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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hiro
- 작성일
- 2023.2.23
[eBook] 트로피컬 나이트
- 글쓴이
- 조예은 저
한겨레출판
책모임을 같이하는 회원분이 중학교 딸이 주문해달라고 했다며 요즘 중고생들에게 인기있는 작가라며 소개해주어 읽게 되었다.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집을 다 읽고나니 <외로운 존재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존재들은 그 외로움을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처리한다.
아예 그 존재를 사라지게 함으로써(할로우키즈),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식인 동거인과 함께 하기 위해 남편의 시체를 먹여서라도(고기와 석류), 세상의 틈으로 떨어진 낯선 세계에 같이 떨어진 손을 괴기스럽게 껴안으면서(릴리의 손), 나와 부모의 욕망사이에서 쓸모없음의 존재에서 탈출하고 해방되기 위해 낯선 음식을 욕망하며(새해엔 쿠스쿠스), 히키코모리의 삶 속에서 연결되기 위해 다단계 판매에 속아주며(가장 작은 신), 포옹의 따뜻함을 알아버려서 더 이상 악몽을 먹지 못하더라도 함께 하려하며(나쁜 꿈과 함께), 저주와 낙인 속에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잔혹한 도끼 만행도 서슴지 않으며(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자신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주인공들이 나온다. 이들의 외로움은 주류 혹은 근원에서 어떠한 경로를 통해 미끄러짐으로써 생겨나게 된다. 입김 센 부모를 두지 못한다든지(할로우키즈), 갑자기 이세계로 가게 된다든지(릴리의 손), 부모의 기대를 맞추기 어려워서(새해엔 쿠스쿠스)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이런 무언가에서 미끄러져서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의 외로움 극복 방식은 희망의 메시지나 우리가 흔히 하는 응원의 말과는 많이 낯설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의 외로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누구나 어디선가 미끄러진 존재같은 느낌을 받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십대 아이들이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낯설지만 기존의 메시지와는 다른 어떤 지향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나에게는 단편 중 <유니버설캣숍의 비밀>은 다른 단편과는 다소 결이 다른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가 고양이 집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거실에 통통하게 늘어져 있는 고양이를 보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상상해 보는 그런 이야기라고 할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어느 별에서온 어떤 생명체같다고 표현하는 것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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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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