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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아가
- 작성일
- 2020.6.7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 글쓴이
- 오하림 저
웨일북

기발한 편집이 돋보여 전체 그림이 다 나오도록 찍어봤다.
책을 읽고 나면 이 그림의 의미가 더 다가온다.
특히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닌 이유가...
손으로 눌러 펴서 찍느라 아래 부분이 잘렸다.;;;
제목에 확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좋아하는 외국 구직 사이트의 카피라고 한다.
카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로 느끼게 해준다.
책을 읽고 있자니,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야근과 휴일 근무를 당연한 듯 하던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엔 내가 숨을 쉴 시간이 있는가 자문할 정도로 쏟아지는 일에 허덕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시절도 아련한 추억이 되는 걸 보니 시간이라는 것이 그냥 작위적인 개념만은 아닌 듯 하다.
만화와 글이 적절히 조합되어 가볍게, 그러나 음미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즘 들어 이런 여백 있는 책들이 참 좋다.
다음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오거나 특히 웃음을 주었던 책의 부분들.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주 작은 칭찬도 큰 힘이 된다. 특히나 좌절이 일상인 신입 사원에게는 칭찬의 위력을 더욱 거대해진다. 신입 사원이 능숙하지 못한 건 너무 당연한 건데, 그때의 욕심은 모두가 겪었듯 잘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 그리 이성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잘 못 하는 작은 부분들을 스스로에게 큰 부족함으로 확대시키는 건 기본이다. ‘나는 왜 카피를 잘 못 쓸까’ ‘나는 왜 좋은 생각을 못 할까’ ‘내 아이디어는 언제쯤 팔릴까(채택이 될까)’와 같은 부러움과 오기만으로 회의가 마무리되던 때도 있었다. 이렇게 신입 시절이라는 것은 자존감이 지층을 뚫고 내핵까지 향하는 시기다.(중략)
그 한마디의 힘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이해력이 높은 사원’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도 OT 브리프를 받는 순간,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작은 태도로 자리 잡게 되었다.
보고 들은 것들과 나의 경험을 종합한 결과, 칭찬은 마치 어두운 길에 가로등을 켜주는 것과 같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에너지는 충분한 신입 시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칭찬의 힘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수많은 길 중에 하나에 가로등이 켜졌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나는 힘차게 달릴 수 있었다.
후배들은 수많은 (그리고 아직은 어두운) 여러 가능성의 길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선배들은 크고 작은 칭찬으로 많은 가능성의 길에 빛을 켜줬으면 좋겠다. 대단한 발견도 필요 없다. 영혼 없는 가벼운 한마디라도 좋다. 그 말의 확대 해석(?)은 후배들에게 맡기시라.
48-49
에너지가 넘치기에 피드백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그 영향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에게 기왕이면 칭찬이 낫지 않을까 싶다. 단, 그 칭찬이 상대를 길들이려는 목적이 없는,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면 말이다.
(아이들에게 하는 칭찬이 자칫 아이의 가능성을 좁힐 수도 있다 하여 조심하다보니 직장인 대상 글에서도 그런 맥락을 배제할 수가 없는 걸 보니, 내 삶이 너무 한쪽 모드로 치우쳐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명확한 의사소통은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특히 힘이 있는 사람들이 발언할 때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두 종류의 ‘나’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회사에서의 나’, 또 하나는 ‘회사 밖에서의 나’. 출근 후 우리는 회사 밖에서의 나를 잊고 일을 시작한다. 빡센 업무 후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잠들어 버리기 바쁘고 주말엔 쉬기 바쁘다. 회사에서의 나는 죽어가고 회사 밖에서의 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회사의 탓도 있고 나의 탓도 있다. 시킨 일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덕분에 반쪽짜리 내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참 열심히 일한다. (중략)
우리가 가진 두 종류의 ‘나’는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며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푹 쉬었고 잘 놀았기에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열심히 일했기에 마음껏 놀고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덜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두 가지의 나 사이에서 적절한 밀당은 삶을 지탱할 근력을 만든다. 삶을 지탱할 근력은 결국 일을 오랫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정기적으로 어떤 나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62-163
직장에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보아온 내 경험이나 친구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열심히 일해본 자만이 할 수 있는 통찰이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내가 이 행위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한다면, 삶의 여러 측면에서 균형을 잡기가 조금 더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라 더 와닿았다.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말하지만, 저자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구나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 이 그림이 책의 표지로도 쓰였겠지...
자기 자리에서 무수한 질문과 고민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주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에필로그에 나온 저자의 말인 "답을 찾는 것보다 계속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온전한 내 두 발로 서고자 하는 마음으로" "내가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음에 깊이 공감한다.
(뱀발) 전반적인 직장 생활에 대한 내용이지만, 저자가 광고회사에 있으니 자연히 광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나처럼 생소한 이들을 위해 따로 설명을 달아주니 ‘CD, AD, CW, AE, PPM, 아삽’ 등의 뜻을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광고회사와 관련된 직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진로와 관련된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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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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