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이윤하 작가의 K판타지 SF 소설 <호랑이가 눈뜰 때>를 소개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부모님께 호랑이와 구미호에 관한 옛날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 그것을 바탕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고 하는데요.

등장인물부터 한국 신화 속 동물들까지 곳곳에서 한국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용기 세계 주황 부족 출신의 세빈은 '천 개의 세계' 우주군이 되고 싶어 생도 프로그램에 응시하게 됩니다.

대대로 훌륭한 전사, 호랑이령인 세빈은 장교였던 '환' 삼촌처럼 자신도 언젠가는 전함을 끄는 선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기다렸던 통지서가 도착한 그날, 삼촌의 검이 든 택배를 함께 받게 되는데요.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어 체포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져요.

한편 우주군에 합격한 세빈은 소집된 우주 기지로 떠나고 그곳에서 또 다른 합격자 '지'를 만나게 됩니다.

훈련관으로 가야 하는 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특별 조사관에 의해 '해태호'에 탑승하게 되는데요.

세빈은 그곳에서 삼촌 '환'의 고유 냄새를 맡게 됩니다.

세계를 테라포밍할 수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는 '드래곤 펄'을 차지하기 위한 삼촌과 용병, 우주군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각 종족들과 그들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호랑이, 구미호, 고블린(도깨비), 천인, 이무기 등 여러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물론 인간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인간과 고블린, 인간과 호랑이처럼 혼혈(?)인 종족도 있어 참 흥미롭게 보았어요.

또 눈에 띄는 건 '천 개의 세계'의 공용어가 바로 '한글'이라는 점이었어요.

세상에 영어, 중국어, 일어, 불어도 아닌 한국어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지 않나요? 어렵게 외국어 공부 안 해도 되는 그런 세계가 있다니 말이에요.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순이, 하순, 세빈, 남규, 유나, 채원, 세나 등 참 한국적이었어요.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은 데다 외자인 이름(이, 민, 환, 준, 지 등등)도 많아서 중간중간 가독성이 떨어지더라고요.(특히 이, 지...)

풍수지리와 복에 대한 길흉화복에 관한 내용도 한국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초자연인들의 특별한 능력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해 재밌었는데요.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모를 모호한 상황이 연속되고 정확하게 상황 파악이 안된 주인공은 자신만의 생각(추리)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답답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왠지 이 모든 게 신입 생도들의 실전 교육을 위한 훈련이었다고, 모든 게 다 거짓이었다고 말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는데요.

그게 아니어서 어찌나 아쉽고 안타까웠던지요.

해피엔딩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듯한 주인공의 묘한 결말이 씁쓸하긴 했어요.

읽으면서 뭔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우령인 민과 준의 이야기가 '드래곤 펄'이라는 책으로 따로 있다고 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환과 준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소설 속에서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궁금했는데 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드래곤 펄을 읽어봐야겠어요.

디즈니+로 영화화된다는데 영상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한복을 입은 옛날의 모습과 우주라는 미래의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소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도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