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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비나
- 작성일
- 2019.6.24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 글쓴이
- 무옌거 저
쌤앤파커스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무옌거, 쌤앤파커스
사실 나는 남편과의 혼인을 꽤 오래 망설였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혼인하는 건,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이 문제도 분명 컸다.
나는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마리 앙뚜아네트와 루이 16세 같은 혼인을 원했다. 뜨거울 필요는 없었다. 가슴이 뛸 필요도 없었다. 언젠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아아. 이게 사랑이었구나.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정말로. 하지만 그걸 타인에게 강요해도 괜찮은지, 그건 정말 확신이 없었다. 남편의 괜찮다는 말의 유통기한이 궁금했다.
언제까지. 몇 달? 몇 년? 너는 대체 언제까지 사랑 없는 날 감당할 수 있는데? 그 말이 목에까지 올라왔고, 그리고 애써 삼켰다.
하지만 정말 망설이게 만든 건, 그의 부모님이었다. 우리 집은, 좋게 말하면 개인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방임주의다. 나는 내 도리를 다 할 테니, 너는 네 도리를 다 해라. 그 외에는, 서로의 인생, 간섭하지 말고 살아가자.
하지만 그의 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간섭하려고 했다. 남편 혼자 간섭 받으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집은 그런가보다, 깔깔 웃으며 넘어가면 그만일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간섭이 내게까지 넘어온다면. 그건 공포였다.
과거, 나는 몇 번이고 나를 속이려고 시도했다. 괜찮아.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야. 나는 견딜 수 있어. 내 몸은 몇 번이고 내가 경고했다. 너는 괜찮지 않아. 계속 네가 그렇게 너를 속인다면, 너는 지금보다 더 망가질 거야. 엉망이 된 몸을 부여잡으며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 생각 이상으로 약하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을 한참 지나쳤다.
남편 부모님 때문에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혼의 절대적인 이유는, 서로의 가족이다. 가족이 싫어지면, 배우자도 싫어지고, 배우자가 싫어지면 남는 건 하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불행해질 걸 알면서, 그 길로 뛰어드는 건 바보 밖에 없다. 뜨거운 물에 손을 넣으면 손이 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확인해보는 건 정말 무의미한 짓이다. 그 시간에 다른 일에 투자하는 게 더 적절하다.
하지만 결국은 그 바보 같은 짓을 해버렸고. 이제 남는 건, 어떻게든 잘 도망치는 것뿐.
나쁜 사람이고 싶지는 않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싶다. 하지만 감당 못할 것까지 감당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는 보답 받을지도 몰라. 그런 헛된 기대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
보답 받지 않아도 된다. 좋은 사람이지 않아도 된다. 그냥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 너는 대체 왜 그러니, 그 말에, 그러게요. 한 마디로 웃어버리고 끝내고 싶다.
할 수 있는 건 했으니, 후회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만 했으니, 왜 내 노력에 보답해주지 않느냐고 매달릴 필요도 없다. 그리하여 읽었던 책.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는 없다.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억지로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는 마. 너는 네 인생을 살면 돼. 할 수 없을 때는 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해. 타인에게 휘둘리지 마. 너는 너야.
이미 다 아는 이야기. 그렇기에 어려운 이야기이다.
영리하게 관계를 풀어나가는 건 아직 어렵다. 좋은 사람이지만 만만하지 않는 사람은 아직 저 먼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한 만큼은 일단 노력해보자. 지금은 불가능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런 꿈을 꾸어보면서.
부디 이 책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당신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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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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