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view]
곰곰한곰곰
- 작성일
- 2024.3.3
깻잎 투쟁기
- 글쓴이
- 우춘희 저
교양인
오래간만에 다시 종이책을 읽고 그 과정을 기록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제일 먼저 남기고 싶었던 책이 바로 우춘희 선생님의 <깻잎 투쟁기> 다. 변호사가 되고 10년정도 이주민 관련 활동을 언저리에서 해오면서,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경향신문에 이주민과 관련한 칼럼을 써오면서 이런 저런 글과 책을 많이 읽었는데 처음 손에잡고 마지막까지 쉼없이 내달렸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 책에는 현실의 날 것이 생생히 담겨 있다.
아니, 생생한 현장 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담겨있다. 왜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살게 되는지, 왜 해가 바뀌어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는지,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옭아매는 법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합법적 신분을 유지하려면 노예의 삶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법이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 자유로운 삶을 살게되는 역설 등 단편적인 현실 뒤에 자리잡은 제도의 문제점과 인간의 욕망을 묵묵히 드러낸다. 현실의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수면위로 올려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과 1500일 이상 함께하면서 기록해 온 작가의 손과 발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왜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3년 넘게 월급을 주지 않고도 그 사람을 붙잡아 둘 수 있었을가? 그 동안 왜 이주노동자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을까? 왜 농촌에서는 깻잎을 키우게 되었을까? 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에 더 많이 노출될까? 왜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될까?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어떤 질문에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을 그대로 기록한다. 인간으로서 너무나 상식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침묵. 그 아찔한 침묵의 순간 를 지배하는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작가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성실한 자료와 논증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오해를 하나하나 바로잡는다. 국제기구의 권고, 각종 정부 통계자료, 현장 인터뷰 등 객관적인 자료들이 풍부하게 제시된다. 신문 기사로만 보았을 때는 가볍게 넘겼던 사례들도 작가의 추가적인 설명이 추가되면서는 다시 한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사건 하나 하나에 담겨있는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저자도 좋아한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나 역시 참 좋아하는 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 ‘방문객’
p.s 영광스럽게도 내가 쓴 칼럼의 내용 일부가 책(201페이지)에 소개되었다.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졸고인데, 소개가 되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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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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