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crystal
- 작성일
- 2010.4.1
댈러웨이 부인
- 글쓴이
- 버지니아 울프 저
열린책들
비슷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태어난 환경, 부모, 형제, 출생지, 재산의 정도, 생김새, 학력. 과정이야 얼마든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사람의 마음은 저마다 다르다.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것은 아니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열등감, 질투를 느끼는 순간은 다 다르다. 해지기전 내리는 봄비를 보는 나와 노년의 나이를 바라보는 한 여인의 마음이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인가.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사실주의적 소설 기법에 반대하여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소설 기법을 발전시킨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과 <3기니>만 읽어 보았던 나에게 이 소설은 V(버지니아)의 첫 번째 소설이었다.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면 굉장히 거창해 보이는 듯 하지만 괜시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등장인물의 생각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는 그와 함께 동화된다. 그가 나고, 내가 그다. 그리고 나면 굉장히 즐거워진다. 읽기 난해하고 답답한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봉해왔기 때문이다. 사실주의 기법에 넌덜머리가 나있던 차다. <공무도하>를 읽을 때 느껴지던 숨막힘과 세세한 감정을 누르던 돌덩이들이 사라진 듯하다. 물론 이런 소설도 질릴 때가 올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소설보다는 버지니아 울프에게 더 관심이 간다. 그녀 없이는 댈러웨이 부인도 없을 테니까.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버지니아 울프 뿐이다. '그녀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녀는 무슨책을 읽었을까? 나만큼 그녀도 슬펐을까?.' 어떻게든 그녀를 내 삶속에, 의식 속에 끼어넣으려 애쓴다. V는 이 사실을 알까. 모든 글과 생각이 V를 따라간다. 그녀의 문장을 읽을 때 희열을 느끼고 가슴이 저려옴을 느낀다. 희망이 생기다가도 어딘가 숨고 싶어지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버지니아 울프는 천재다. 천재란 무엇인가. 세상이 뭐라든 '나'를 드러내고 욕을 먹을 줄 아는것이 천재이리라. 용기가 없고,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쉬이 천재가 될 수 없다. 클라리사도, 셉티머스도, 피터와 샐리도, 버나드 쇼도, 미스킬먼도 모두 버지니아 울프다. 그리고 나다. 아니 모든 인간이다.
한 번 쯤은 꼭 타인의 생각 속에 나를 내던져봐야 한다. 그것이 내가 혼자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자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나는 살아간다. 살고있다. 이 순간이 중요한거다. 삶 자체를 사랑한다. V는 '삶'이 정말 소중해서 글을 쓴다. (그저 내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V와 함께 그녀의 마음 속을 걷는 것이 행복하다. 거기는 사랑도 있고 열정도 있다. 폭력의 아림과 두려움, 그리고 모든 것을 능가하는 용기도 있다. 계속 그녀와 동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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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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