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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atlago11
- 작성일
- 2021.10.31
냥글냥글 책방
- 글쓴이
- 김화수 저
꿈의지도
고양이쌤은 내가 통영에 마음붙이고 살 수 있게 해주시고, 인간에 대한 혐오를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게 해주신 은인같은 분이시자, 내 삶에 둘째 고양이 금동이를 보내주심으로써 현재를 살고 현재를 사랑할 수 있게 해주신 귀한 분이시다. 그런 분이 쓰신 책이니 안 읽을 수가 없지!
철학 수업 시간에 캣테라스에 앉아 발 아래 우리를 내려보던 우란이 생각에 빵터지고, 또 그걸 풀어내는 선생님의 필력(글을 잘쓰는 사람은 많아도 빵 터지게 만드는 글을 쓰는건 정말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 생각한다)에 감탄하며 읽다가, 선생님 수업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선생님 품에서 잠든 채 고양이 별로 간 랏샤 생각에 펑펑 울었다가..
얼마 전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 고르면, 그 기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영원히 그 기억에 머물 수 있게 해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어떤 순간을 고를까 하고 생각해봤다. 인생 처음으로 해방감을 경험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 천국같았던 필리핀 어느 작은 섬 선베드에 누워있던 순간? 쿵스레덴 케브네카이세 산장 조금지난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잔 뒤 아침에 커피를 마셨던 순간? 다 아니었다. 딱 하나라면, 내 팔에 얼굴을 갖다대고 누운 청돌이와 내 발목에 얼굴을 걸치고 골골송을 부르며 잠든 금동이와 나른하게 낮잠자는 순간을 고를 것이다. 나는 그게 내가 고양이들을 많이 사랑하게 됐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고양이 뿐아니라 고양이와 함께하는 내 현재를 사랑하게 된 것임을 알았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행복을 미래로 유예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마음인데, 금동이와 청돌이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천국으로 가고싶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슬퍼진다. 금동이가 혹시 고양이쌤네 마당에서 엄마랑 한발이 오빠랑 뛰어다니던 그 기억을 선택하면 어쩌지, 하고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금동이는 이불 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으면 보드랍고 통통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움켜쥐고 턱을 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아무런 기대 없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선생님의 삶과 글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나의 지금을 되돌아보고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읽는 내내 많이 울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든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힘이 생겨났다.
철학 수업 시간에 캣테라스에 앉아 발 아래 우리를 내려보던 우란이 생각에 빵터지고, 또 그걸 풀어내는 선생님의 필력(글을 잘쓰는 사람은 많아도 빵 터지게 만드는 글을 쓰는건 정말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 생각한다)에 감탄하며 읽다가, 선생님 수업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선생님 품에서 잠든 채 고양이 별로 간 랏샤 생각에 펑펑 울었다가..
얼마 전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초기작 <원더풀 라이프>를 보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중간역 림보. 이곳에 7일간 머물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하나 고르면, 그 기억을 짧은 영화로 재현해 영원히 그 기억에 머물 수 있게 해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어떤 순간을 고를까 하고 생각해봤다. 인생 처음으로 해방감을 경험한 카미노 데 산티아고 프랑스길? 천국같았던 필리핀 어느 작은 섬 선베드에 누워있던 순간? 쿵스레덴 케브네카이세 산장 조금지난 곳에서 텐트를 치고 잔 뒤 아침에 커피를 마셨던 순간? 다 아니었다. 딱 하나라면, 내 팔에 얼굴을 갖다대고 누운 청돌이와 내 발목에 얼굴을 걸치고 골골송을 부르며 잠든 금동이와 나른하게 낮잠자는 순간을 고를 것이다. 나는 그게 내가 고양이들을 많이 사랑하게 됐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고양이 뿐아니라 고양이와 함께하는 내 현재를 사랑하게 된 것임을 알았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행복을 미래로 유예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마음인데, 금동이와 청돌이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천국으로 가고싶을까? 생각해보면 조금 슬퍼진다. 금동이가 혹시 고양이쌤네 마당에서 엄마랑 한발이 오빠랑 뛰어다니던 그 기억을 선택하면 어쩌지, 하고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진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금동이는 이불 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다. 이불 속으로 손을 넣으면 보드랍고 통통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움켜쥐고 턱을 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아무런 기대 없이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선생님의 삶과 글은 고양이와 함께하는 나의 지금을 되돌아보고 긍정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읽는 내내 많이 울기도 했지만 무슨 일이든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의 힘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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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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