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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1228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9.6.2
우리는 언제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 합니다. 대체로 그 방식은 한 가지로 정의되는데, 내 의견을 남에게 무조건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는 달라도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말하는 이상적인 소통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이 통하는 건 평등하고 공정한 운동장 위에서 가능할 뿐이지 기울어진 형세의 땅 위에서 아무리 그런 소통방식을 원해봤자 힘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몰리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한쪽이 지극히 폭력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심지어 이기적이라면 소통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약자들의 의견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담론이라면 더더욱 그래왔습니다. 약자와 관련된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권력자들이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가? 아마 아닐 겁니다. 오히려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하고 세상을 피곤하게 사냐며 무시할 겁니다. 더 나아가면 너무 “급진적”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입니다. (필자가 실제로 들어봤던 말입니다...) 이런 패턴이 만연한 사회에서 권력자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충고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배를 부글부글 끓게 하는 좋지 않은 음료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마셔보는 매실차 같은 책이었습니다.
"소통적 태도란 나도 옳고 너도 옳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다. 서로의 의견 차를 ‘다름’이라는 말로 쉽게 인정한다면 우리는 서로 옳고 그름을 합의할 최소한의 근거를 아예 잃어버린다. (중략) 우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격렬한 논의 안에 뛰어들어 수많은 목소리와 경쟁해야 한다. 그 불편한 과정을 회피한 채 서둘러 절충안을 찾고 합의하려는 것, 그것이 강요된 화해다. 그리고 이러한 강요된 화해는 매우 높은 확률로 사회적 통념의 편에 선다."
-p.7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책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는 시기마다 의견이 충돌했던 사건 혹은 현상을 가져와 분석하고 그 안의 ‘틀림’을 지적합니다. 아이돌 레드벨벳의 아이린, 소녀시대의 수영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한 것이 왜 잘못이라고 하는가. 어째서 걸그룹 멤버가 성평등적인 관점에 접근하고 자기 생각을 주체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네이버 웹툰의 <여신강림>이 비슷한 키워드를 가진 <화장 지워주는 남자>와 비교했을 때 왜 낡아버린 ‘여적여’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어째서 성폭력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표명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큰 용기’가 되어야만 하는가. 이 모든 작가의 지적은 단순한 비난이 아닌, 확실한 논리를 지닌 비판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만 합니다.
이어 작가는 언론인으로서 방송과 언론에서 재생산하는 ‘틀림’을 꼬집으며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공영방송 예능을 향해 쉬는 한숨들입니다. 법정에 가야 할 사건을 방송에, 심지어 예능에 끌어와 웃음으로 마무리 하는 <안녕하세요>는 물론이고 세월호 비하 단어로 구설에 올랐던 <전.참.시(전지적 참견 시점)>는 발달 장애인을 흉내 내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구조적인 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인권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는 이 파트는 예능을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이를 만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여태껏 쌓여있었던 체기가 한 번에 내려가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차분히 덮었을 때는 이런 글이 ‘소통’에 대한 좋은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명백히 틀린 것을 다름으로 치부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이퀄리즘”은 틀렸다고 외쳐야 하며, 모두의 의견이 평등하게 받아들여지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하며,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 들어야 합니다.
지금 사회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혹은 그러고 싶으나 비난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후자로서 이 글을 빌어 조곤조곤하지만 날카롭게 ‘틀림’을 지적해준 작가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멀리서나마 전하고 싶습니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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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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