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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언어
글쓴이
닉 채터 외 1명
웨일북
평균
별점8 (24)
tigermas

# 구약성경에 보면 언어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창세기의 유명한 바벨탑 이야기다. 사람들이 하늘에 닿게 탑을 쌓아 자만심이 생기자,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를 분화시켜 서로 못 알아듣게 해 공사를 중단시켰다는 이야기다. 결국 원래 하나였던 언어가 지금의 여러 개 언어로 분화되었다는 개념이다. 언어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발전되었을까? 원시인들은 처음부터 다른 부족사람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구약성경과는 반대로 되었을 것이다. 자기 부족사람들끼리만 알아듣던 좁은 지역의 언어가, 정벌하고 중앙집권화되면서 언어가 동질화되었을 것이다. 중남미 소규모 부족들의 다양했던 언어가 잉카의 확장으로 잉카어를 다들 쓰게 되었고, 스페인의 정벌로 인해 잉카와 마야를 비롯한 중남미 거의 전부가 스페인어로 통일되어 갔을 것이다. 이렇듯 언어의 이야기는 인류의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언어능력은 참으로 특별하다.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을 옆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역사와 종교, 과학을 후손에게 물려주며, 그로 인해 마을과 국가 단위로 협력을 증진시켜 사피엔스가 세계를 장악하게 만들었다.



 



# 이런 희소한 소규모의 언어를 군사에 이용한 독특한 사례도 소개된다.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시 윈드토커라는 암호명으로 불리는 연합군의 새로운 비밀무기다. 자신의 모국어를 해독불가능한 암호로 사용했던 나바호족 암호통신병, 그들이 바로 미군의 새로운 전략무기였다.(동명의 영화도 나왔었다.) 1968년 기밀 해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나바호 암호는 해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을 뿐 아니라 존재 자체도 비밀에 붙여졌다.



당시 솔로몬 제도 과달카날과 그 주변 섬 해역 등지에서 미국, 호주 그리고 현지 원주민 연합군과 일본 제국 사이에서 벌어진 소모전에서 이용되었던 암호체계였다. 알려진 국가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나바호족 인디언의 언어를 이용했다. 나바호어에는 군사용어에 해당하는 단어가 많지 않아서 암호통신병들이 익숙한 단어로 대체해 사용했다. 전함은 나바호에서 고래를 뜻하는 lo-tso, 잠수함은 쇠 물고기를 뜻하는 besh-lo, 구축함은 상어를 의미하는 ca-lo로 대체했다. 영어 철자를 기록하기 위한 단어는 암호 통신병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선별되었다. 알파벳 A는 도끼를 뜻하는 tsenill, 알파벳 B는 곰을 뜻하는 shush 알파벳C는 고양이를 뜻하는 moasi로 바꾸는 식이었다. 일본측에서는 나바호족만 사용하는 언어를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오늘은 전국에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획일적인 일기예보가 당연한, 좁은 데 사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생각해내기 힘든, 큰 나라만이 생각할 수 있는 언어적 암호체계다.



 



# 이 책에서 가장 큰 포인트는 언어는 일종의 제스처 게임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제스처게임처럼 언어는 그 순간순간에 고안되며 우리가 게임을 재개할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워진다. AI시대이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실제 의사소통을 흉내내기 어려운 것은 언어의 즉흥적인 독창성 때문이라고 한다. 언어는 특정한 개인의 눈부신 선견지명이나 계획의 산물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의사소통게임을 벌일 수 있는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이 빚어낸 결과다. 제스처게임이란 관점에서 보면 TV앞에 앉혀놓거나 오디오북을 듣게 하는 것만으로는 언어를 배우는데 효과적이지 않다.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게임이니,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비디오로부터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주고받는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만 새로운 단어와 언어를 잘 배울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직접 발화할 때 사용한 단어가 몇 개인지가 아니라, 대화에 참여해 얼마나 많은 말을 주고받았는지가 그들의 향후 언어능력을 예측하게 해준다. 우리가 어린아이들을 대화에 많이 끌어들일수록 뇌에는 확연한 변화가 일어나며, 물리적으로도 뇌의 브로카 영역이 강하게 활성된다.



 



# 침팬지와 인간의 언어발전 비교도 흥미롭다. 침팬지들은 서로 소통할 때조차 뭔가를 가리키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12개월 된 인간 아기는 흥미로운 장난감이나 음식, 동물을 끊임없이 가리킨다. 주변 어른들이 가리키는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다. 침팬지들은 협력적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침팬지의 세계관 속에는 어떤 사람의(아마도 다른 침팬지의) 행동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침팬지에게는 인간 언어의 근간을 이루는 의사소통 빙산의 숨겨진 부분이 상당 부분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유인원에게 인간의 언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려는 시도는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인간의 아기들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추동력은 상대방의 관심을 끌고, 외부세계의 상태를 묘사하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의사소통적 욕구에서 나온다. 다른 유인원들에게 세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경험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그들에게 협력적 목적을 지닌 언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미스터리에 불과하다.



 



# 주로 유전적으로 통제되는 다른 동물들의 비인간 의사소통 체계는 종 내부에서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을 억제하며, 그럼으로써 문화적 진화에 제동을 건다. 대조적으로 인간의 언어능력은 언어들 간에 또한 언어들 내부에서 문화적 진화의 명백한 특징인 다양성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 의사소통은 모든 종에 걸쳐 나타내는 보편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언어는 인간에게만 나타내는 고유한 특징이다. 우리에게 내재된 선천적인 소통의 욕구가 언어의 근본적인 유연성과 결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리차드 도킨스의 비유를 사용하자면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과 같아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강력하고 무작위적인 변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을 구축한다. 하지만 언어가 존재하는 덕분에 눈이 보이는 시계공들의 온전한 공동체는 인간의 문화를 점진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다. 언어만세!



어렵고 재미없는 주제를 재미있게 잘 쓴 책이다. 강추!



 



읽기 쉽게 썼는가?(재미있는가) ★★★★★



지식을 주었는가?(흥미로운가) ★★★★★



소장하고 싶은가?(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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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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