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책

연서
- 작성일
- 2013.4.23
회색곰 워브
- 글쓴이
- 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우상구 글,그림
청어람주니어
두고두고 읽고 싶은 시튼 동물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회색곰 워브>, 아이와 함께, 동물을 사랑했던 작가로 알려져 있는 시튼의 동화책을 읽었습니다. 자연주의 작가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게.. 담담하게 회색곰 위브의 일생을.. 자연 그대로 그려낸 100쪽 남짓의 꽤 깊이 있는 책입니다.
그림의 어미곰은 미국 서부지역 험준한 리틀파이니 계곡에서 네마리의 새끼곰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곰은 새끼 곰을 해하려던 근처 목장의 황소를 상처입히게 되고, 목장을 경영하던 피켓 중령의 총에 맞아 죽게 되지요. 워브를 뺀 어미와 새끼 세마리를 사살한 피켓 중령 때문에 그 무렵에 생겨난 우체국에는 '포 베어스'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졸지에 어미를 잃는 새끼 곰 워브는 살아가는 방법을 어미없이 스스로.. 톡톡한 댓가를 치루며 배워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야생에서 사는 법을 터득하던 워브..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법도 알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워브는 자신을 괴롭혔던 흑곰을 다시 만납니다.
'그런데 어쩌다 저렇게 몸이 작아졌을까? 예전엔 엄청나게 큰 놈이었는데...'(48쪽)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지만, 너무나 커져버린 워브.. 상대적으로 흑곰이 작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전에 흑곰을 혼내주고 전에 당한 것을 갚아주게 됩니다. 아이와 이 장면에서 너무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자기가 큰 것을 모르고 흑곰이 작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못된 흑곰 녀석 쌤통이다..이러면서요.. 기회는 이때!! 잘 안먹던 아이에게 열심히 먹어야 워브처럼 커지고 그래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눈치를 보니 아이도 느낀 바가 큰 듯 합니다.
점점 커지며 힘이 세어진 워브.. 어느 날 광부들을 만납니다. 총으로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의 공격도 막아낸 워브지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뿐.. 자신을 해하지 않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지나쳐갑니다. 무시무시한 존재로.. 다른 동물과 사람들을 경계했던 회색곰 워브..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이 강해진 힘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사람을 위협했지만..그 모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했다는 생각을 하니..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외로웠을 워브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끔은 힘겹고 외로운 우리의 일상.. 워브를 보며 위안을 받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마음 아프게 배우는 것 중에 하나가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는 사실은 주변의 누군가 혹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은연 중에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어려서 살던 동네에 동생이랑 시끄럽게 논다고 야단치시던 앞집 아저씨가 어느 날 돌아가셨습니다. 전처럼 떠들어도 소리치시는 분이 사라지셨다는 사실.. 어린 나이였지만, 죽음이 가진 큰 의미.. 그 슬픔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주 조금씩,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하는 아이.. 아이는 회색곰 워브의 죽음을 담담하게 그려낸 동화책을 통해, 자연의 섭리.. 죽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슬프고 두렵기만한 것이 아니라.. 인생의 일부..자연의 섭리라는 것을요.
담담하게 회색곰의 일생으로 삶을 이야기하는 깊이있는 동화.. 진지하게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고 위안 받을 수 있는 동화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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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