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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글쓴이
스미노 요루 저
소미미디어
평균
별점8.3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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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읽고 나서 책장에 방치해둔 지 근 3년이 지났다. 다시 읽어보자고 마음먹은 건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잠시 버거운 현실을 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을 찾아보던 중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책장에 꽂혀있던 그 시간 동안, 울고 웃느라 바빴던 나는 책의 내용도, 결말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머릿속에 흐릿하게 남아있었다. ‘그냥 좀 슬픈 로맨스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라는 가벼운 마음과 별거없는 기대로 책의 첫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줄까지 꾹꾹 눌러읽으며 왜 이 소설을 그저 ‘로맨스’라는 장르에 국한되어있다고 생각했을까, 반성하며 내 마음속에 선명히 각인시켜놓았다. 책의 내용은 다소 뻔한 클리셰처럼 느껴질 수 있는, 10대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거치며 독자들마저 서서히 그 인물들과 교감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나는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인 사쿠라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며, 학급에서도 친구들과 잘 어우러지는, 소위 ‘인싸’라고 소개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녀와는 정반대로 같은 학급의 소년 하루키는 소설 속 세계에 매료되어있고, 타인과의 교류를 일체 하지 않으며, 외부세계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아싸‘ 범주에 속한다. 이렇게나 다른 두 인물은 당연하게도 접점이 없고, 그저 클래스메이트로서 서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루키가 사쿠라의 <공병문고>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사쿠라의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모르던 그녀의 투병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하루키.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오히려 하루키와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해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가는 사쿠라. 그렇게 둘의 찬란한 청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두 등장인물 중에 하루키와 더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다. 타인과의 교류 없이도 책만 있으면 책의 세계관 속에서 몇날며칠이고 머무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만은 소중하게 여기는 나와 달리, 하루키는 친구도, 연인도 곁에 없었다. 아무리 혼자서도 잘 지낸다지만, 결국 살다 보면 나의 성격, 가치관,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자기 자신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염려는 전혀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 마치 빛나는 별처럼 그녀, 사쿠라가 등장했다.
사실 사쿠라와 하루키가 함께 쌓는 추억들, 그리고 그 사이 점점 서로를 닮아가는 두 주인공을 보며 내심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10대, 그 시기를 가장 아름답게 묘사하는 단어인 ‘낭만’과 ‘청춘’, 어쩌면 난 두 사람의 낭만 가득한 청춘이 나의 그것과는 달리 빛나는 것 같아 서글퍼지기도 했으나, 그들의 세계에 대해 더 알게 될수록 부러움보단 흐뭇한 웃음을 짓는 나를 발견하고는, 그들의 청춘이 나의 마음속에도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인공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만큼, 인물들의 대사와 독백에서는 삶과 죽음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에게 오늘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그 가치를 매길 수 없을만큼의 가치를 지닐 수도, 전혀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치는 상대적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생각하는 하루의 가치는 정답이 아니다. 진실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의 가치는 누구나 똑같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정답만을 알 수 없는 우리는, 나중에서야 그 진실을 깨닫거나 혹은 영영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이 책은 조금 더, 선명하게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니… 다소 자극적이게 다가오는 이 책의 제목은,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면 한 마디로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을 담고 있다. 누군가를 향한 동경,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바람,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둘만이 할 수 있는 유머. 이뿐만 아니라 숨겨진 의미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의미를 책의 제목을 통해 알게 되는 그 날, 나 또한 한 층 더 성장해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겉보기에 그저 ‘로맨스’, ‘연애’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 두 주인공은 서로를 ‘연인’이라고도, ‘친구’라고도 정의내리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특별하고 복잡한, 애틋하고 동경을 담은 사이로서, 서로의 췌장을 먹고 싶다는 말로써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 그 한 줄로 표현하기 위해 그 둘이 쌓아온 수많은 추억과, 주고받은 대사와,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독자인 나는 그들의 청춘 속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운명은 없는 것일까, 사쿠라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운명으로. 세상에 그녀 없이 남겨진 하루키는,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자신의 삶의 한 켠에 그녀와의 찬란했던 청춘을, 사랑을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 결국 그는 사쿠라처럼, 그가 그토록 동경했던 그녀처럼, 조금 더 자신이 살아가는 그 세상에게, 그 속에서 살아가는 또다른 타인에게 관심을 주고 또 받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사쿠라가 세상을 떠나 무너진 하루키의 마음속 세상은 많이 상처받고, 또 쓰라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내기를, 그의 마음속에 그녀를 품고 또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10대의 청춘을 기록해나간다. 조금 어둡던, 밝게 빛나건 결국 각자가 선택해온 장면들이 쌓여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는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의 청춘은 강렬했고, 짧았으며, 빛났고, 쓰라렸다. 자신의 청춘이 어땠던 간에 결국은 살아가는 사람들, 제2의 삶을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사쿠라와 함께 살아가게 될 하루키, 그리고 생의 끝에서 여태껏 걸어온 길이 모두 청춘이었음을 깨닫게 될 나에게 하루하루를 잘은 아니더라도 꽤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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