의원을 늘려서 잘못 사용되거나 방만하게 지출된 예산을 1퍼센트만 찾아낼 수 있어도 그 금액이 5조 원이다. 국회의원 몇 명 늘리는 비요이 문제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p.224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하는 무당파의 비율이 높고 정당에 대한 불신도 크지만 건강한 정당정치는 민주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p.231

종종 정당을 두고 권력에만 눈이 어두워서라고 지적하지만, 권력에 눈이 어두운 곳이 바로 정당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즉 선거에서 공직을 얻음으로써 통치기구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이 모임이 곧 정당인 것이다. p.233

에드먼드 버크는 정당을 동일한 세계관 및 정치관을 공유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정당이란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한 원칙에 입각해 공동의 노력으로 국가적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결합된 사람들의 단체이며, 집권 후 어떠한 형태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이데올로기가 전제되어 있다고 보았다. p.234

정당은 시민사회와 국가를 연계해주는 제도적으로 확립된 기구로, 정당이 원활하게 작동되어야 그 사회의 정치적 안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p.236

사회란 원래 불일치나 다양성으로 구성되며 합의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p.239

정당의 핵심 기능은 시민사회와 국가를 서로 연계해주는 데 있다. 우리 사회에서 거리 시위나 집(p.246), 청와대 국민 청원 등 직접적인 시민 정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자유로운 의사표현, 매개체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국가와 시민의 소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당정치가 제대로 연계 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p.246

권위주의 시대의 정당정치에서 집권당은 국가가 권력을 장악한 후 국가 주도로 위로부터 창당되며, 정치권력의 정통성을 사후에 인정받기 위한 도구적 성격을 띤다. 이때 정당은 정치적 지지 동원의 도구로, 창당 목적 자체가 독재자 개인의 권력을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자생력이 부재하고 제도화 또한 결여되어 있기에, 권력자의 운명에 따라 권력 몰락 후에 함께 소멸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때의 야당은 정권의 반대 세력을 동원해 권위주의 통치자에 대항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었으며 정치적 투쟁을 위해서는 비의회적인방법을 통해 저항해야만 했다. (p.277) ... 당시의 정당정치는 사르토리가 말하는 패권 정당 체제였다. ... 그러나 이러한 비의회적관행은 민주화 이후 정치적 경쟁의 공정성이 확립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p.278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변화를 보면 처음에는 지역주의 균열에 기초해 있다가, 2002년 이후 여기에 이념 대립을 얹고, 여기에 다시 세대 갈등을 얹은 뒤 지금은 계층 갈등까지 얹으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두 거대 정당은 갈등을 축적해가면서 이를 양극화하는 데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 p.295

이처럼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상황에서는 양극적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고, 하나의 갈등은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되고 심지어 정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도 이념적, 정파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이다. p.296

전문적인 역량을 가져야 하는 정치에서 경(p.300)험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참신함으로 평가받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적 혐오나 불신에 기반하여 기존의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모두 나쁘고 거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은 선하다는 단순한 이분접적 사고는 오히려 무책임하고 나쁜 정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p.301

정당정치의 약화는 이제 우리 정치를 포퓰리즘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정당 정치가 정치인들을 검증하고 차기 지도자로 성장시키는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p.301

정당정치의 경쟁성, 책임성, 반응성을 강화시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정치권 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 논의도 같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양당적 구도에서 다당적 구도로의 전환을 통해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경쟁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 있(p.305)는 방법이다. p.306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대한민국은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정체성으로 갖게 되었다. 하나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공 국가, 또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가치는 그 자체로 절대 모순될 수 없다. 반공의 목적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왜 공산주의에 반대하느냐 하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목적은 자(p.330)유 민주주의가 되고, 수단은 반공이 되는 것이다. / 그런데 실제로 이후에 전개됐던 한국 정치는 반공을 목적으로 삼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이다. ...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는 이처럼 왜곡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저항의 역사였다. p.331

시민들이 4.19 혁명을 통해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해 정항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교육의 힘 덕분이었다. ... 4.19 혁명의 성공은 이(p.335)후 중요한 정치적 유산으로 뿌리내리게 되었다. ...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나라님이라도 법을 지키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 저항해야 하는 것이고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336

한국의 민(p.354)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체제의 전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주화 세력은 권위주의 세력에게 전면 항복을 요구할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권위주의 세력 또한 민주화 세력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정도의 힘이 없었다. 양측의 힘이 일정한 균형점에 도달했을 때 두 세력은 정치적 경쟁 방식의 민주화, 즉 직선제 개헌으로 상징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p.355

6.29 선언과 함께 한국은 민주화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화 운동세력 간의 오랜 투쟁은 뚜렷한 승자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합의의 내용도 정치적 게임의 규칙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 직후에는 향후 어떻게 정치가 전개되어 나갈 것인지, 민주적 공고화는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컸다. p.356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드물게 성공적으로 민주적 공고화를 이뤘다. 그 요인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당시 정국을 이끌었던 정치 지도자들에게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그들 스스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지만 이들의 정치적 선택과 경쟁은 민주적 공고화에 기여했다. 민주적 공고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은, 정치적 경쟁 규칙에 대한 합의다. (p.357) ... 두 번째 조건은 정치적 분극화나 분절화의 억제다. 정치가 불안정해지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로 극단주의 정당들의 영향력 증대를 꼽을 수 있는데, 민주화 초기에서 좌파든 우파든 강경파가 득세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p.359) ... 김영삼, 김대중 모두 체제를 향한 구심적 경쟁을 이끌었으며, 극단주의 세력이 정치 질서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었다. 오히려 김영(p.361), 김대중은 이러한 급진파들을 모두 체제 내부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p.362) ...정당정치의 분절화를 억제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였다. 정당정치의 분절화, 즉 지나친 정당의 난립은 곧 정치적 불안정의 또 다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화 직후 터져 나온 지역주의와 단순 다수제의 결합은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p.364) ... 권력의 공유는 민주적 공고화를 위한 세 번째 조건으로도 볼 수 있다. (p.365) ... 마지막 네 번째 요건은 과거사의 처리로, 모든 신생 민주주의 국가가 당면하는 가장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즉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과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p.366

민주와 초기에 군을 탈정치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김영삼 대통령 개인의 결단력이었다. (p.370) 두 번째는 군 내부의 갈등이라는 조직적 요인의 영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p.317) ... 세 번째 요인은 당시의 정치적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3당 합당 이후 정치적 변화다. 3당 합당에 따라 김영삼은 과거 군부 권위주의 체제의 정당이었던 민정당과 합당했다. 그리고 민자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하나회 등 정치화된 군의 입장에서도 김영삼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고, 김영삼의 당선을 돕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된다. 김영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쟁자인 김대중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p.372

제도의 정치가 제 역할을 해서 거리의 정치를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 p.375

거리의 정치는 문제 해결의 공간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공간이다. p.376

이제 국가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민주화로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었고 세계화로 한 국가가 감당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일도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p.380)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제 국가는 예전처럼 효율적으로 움직이지도 않고 더 이상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p.381) ...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면 시민 각자가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기여와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p.385

공공의 영역에 속한 사람들, 국가 지도자들,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혜택을 입은 사람들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들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공동체와 관련해 희생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p.386

이제 민주화 30년이 지나면서, 정치에도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민사회도 상당히 강건해졌고, 제도적인 민주화도 과거와 비교할 때 튼튼히 확립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의식은 모두 정치적인 책임을 국가 권력에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다. / 결국 민주주의가 확립되고 공동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이 주어진 일정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거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들이 공약을 잘 이행하는지를 감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 속에서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이제부터라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p.388

그래도 우리 정치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제 모습을 향해 꾸준히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분명히 우리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p.393

이른바 ‘87년 체제를 넘어서야 한다. p.394

중요한 것은 변화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변화의 방향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변화의 방향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가 걸어온 길 위에서 모색해볼 수 있는 것이다.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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