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리뷰

쿠니토리
- 작성일
- 2017.11.27
삼국지 조조전 1
- 글쓴이
- 왕샤오레이 저
다연
출장을 앞두고 이동시간 동안 무슨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 3권의 책을 골랐다. 끝까지 읽지 못했던 두 권의 책(고슴도치와 여우,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과 다시 읽어야겠단 생각이 든 삼국지였다.
삼국지는 이미 다양한 작가가 집필한 여러 버젼을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세가지를 꼽으라면, 내게 삼국지를 입문하게 해 준 방기환의 <대 삼국지>, 유비와 공명을 중심으로 그려진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마지막으로 조조를 중심으로 그려진 왕샤오레이의 <삼국지 조조전>이다. 작가에 따른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일지라도 독자의 관심과 감동의 방향은 달라지게 된다.
왕샤오레이의 <삼국지 조조전>은 제목 그대로 난세의 간웅이었던 조조 맹덕을 주인공으로 혼란했던 후한 말을 그리고 있다. 특히 다른 삼국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조조의 어린시절을 자세히 서술한다.
조조는 한나라 초기 승상을 지냈던 조참의 후예로(엄밀히 말하자면 아니지만) 대환관인 조등의 손자이자 대홍려 조승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 아비 조숭의 적이라 할 수 있는 하백구를 구해준 것이 들통나 낙양을 벗어나 고향 패국 초현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친척이자 올곧은 선비인 조윤의 아래에서 가르침을 받는다.
이 때 삼국지 내내 이름을 언급하게 될 하후돈, 하후연, 조인, 조홍 등의 인물들과 친분을 맺었으며,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수년의 시간이 흘러 성년이 될 무렵 명문가 규수와 혼례를 올리고 이른 나이에 첩실을 두게 된다.
고향에 머무르던 때, 토호의 잔치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인신매매 당하려던 가기를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첫번째 살인을 하게 된다.
조조는 어려서부터 유교적 학문보다 병법서에 관심이 많았으며 지략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에 능한 모습을 보였다. 낙양으로 돌아와 존경하는 스승이자 친구인 교현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관직에 임하는 자세를 배운다. 또한 원소, 원술, 허유, 왕준, 누규, 포신 등과 친분을 쌓아 인맥을 넓히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간다.
첫 관직으로 낙양북부위에 임명되자 오색곤봉을 마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범법자를 처벌한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환관 건석의 사숙을 매질로 죽이는가 하면 권세를 누리던 환관 조절의 동생을 탄핵시키기도 한다. 조조의 곧은 행실은 이내 회자되고 조조를 존경하는 이들도 생겼지만, 반대로 그에게 앙심을 품는 자들도 많아진다.
인물평에 능하다는 허소로부터 "그대는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이로다!"라는 평을 들었는데 이 말은 조조의 생애를 한 문장으로 드러낸 것처럼 느껴졌다.
조조가 낙양북부위로 근무하며 건석의 친척을 죽이고 환관 조절의 동생을 탄핵했는데, 그런일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조의 아비 조숭의 뇌물과 청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조의 행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조절의 농간으로 인해 낙양을 떠나 지방관으로 좌천된다.
삼국지가 늘 그렇듯 <삼국지 조조전> 또한 손에 잡으면 놓는 시간이 아까워지는 책이다. <삼국지 조조전>을 통해 조조의 어린시절과 친인척 관계를 선명히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조조가 난세를 평정할 수 있는 영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보게 됐다.
많은 삼국지에서 짤막하게 소개되거나 아예 누락된 에피소드를 읽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고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읽는 동안 삼국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느꼈다.
대표적으로 조숭을 예로 들자면, 조숭은 많은 삼국지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거나, 조조의 아비로 조등의 비호 아래 적당한 관직을 얻은 무능력자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삼국지 조조전>은 조숭의 정치력과 처세술을 자세히 서술함으로써 그의 인물 됨됨이를 짐작하게 해준다.
전 15권으로 구성된 왕샤오레이의 <삼국지 조조전> 1권은 조조의 유년기를 그리고 있으며 2권부터 본격적인 난세에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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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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