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적임_ 리뷰

소요
- 작성일
- 2019.8.27
뜻밖의 계절
- 글쓴이
- 임하운 저
시공사
관계에 대한 독특한 시선과 뜻밖의 위로
25세 작가가 그려낸 새로운 감성의 한국 소설

20대가 써내려가는 '관계'에 대한 정말 독특한 시선.
저자의 나이에도 놀라고. 저자의 이력에 놀라고. 등장인물들의 나이 설정에도 놀라고.
20대가 10대를 통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싶어서 또 놀라고.
신선하고 독특하고 뭔가 묘한 감성이 느껴졌다.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더 이상 귀찮아지고 싶지 않았고,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울타리를 쳐야 했다. 내가 칠 수 있는 울타리란 이런 것이었다. 말할 필요가 없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그 대화가 가장 빠르게 끝날 말을 선택하는 것이다. (p.25)
되게 맘아픈 문장... 이렇듯 마음을 닫고 혼자 있는게 편한 열여덟의 반윤환. 이 친구를 중심으로-
세상의 시선폭력으로 세상에 없는 이하은. 왕따가 된 지나루,
지나루와 친했지만 어떤 계기로 등돌린 문제아 강은비.
모범생이지만 사연 많은 강별, 누군가에 대한 진심이 비뚤어진 엄친아 윤건.
전부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이다.
동일한 점이 있다면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 사연 속에 상처가 있다는 점이다.
상처받고 그 상처들이 가시가 되어 또 누군가에게 상처로 남기고..
그 상처는 또 칼날이 되어 내게 다시 오고...
무한 반복되는 이 패턴... 지긋지긋한 이 패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사람속에서 사람관계로 고통받는 우리들.
언제쯤이면 사람들 틈에서 괜찮아질까...
친구가 생기면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여는 열여덟 친구들의 이야기.
10대를 내세워 10대를 통해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또 서로에게 위로를 하고 있었다.
이 책 나에겐 꽤 신선한 시선이었다.
10대 친구들이 읽기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읽어봐도 좋을 것 같지만... 10대보다는... 조금 더 어른이가 읽으면 좋겠다..
여전히 관계에 서툰이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견디지 못하고 혼자이길 선택한 이들도.....
전체적으로 책 표지처럼 책 안의 빛이- '노을빛' 혹은 '비오는날빛'이었던 것 같다.
외로웠고 쓸쓸했고 안타까웠고 미웠다.
그런 감정들 속에 정말 뜻밖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돌출되어있지 않은 대화 속에 있는 위로들...
어쩌면 윤환이가 나보다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왜 늘 그렇게 차갑게만 얘기해?"
"그거 너한테 소중한 거야?"
"소중해."
"그런 거면 똑바로 지켜. 한번 잃어버린 건 돌아오지 않으니까." (p.123)
"애들은 좋게 말하면 늘 말을 안 듣는다니까. 네가 정말로 나루를 생각한다면 옆에서 없어져주는 게 맞지 않니? 네가 나루한테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다고 생각해?"
"뭘 해주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게 친구라고 생각해요."
아주머니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p.165) _ 나루 엄마와 윤환의 대화
"응.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순간 좋든 싫든 그 사람은 나라는 존재의 한 조각이 된다고 생각해. 그 한 조각이 엄청 클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을 수도 있어. 그 조각의 크기가 클수록 소중한 사람이겠지. 그 한 조각이 빠져나가면 공허해질 수밖에 없을 거야. 아마도 그 애는 너한테 상당히 큰 조각이었나 봐." (p.169)
"넌 어떡하고 싶은데?"
"다시 예전처럼 지내고 싶지."
"그럼 다가가야지."
"내가 그래도 될까?"
"네 마음이 그러고 싶다면." (p.198)

▲ (p.50)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면 모든 게 정해지잖아. 핸드폰 번호를 알게 되고, 문자를 주고받게 되고, 약속을 잡아 만나게 되고, (...)."

▲ (p.79)
나에게는 뚜렷한 가치관이 있었다. 그건 금이었다. (...)
이유는 간단했다. 나에게는 남의 것까지 챙길 능력이 없었다. 나 하나 살아가면서 버티는 것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려봤자 결국 상처받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 (p.272)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정이란 게 존재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내기 위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을 선택할 때도 있는 것이다.


각자의 상황과 상처를 끌어안고,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다는 작가.
받는 상처들이 익숙해지는게 아니라 마음이 굳어가는 것이라는 작가.
굳어가는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를 바란다는 작가. (p.278~279_작가의 말)
읽는 내내 밝은 기운은 없었다. 덮고나서도 여전히 마음이 가볍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 좋았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이해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작가님의 다음책이 기대된다. :D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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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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