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황

파란자전거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5.13
소식
그때부터였던가 보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
읽던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책 없이 살까 싶었는데
그런 하루가 별 일없이 흘러갔다
눈에 핏줄이 터지는 때도
잠을 줄이며 뒤적이던 밤도
다 그런 거였다
밖에 나가 웃다가
불빛을 밟고 돌아오면
쌓인 책들은 벽처럼 무뚝뚝하고
끈질기게 졸라보는 밤
꿈에서도 책 없이 가늘게 꿈을 이어갔다
남쪽 하늘에 오래전의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또,
그때 서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하도를 건너 다시 역으로 가던 뒷모습
빵에 바를 잼을 만들다가도 떠올랐는데
미루다가
미룰 수밖에 없는 날이 계속 되고
읽지도 못할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
선물로 받은 책을 다 읽지도 못했을 때
소풍 잘 다녀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 말들이 생각나서
하는 일 없이 또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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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