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ChannelBooks
- 작성일
- 2023.7.26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
- 글쓴이
- 권윤정 저
플루토
학창 시절 가장 속을 썩였던 과목을 들어보라면 아마도 '수학'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1 + 1 =2 와 같은 간단한 산수에서 시작한 수학은 미분과 적분을 다루는 수준까지 가는 도중에 수많은 고비를 맞으면 수학을 포기한 사람, '수포자'들을 생성한다. 시험 과목으로서의 수학은 일반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 또는 수학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필수 과목이다.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고, 알고 보면 원시시대부터 그랬다. 이 책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는 이렇게 인류와 항상 함께 해온 수와 측정의 역사를 짚어주는 책이다.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 온 수 개념
우리가 어려워하는 '수학'은 '수'에서 시작되었고, '수'의 개념은 원시적인 수 세기에서 출발했다. 인류사는 수와 함께한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우리 인류는 언제부터 수를 세기 시작했고, 왜 수를 세었을까? 이 책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이 수 개념이었다. 지구는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켰고,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이 변화를 감지하고 비교할 수 있는 양 감각이다. 여기에서 바로 수의 개념이 시작되었다. 결국 수의 개념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필수 요소였던 것이다.
인류는 먹을거리가 줄어들거나 기온이 심하게 떨어지는 상황이 닥쳤을 때, 본능적으로 변화를 느끼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요. 변화를 느끼고 안다는 것은 비교 감각이 있다는 말입니다. 무엇 무엇보다 춥다, 덥다 혹은 무엇 무엇보다 많다, 적다처럼요. 이것은 한편으로 양과 관련된 감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양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인류는 단순히 많다, 적다가 아니라 어떤 대상의 개수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세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죠.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 중에서
#
이런 수적 양적 감각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평지를 걷다가 낭떠러지 앞에 도달했을 때 높고 낮음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대로 걷다가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다.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는데 불을 쬐거나 옷을 더 껴입어 대비하지 않으면 역시 죽을 수 있다. 이런 양적 수치적 차이를 인지하고 대응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율을 높였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이 수와 양, 그리고 그것을 측량하는 측정과 관련된다.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가던 원시시대에도, 농사를 지으면 살아가던 농경시대에도, 그리고 최첨단의 과학 기술로 발전하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역사를 수가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이 책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는 단순히 수나 수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라, '수'라는 키워드로 살펴보는 사피엔스의 역사 같은 느낌이다. 수학책 같기도 하고 역사책 같기도 하다. 숫자라는 필터로 역사를 풀어나가는 인문학 책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수나 수학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 계량 등과 같이 인류의 역사와 생활에 관련된 수학적 개념을 모두 책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측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다른 수학 책에서 많이 보지 못한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된다. 이를테면 오늘날 전 세계가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터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프랑스 혁명이다.'라든가, 요즘 우리가 '길이를 잴 때 사용하는 '자'가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와 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들어 있다.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우리나라에서는 손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 끝에서부터 가운뎃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인 척을 자라고 했고, 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치를 사용했습니다. 자와 치는 척과 촌의 순우리말로, 길이를 재는 도구인 자라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죠.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 중에서
'자'가 이렇게 오래된 단위의 이름에서 유래했던 사실이나, '한 치 앞도 모른다'라는 말과 같은 익숙한 표현도 길이의 단위라는 사실은 참 흥미롭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친숙한 단위인 '미터 meter'라는 명칭이, 1790년 공모전을 통한 한 시민의 제안으로 지어졌다는 사실도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미터는 자, 잰다는 뜻의 그리스어 메트론 metron 또는 라틴어 메트룸 metrum 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책을 쭉 읽고 나면 왠지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게 느껴졌던, 수나 수학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나의 일상에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하게 연관이 있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왠지 수와 좀 친해지는 느낌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실 수가 없이는 현대의 우리 삶은 아예 마비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수는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수와 단위가 없다면 친구와 정확한 약속 시간을 정할 수 없고, 휴대전화의 배터리 용량을 알기 어려울 거예요. 아플 때 약 처방도 제대로 받기 힘들겠죠. 우리가 사용하는 수와 단위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 중에서
이 책 [불편을 편리로 바꾼 수와 측정의 역사]를 통해서 여전히 수나 수학을 어렵고 머리 아픈 개념으로 생각하는 많은 독자분들에게, 특히나 학교에서 학원에서 수학과 씨름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학생분들에게 조금은 수와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시험 과목으로서의 수학은 참 골치 아픈 존재이지만, 우리 삶 속의 수학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