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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g012
- 작성일
- 2021.12.28
거꾸로 소크라테스
- 글쓴이
- 이사카 코타로 저
소미미디어
이사카 고타로의 데뷔 20주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5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두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더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사실!
영리한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5가지 이야기 모두에 독자들을 위한 잔재미들을 적절히 숨겨 두었다. 작가의 옛 선생님이 이름을 달리하시고 숨어 계시기도 하고 실린 이야기 모두가 "선입관"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제목에서도 재미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앞서 만난 등장인물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헤어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1. 거꾸로 소크라테스
소설의 처음은 티브이에 중계되는 야구 경기로 시작된다.
티브이를 끄기 전 마지막 화면에는 중견수가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공을 성공적으로 잡아내고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그러고는 이야기는 가가, 안자이, 구사카베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담임 선생님, 구루메는 구사카베를 무시하는데 전학생이던 안자이는 그런 선생님의 선입관을 없앨 묘책을 짜내고 친구들은 그 뜻에 합세한다. 선생님의 구사카베를 향한 마음가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발칙한 아이들.
읽으면서 내 초등시절이 자꾸 떠올라 코가 시큰할 정도로 그리워졌다.
나의 초등 시절에도 안자이와 구사카베가 있었고 구루메 선생님도 계셨다. 시대와 국가를 떠나서 사람 사는 모습은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난 안자이는 못되었다. 하지만 앞장서는 용기는 없었어도 적당히 정의로운 마음은 지녔던 가가, 딱 그 아이였다.?
티브이에서 구사카베가 보내는 친구들을 위한 사인을 알아봤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순간, 작지만 당차고 따듯했던 그 시절로 홀연히 돌아갔으리라.
어디선가 분명 안자이도 벅차하고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를 외칠 수 있었던 안자이가 양아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리가 없다.
역시 쓰치다 녀석은 어릴 때 그대로군.
2. 슬로하지 않다
쓰카사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은사를 만나러 병원에 왔다.
당연히 초등시절이 떠오르고 선생님과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혔던 그날, 전학 온 다카기는 오합지졸인 B팀을 돕다가 다리를 다친 무라타 대신 달리게 된다.
다카기는 그동안 달리기 실력을 숨겨왔던 터.
다들 입이 쩍 벌어지고.
여자애들의 중심에 서서 아이들을 쥐락펴락하는 시부타니는 노골적으로 다카기에게 반감을 드러낸다. 그러던 와중에 다카기의 비밀이 공개된다.
이 이야기의 백미는 주인공 나와 그의 친구 유타의 돈 콜레오네 놀이다.
<대부>의 한 장면을 흉내 내면서 문답을 나누는 말장난이다. 나중엔 끝의 "그렇다면 없애라"가 어찌나 찰떡인지 은근히 그 대사가 기다려졌다.
작가가 5학년 때의 본인의 기억을 그대로 살려 놓았던 것일까.
"없애라" 이 한마디에 마법처럼 난 딱 5학년 아이로 돌아갔다가 이소켄 선생님이 미래에 건네주시는 결혼사진 한 장에서 신랑과 신부 그리고 그 옆의 친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쓰카사의 마음이 되어 사십 후반의 아줌마로 돌아왔다.
아련하고 애달픈 지나간 시간들.
쓰카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진 속의 그들이 웃고 있어서 기뻤고 그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이 다 뿌듯했다. 동시에 그들이 공유해온 시간에 나는 끼지 못했음을 깨닫자 몸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쓸쓸함이 밀려왔다. 이제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앞두니 가슴이 아팠다.'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다?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쓸쓸함'
아... 눈물 나게 그리운 돈 클레오네, 그리고 그때 그 친구들.
3. 비옵티머스
제목이 뜻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가 정말 궁금했는데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앞에 아닐 비(非)가 붙은 것이다.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며 구보 선생님을 깔보는 나이토는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야스이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외계인인 사실을 숨기고 트레일러로 변신해 있던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나중에 그것이 본인의 평판으로 남게 되어 언제 어디서 족쇄로 변할지 모른다.
나이토, 후쿠오 엄마를 만나던 날, 무척 당황했지?
나도 이런 비슷한 인생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역시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없이 많은 선입관에 갇혀 제대로 앞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4. 언스포츠맨라이크
규칙을 벗어나 저지른 반칙 행위를 말하는 언스포츠맨 라이크.
리틀 농구 마지막 경기 중에 슌스케가 중요한 시기에 순간적으로 발을 내밀어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아유무는 슌스케의 실수에 자신의 자신감 없는 행동이 가려졌을 뿐이라고 스스로 자책한다.
리틀 농구단 팀원 5명의 친구들은 그 후로도 이소켄 코치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 묻지마 범죄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범죄자일지라도 그에게도 자유투가 주어지고 공격권도 주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그 사람이 모든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되겠지.
'영원'과 같이 느껴진다는 농구의 마지막 1분!
그 영원의 시간을 제대로 느낄 줄 알아야겠다.
5. 거꾸로 워싱턴
도시히코와 겐스케는 친구 야스시가 새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고 그의 방을 엿보기 위해 드론을 날린다. 하지만 바로 발각이 되고 자신들이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에는 워싱턴의 일화가 나온다. 정직하게 본인의 잘못을 고백하여 되려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여전히 먹히는 진리인가. 물론 "정직"이란 행위는 도덕적이며 추구되어야 할 가치관이긴 하지만 말이다.
띠지에 적힌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라는 소리가 다섯 가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아이들의 입을 빌려 들리는 듯했다. 어느새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나도 모르는 사이 젖어버린 것을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말랑말랑한 관점으로 세상을 읽으며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들려줄까? '거봐, 어른들이 다 그렇지.'라면서 쓴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땐 나도 겐스케 아빠의 말을 빌려서 '엄마도 처음이라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그러니 네가 많이 도와달라며 앓는 소리를 해봐야겠다.
영리한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5가지 이야기 모두에 독자들을 위한 잔재미들을 적절히 숨겨 두었다. 작가의 옛 선생님이 이름을 달리하시고 숨어 계시기도 하고 실린 이야기 모두가 "선입관"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을 제목에서도 재미있게 드러내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앞서 만난 등장인물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헤어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1. 거꾸로 소크라테스
소설의 처음은 티브이에 중계되는 야구 경기로 시작된다.
티브이를 끄기 전 마지막 화면에는 중견수가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공을 성공적으로 잡아내고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한다.
그러고는 이야기는 가가, 안자이, 구사카베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담임 선생님, 구루메는 구사카베를 무시하는데 전학생이던 안자이는 그런 선생님의 선입관을 없앨 묘책을 짜내고 친구들은 그 뜻에 합세한다. 선생님의 구사카베를 향한 마음가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는 발칙한 아이들.
읽으면서 내 초등시절이 자꾸 떠올라 코가 시큰할 정도로 그리워졌다.
나의 초등 시절에도 안자이와 구사카베가 있었고 구루메 선생님도 계셨다. 시대와 국가를 떠나서 사람 사는 모습은 어쩜 이리도 비슷할까. 난 안자이는 못되었다. 하지만 앞장서는 용기는 없었어도 적당히 정의로운 마음은 지녔던 가가, 딱 그 아이였다.?
티브이에서 구사카베가 보내는 친구들을 위한 사인을 알아봤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순간, 작지만 당차고 따듯했던 그 시절로 홀연히 돌아갔으리라.
어디선가 분명 안자이도 벅차하고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를 외칠 수 있었던 안자이가 양아치 모습을 하고 있었을 리가 없다.
역시 쓰치다 녀석은 어릴 때 그대로군.
2. 슬로하지 않다
쓰카사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인 은사를 만나러 병원에 왔다.
당연히 초등시절이 떠오르고 선생님과 그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혔던 그날, 전학 온 다카기는 오합지졸인 B팀을 돕다가 다리를 다친 무라타 대신 달리게 된다.
다카기는 그동안 달리기 실력을 숨겨왔던 터.
다들 입이 쩍 벌어지고.
여자애들의 중심에 서서 아이들을 쥐락펴락하는 시부타니는 노골적으로 다카기에게 반감을 드러낸다. 그러던 와중에 다카기의 비밀이 공개된다.
이 이야기의 백미는 주인공 나와 그의 친구 유타의 돈 콜레오네 놀이다.
<대부>의 한 장면을 흉내 내면서 문답을 나누는 말장난이다. 나중엔 끝의 "그렇다면 없애라"가 어찌나 찰떡인지 은근히 그 대사가 기다려졌다.
작가가 5학년 때의 본인의 기억을 그대로 살려 놓았던 것일까.
"없애라" 이 한마디에 마법처럼 난 딱 5학년 아이로 돌아갔다가 이소켄 선생님이 미래에 건네주시는 결혼사진 한 장에서 신랑과 신부 그리고 그 옆의 친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쓰카사의 마음이 되어 사십 후반의 아줌마로 돌아왔다.
아련하고 애달픈 지나간 시간들.
쓰카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진 속의 그들이 웃고 있어서 기뻤고 그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했다는 사실에 내 마음이 다 뿌듯했다. 동시에 그들이 공유해온 시간에 나는 끼지 못했음을 깨닫자 몸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쓸쓸함이 밀려왔다. 이제 그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앞두니 가슴이 아팠다.'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다?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쓸쓸함'
아... 눈물 나게 그리운 돈 클레오네, 그리고 그때 그 친구들.
3. 비옵티머스
제목이 뜻하는 바가 과연 무엇일까가 정말 궁금했는데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 앞에 아닐 비(非)가 붙은 것이다.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치며 구보 선생님을 깔보는 나이토는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야스이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외계인인 사실을 숨기고 트레일러로 변신해 있던 트랜스포머의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나중에 그것이 본인의 평판으로 남게 되어 언제 어디서 족쇄로 변할지 모른다.
나이토, 후쿠오 엄마를 만나던 날, 무척 당황했지?
나도 이런 비슷한 인생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역시 사람은 죽는 날까지 배우고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없이 많은 선입관에 갇혀 제대로 앞을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4. 언스포츠맨라이크
규칙을 벗어나 저지른 반칙 행위를 말하는 언스포츠맨 라이크.
리틀 농구 마지막 경기 중에 슌스케가 중요한 시기에 순간적으로 발을 내밀어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아유무는 슌스케의 실수에 자신의 자신감 없는 행동이 가려졌을 뿐이라고 스스로 자책한다.
리틀 농구단 팀원 5명의 친구들은 그 후로도 이소켄 코치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 묻지마 범죄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범죄자일지라도 그에게도 자유투가 주어지고 공격권도 주어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한 번의 실수로 그 사람이 모든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되겠지.
'영원'과 같이 느껴진다는 농구의 마지막 1분!
그 영원의 시간을 제대로 느낄 줄 알아야겠다.
5. 거꾸로 워싱턴
도시히코와 겐스케는 친구 야스시가 새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고 그의 방을 엿보기 위해 드론을 날린다. 하지만 바로 발각이 되고 자신들이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에는 워싱턴의 일화가 나온다. 정직하게 본인의 잘못을 고백하여 되려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여전히 먹히는 진리인가. 물론 "정직"이란 행위는 도덕적이며 추구되어야 할 가치관이긴 하지만 말이다.
띠지에 적힌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라는 소리가 다섯 가지 이야기를 읽는 내내 아이들의 입을 빌려 들리는 듯했다. 어느새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나도 모르는 사이 젖어버린 것을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말랑말랑한 관점으로 세상을 읽으며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들려줄까? '거봐, 어른들이 다 그렇지.'라면서 쓴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땐 나도 겐스케 아빠의 말을 빌려서 '엄마도 처음이라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그러니 네가 많이 도와달라며 앓는 소리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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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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