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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3.29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리커버 에디션)
- 글쓴이
- 썸머 저
책과이음
예전엔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피해자이면서도 사회적인 묵시 때문에 일반적으로 참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디 가서 얘기해도 위로받지 못하고 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나쁜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아무래도 조금은 속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분위기라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전통적으로 속으로 끙끙 앓고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들이 더 이상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책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와 딸
어느 가정이든 나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 가정사나 개인사이기 때문에 공론화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개입하기도 힘든 영역이라 가정 안에서 어떤 형태든 괴롭힘이나 폭력이 가해지면 많은 경우에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어디 호소하거나 기대기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는 조금 더 미묘함이 있는 것 같다.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관계가 꽤 많다. 부모님들도 인간이기에 정신적으로 어떤 이유에서든 당연히 불안정할 수 있다. 그걸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부모님이라고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을 이 잘못된 관계가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했던 딸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사실 당신이 아니라 엄마가 문제였다고 말이다. 이런 증상을 전문용어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나르시시스트 부모라고 부르고 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자신에 대한 애정이 과도한 인격 장애다. 심지어 자신의 딸이라도 자신이 우선이기 때문에 엄마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증상이다.
세상에 그런 엄마가 몇이나 되겠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의하면 전체 인구의 6%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중에 여성이고,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는 사람을 생각해 보면 못해도 100명 중 1~2 명은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결코 적지 않은 수다. 반대로 꽤나 많은 아이들이 이런 엄마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진 채로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경우 어린 시절부터 딸들은 자신이 엄마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이로 인한 폭언과 학대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과연 엄마로 인한 학대와 고통을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딸들은 고스란히 이런 고통을 스스로 감당하며 대부분 자신이 잘 못해서 엄마가 그런 것이라고 자책하며 자라게 된다.
내가 잘 못해서 엄마가 화가 난 거야. 내가 부족해서 엄마가 슬퍼하는 거야. 나는 불효 자식이야. 내가 더 잘하면 엄마도 괜찮아질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자란 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존감이 떨어지고 위축된 상태가 된다. 성인이 되어 큰맘 먹고 주변에 이야기를 해 봐도, 엄마를 나쁘게 말하는 나쁜 딸이 되어 버리거나, 엄마도 여러 가지로 힘드셔서 그랬을 테니 용서해 드리라거나, 니가 이해해야지 어쩌겠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딸들은 역시 자신이 문제였나 생각하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딸 역시 공허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이들은 영원불변한 관계를 맺고 서로에게 의존하고 싶어 한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을 돌봐주는 딸을 통해 확신과 안정감을 느끼길 원하고, 딸은 엄마의 승인과 허락을 갈구한다. 홀로 서지 못한 까닭에 둘은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중에서
그런데 저자는 당신이 아니라 엄마가 문제였다고 단호히 이야기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부모는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니라 그런 장애가 있는 부모의 문제이니, 모든 걸 혼자 떠안고 괴로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당신도 당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르시시스트 엄마
저자는 이런 부모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확률적으로 1% 정도이니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딸에게 왜 엄마를 이해해 드리지 못하느냐, 왜 엄마를 나쁘게 말하느냐, 왜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나르시시스트 엄마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읽으면서 아니 세상에 이런 엄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이런 엄마를 겪어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일곱 살 된 딸의 머리를 감겨주며 "스스로 머리도 감지 못하는 한심한 아이"라고 비난하거나 경제력이 없는 학생인 딸에게 "너 때문에 우리가 가난하게 산다"라며 필요한 학용품을 사주지 않는 식이다.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중에서
이런 장애를 가진 엄마는 항상 딸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어딘가 몸이 아프면 '니가 어릴 때부터 하도 칭얼거려서 맨날 업어 키우느라 손목이랑 관절이 다 나가서 이렇게 고생'이라거나, 너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남들은 딸들이 이렇게 잘 됐다던데 너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서 못 살겠다. 너는 못생긴 애가 왜 그렇게 짧은 옷을 입느냐 등등 상처 주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트라우마를 가진 딸
저자는 이런 트라우마를 가진 모든 딸들을 대표해 시원하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기 때문에 자신이 모든 문제를 떠안고 "그래, 나는 나쁜 딸이야, 내가 잘 못해서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한 거야. 내가 부족해서 엄마를 화나게 한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책은 철하게 딸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그리고 어디에도 이런 고통을 호소하지 못하는 피해자인 딸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글로 쓰던, 녹음기에 녹음을 하던, 블로그에 비공개로 포스팅을 하던, 익명으로 유튜브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던, 아니면 정식으로 심리 상담을 받던 어딘가에 자신의 이야기와 어려움을 털어놓으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는 답답한 마음에 유튜브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구독자 3.3만 명이고,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영상은 조회 수가 40만에 이른다. 어디에도 말 못 하고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이 아닌가 싶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 링크를 달았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실 수 있을 거다.
https://www.youtube.com/c/%EC%8D%B8%EB%A8%B8TV
부모와 자식의 이야기는 참 민감하기도 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문제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가 참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힘든 부분인 것 같다.
이 책의 제일 앞 쪽에 저자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들의 추천사가 있는데, 참 인상적인 것이 있어서 남겨본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존재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모르고 죽었으면 한(恨) 때문에 구천을 떠돌 뻔했다. 내 인생의 은인이다.
ID_코디탈출
엄마에게 받은 트라우마로 괴로운 많은 분들이 어디에서도 얻지 못했던 위안과 치료를 받으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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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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