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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를 읽는가
글쓴이
프레드 사사키,돈 셰어 공편
봄날의책
평균
별점8.8 (10)
파란자전거

 

책은 기획이 반 이상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역할 반에 편집자 역할이 반 아닐까도 생각한다. 특히 이런 기획된 책을 읽으면 그 생각이 더 또렷해져서 글 쓰는 일보다 편집 일에 보다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은 '누가 시를 읽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대답한 내용을 싣고 있다. 대답한 사람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미국의 유명한(그렇다고 하니까) 시 전문지 <시> 편집자 두 명이 시단 외부인들에게 시에 대한 글을 쓸 지면을 주었다. 좋은 노래는 누가 들어도 좋은 것을 아는 것처럼 좋은 시는 시에 문외한이라도 감동을 받는다. 시와 관련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시에 대해 할 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임금님은 벌거숭이!'외침을 들을 수 있는 용기있는 길이라는 것을 저자들은 알았다. 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시에 대해 정의하는 말을 들여다보는 것은 몹시 흥미롭다. 색깔이 다른 50벌의 옷을 눈앞에 두고 살펴보는 것 같았다.

 

생물학자인 헬렌 피셔는 시인들은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감정의 일부를 감지하고 느끼고 이해할 수있게 해준다'라고 했다. 시 한 편을 읽을 때마다 창작자의 흥분한 체험을 간접경험함으로써 우리 삶을 보다 풍성하게 해준다는 뜻으로 읽었다.

 

우리가 시에 대해 곧잘 부여하는 '아름답지만 쓸모없는' 이미지에 대해 편집자 리오폴드 프릴리크는 '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시는 무용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서 시인인 브로드스키의 말을 인용해서 무용지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시를 읽거나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사회는 스스로를 열등한 표현의 상태, 정치인이나 상인이나 협잡꾼의 상태로, 간단하게 말해서 그 자신의 상태로 밀어 넣을 운명에 처한다."

 

그런데 아프리카 브룬디의 전 국회의원인 에티엔 응다이쉬미예는 자신의 나라  대통령에게 시를 들려줌으로써 좋은 땅을 얻은 경우를 들려주어서 재미있었다. 대통령의 지시로 주지사는 주민들에게 땅을 나눠주었다. 그리나 땅을 받은 주민들은 분노했고, 항의의 뜻으로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아래의 시를 노래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우리에게 땅을 주시다니

먼지와 돌만 가득한 땅을.

 

아래의 시도 독자들에게 희생당한 사람을 증거하는 유용한 사례를 만들었다.

 

 

나는 보았다

어린 흑인 소년 셋

묘지에 누웠다

노는 중인지

예행연습 중인지 알 수 없었다  (바바 루카타, <예행연습>

 

우리는 다리 위에서 걸음을 늦추고

밀랴츠카 강가에서

인간의 시체를 찢어발기는 개들을 지켜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 안의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이빨 사이에서 으깨지는 사과처럼

눈이 자동차 바뀌에 깔려 뭉개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문득 비웃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졌다

너를

넌 이곳을 지옥이라 부르고는

여기서 달아났지

사라예보 바깥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서 (『사라예보 블루스』중 <시체>

 

미국의 저널리스트 제프리 브라운은 재소자들에게 시를 가르친 적 있는 셸턴의 말을 소개하면서 시의 유용성을 얘기했다.  제소자들은 시를 배우면서 "언어를 향한 태도, 언어를 정직하게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스스로에게도 정직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태도다. 그러면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자신을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은 제소자 뿐만 아니라 시를 읽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있다.

 

이 책을 통해 시의 유용성을 말하는 쉰 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알고보면 시가 이렇게나 쓸모많구나 싶어서 다음부터는 시에 대해 '아름답지만 쓸모없는'이라는 말은 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에 관한 말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중국의 활동미술가 아이 웨이웨이의 문장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시의 유용성과 가깝다고 생각해서다.

 

시를 경험하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 길이며, 다른 삶과 다른 층위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며 가장 중요하게는 젊고 늙고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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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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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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