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박이
  1. # 책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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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커트니
글쓴이
존 버닝햄 글,그림/고승희 역
비룡소
평균
별점9.5 (26)
햇살박이


- 내 친구 커트니 │ 존 버닝햄 글,그림 │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6년 5월




작년엔가 저작년엔가 동네 시립도서관의 리모델링한 어린이 열람실을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우연히 이책을 만났다. 존 버닝햄이라는 이름 넉 자만 보고는 덥썩 집어들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때론 혼자 히죽대기도 하고.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와 바로 책을 주문했다. 요즘도 가끔 생각날 때면 책장 한 귀퉁이에서 꺼내 혼자 깔깔대며 보곤 하는 그림책이다. 오늘도 이책이 생각나 오랫만에 다시 책을 꺼내 읽었다.

몇년 전 우리나라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존 버닝햄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쿠르트 마슐러상, 뉴욕타임즈 최우수 그림책상 등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유명한 그림책 작가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린 이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다. 그림책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아마 그의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그러한 이들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기억을 더듬다가 예전에 조카들에게 어린이날을 맞아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몇 권 선물했던 게 생각났다. 그러나 정작 책내용은 가물가물하니 이게 웬일. 그런 의미에서 <내 친구 커트니>는 존 버닝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읽은 나의 첫 그림책인 셈이다. <지각대장 존>, <우리 할아버지>와 함께 존 버닝햄의 그림책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데, 이책 덕분에 존 버닝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개를 키우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조르고 졸라 겨우 허락을 받아낸다. 집에서 같이 지낼 개를 고르러 가는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는 '깨끗하고 잘 생긴 개'를 고르라고 충고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늙은 떠돌이개 '커트니'를 만나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엄마ㆍ아빠는 자신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늙은 똥개를 데려왔다며 아이들을 나무라지만, 이게 웬일! 아침 일찍 사라졌던 커트니가 자신의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돌아온다. 이 부분에서 완전 빵~ 터졌다! 여행가방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개라니! 의인화된 개 커트니의 재등장으로 인해 이전까지 일상적이었던 책 속의 현실들이 동심의 세계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 동시에 유쾌하고 신나는 커트니의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개 커트니는 컴백홈 하자마자 요리사가 되어 밥을 하고, 웨이터가 되어 식탁을 차려주며,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어 식사하는 식구들을 위해 연주도 한다. 마술 도구를 꺼내 아기와 놀아주는가 하면 마당의 잔디를 깎고, 아이들과 함께 티비 시청을 하고, 엄마의 대화나 춤 상대가 되어주고,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도 커트니의 몫이다. 늙수구레하고 볼품없어 보였던 늙은 개 커트니는 그렇게 가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온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개 커트니는 어느날 홀연히 가족들 곁을 떠난다. 커트니도, 커트니의 가방도 사라졌고, 아이들은 커트니를 찾기위해 노력하지만 커트니의 소식은 들을 수가 없었다. 커트니는 왜 사라진걸까? 그리고 그해 여름방학 때 떠난 가족 여행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발생한다.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한 건 과연 누구일까?






아이들은 부모님 말씀처럼 '깨끗하고 잘 생긴 개' 대신에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개'를 찾는다. 그리고 늙고 볼품없는 떠돌이개 커트니를 데려온다. 부모님은 늙은 똥개라며 나무라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귀엽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어른들의 세속적인 잣대가 짧고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커트니는 그런 아이들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멋지게 변신해 가족들을 즐겁게 해준다.

나라면 과연 아이들처럼 커트니의 볼품없는 외모가 아닌 따듯한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원래 동물을 무서워해 애완견을 고를 일 자체가 없겠지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나 역시 아이들의 부모와 별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아마 다른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아니라굽쇼?). 그리고 그건 비단 애완견 뿐만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뜨끔했고 씁쓸했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곤 안도하기도 했다.


존 버닝햄의 다른 그림책들과 마찬가지로 《내 친구 커트니》도 생략과 압축의 묘미가 돋보이는 간결한 글과 존 버닝햄 특유의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존 버닝햄의 그림체는 마치 아이들이 쓱쓱 대충 그린 것 같은 단순한 느낌을 주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유명 작가의 그림치고는 너무 어설퍼 보여서 조금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의 그림책들을 만나면서 점점 그 그림의 매력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설픈 듯 자유분방한 그림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익살이 녹아있고, 뭔가 부족한 듯한 그림을 통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만날 수도 있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그림을 통해 드러난다. 간결한 글에 대한 부연 내용을 그림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에서는 따듯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것이 바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그림책을 오래도록 사랑하는 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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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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