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Books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물레방아 외
글쓴이
나도향 저
지식의숲
평균
별점10 (1)
ChannelBooks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내고, 중진국의 함정을 겪는지도 모르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 버린 유일무이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빠른 성장을 한 나라이기에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 사이의 일이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난한 나라에 속했다. 그 이전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그런 시절에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은 있어서 잘 사는 사람들과 못 사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불과 100~15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머슴이나 종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이 이야기 <물레방아>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물레방아'라고 하면 왠지 좀 야릇한 이미지가 있다. 물이 흐르는 힘을 이용해 곡식을 빻는 건전한 장소이건만 사람이 드문 산속 골짜기나 강가에 지어져 있는 특성 때문에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만남을 가질 때 종종 이용되던 장소라서 그런가 보다. 이른바 으슥한 데이트 장소이자 불륜의 장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 바로 '물레방아'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물레방앗간에서 시작된다. 어느 가을밤 인적 없이 조용한 물레방앗간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자는 그 동네 최고의 부자인 50대 중반의 신치규 영감이고, 여자는 그 집에서 움막살이를 하며 신치규의 땅을 경작하여 근근이 살아가는 스물두 살 이방원의 처이다. 신치규 늙은이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앳된 방원이 처를 구슬리고 있다.






"원 천만의 소리를 다 하는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 너도 알다시피 내가 너를 장난삼아 그러는 것도 아니겠고 후사가 없어 그러는 것이니까 네가 내 아들이나 하나 낳아주렴. 그러면 내 것이 다 네 것이 되지 않겠니. 자아 그러지 말고 오늘 허락을 하렴. 그러면 내일이라도 방원이란 놈을 내쫓고 너를 불러들일 터이니."



<물레방아> 중에서




 



주인집 영감 신치규가 자기 집 움막살이를 하는 이방원의 처를 눈여겨보고 꼬드기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허락만 하면 남편인 이방원은 당장 쫓아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성실하게 일만 하던 남편 이방원은 이런 일은 꿈에도 모르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을 판이다.





가난한 삶에 지친 이방원의 아내는 결국 신치규의 청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물레방앗간에서 나오는 모습을 남편 이방원에게 들키고 만다. 그런데 믿었던 부인마저 오히려 방원에게 등을 돌리고 악을 쓰자, 방원은 분을 못 이기고 신치규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리고 감옥에 잡혀가 3달 동안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방원의 죄라면 그저 가난했던 게 죄인가 보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 버리게 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



방원이 달려들어서 계집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부르르 떨었다.



"나는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계집은



"무얼 이럴 줄을 몰라?"



하며 파란 눈을 흘겨보더니



"나중에는 별꼴을 다 보겠네. 으레히 그럴 줄을 인제 알았나? 놔요! 왜 남의 팔을 잡고 요 모양야. 오늘부터는 나를 당신이 그리 함부로 하지를 못해요! 더러운 녀석 같으니! 계집이 싫다고 그러면 국으로 물러갈 일이지 이게 무슨 사내답지 못한 일이야! 놔요"



<물레방아> 중에서



#



 



그렇게 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방원은 가슴에 칼을 품고 신치규의 집 담장을 넘는다. 하지만 옛정에 먼저 부인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아내를 둘러업고 자신이 잡혀간 애증의 물레방앗간으로 데려 나온다. 눈물로 타일러도 보고 간청도 해보았으나 한 번 돌아간 아내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역시나 원인은 가난이었다. 가난한 삶으로 다시 돌아갈 바에는 죽는 게 낫다고 소리를 지른다.






"자아 어서 옛날과 같이 나하고 너하고 멀리멀리 도망을 가자! 나는 참으로 나의 칼로 너를 죽일 수도 없다!"





계집의 눈에는 다시 독이 올라왔다. 광채가 어두운 밤에 번개같이 번쩍거리어,



"싫어요. 나는 죽으면 죽었지 가기는 싫어요. 이제 나는 그만 그렇게 구차하고 천한 생활을 다시 하기는 싫어요. 그만 물렸어요."



<물레방아> 중에서






몇 달간 부유한 삶을 살며 돈의 맛을 알아버린 방원의 아내는 죽으면 죽었지, 이전의 구차하고 천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그만 그런 가난한 삶에 물려 버렸다. 가난이 지긋지긋하다. 방원 처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원은 도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아내를 먹여살리려고 밤낮으로 몸이 부서져라 일했건만 아내는 주인집 영감과 눈이 맞아 빼앗기고, 자신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야말로 돈이 없는 게 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 돈이 있으면 죄가 없고, 돈이 없으면 죄가 있다. 돈이 없는 게 죄요, 가난이 죄인 셈이다.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희망도 없는 방원은 결국 자신의 아내를 찌르고 자신도 자결하고 마는 비극적 결말로 끝이 난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무기력함과 울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는 요즈음, 왠지 옛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ChannelBooks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7.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7.3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7.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7.3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6.2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24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49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3
    좋아요
    댓글
    175
    작성일
    2025.7.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27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