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9월 리뷰

앤의 정원
- 작성일
- 2018.9.7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 글쓴이
- 무옌거 저
쌤앤파커스
몇달전 서점에 갔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두껍지도 않고, 첫 장을 읽어보니 내용도 쉬워서 그냥 그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꼭 다시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 두번째로 읽었다.
두번째 읽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내가 원래 뭘 잘 잊어버리는 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이 두고두고 읽을만한 책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
책의 주옥같은 내용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딱 이 책의 제목이다.
'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사실 나는 대외적으로는 '착하게'를 표방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착하게' 보다는 '단호하게' 쪽에 훨씬 더 가깝다.
밖에 나가서 나와 별 상관없는 이들에겐 늘 굽신거리고, 상냥하게 대하고,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참고 견디면서 집에만 오면 폭군까진 아니지만 엄근진으로 돌변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잘 대해주지 않으면 날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나치게 나를 낮추고, 피해를 입더라도 말을 삼켰다.
그러나 집안의 사람들, 그러니까 나와 피를 나눈 가족들은 다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족들은 내가 아무리 깽판을 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도 받아들인다.
가족이니까 그렇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정글과도 같은 사회 생활을 마치고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집에 돌아오면 본성이 튀어 나오면서 감정을 쏟아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에겐 감정의 쓰레기를 던져 주고, 당장 직장을 옮기면 얼굴조차 안 볼 사람들에겐 꽃다발을 안겨준 셈이 아니던가.
그 이후 나는 변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착하게' 라는 간판을 아예 내려 버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 자신의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에서는 물러나지 않기로 했다.
직장에서 내가 철통같이 사수하는 원칙은 '칼퇴근'이다.
사실 이것 외의 다른 일은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솔직히 나는 인복이 좀 있는 편인지라 직장에서 누가 날 심하게 괴롭히거나 궁지에 몰아넣는 일은 당해보지 않아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좀 더 챙기면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줄어들자 집에서 안 좋은 감정을 표출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요즘은 이것이 합이 맞아 잘 굴러간다.
사회 생활과 가정 생활, 양쪽의 톱니 바퀴가 잘 맞아 떨어지려면 무엇보다 나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아껴주라는 뜻이다.
저자는 생생한 사례를 들면서 남에게 호구가 된 상태에서 끌려다니다 지쳐버린 이들에게 해법을 제시해 준다.
시중에 이런 책들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작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가 다르다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인상깊은 페이지의 내용은 직접 필사도 하면서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나를 챙기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의 바탕에는 항상 '선'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나는 '중용'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이 중용을 유지하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사람이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때가 많은데, 내 생각에 세상의 모든 사단은 바로 이 중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인간 관계에서 지켜야 할 중용의 자세를 제시해준다.
타인에 대한 선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도 돌보는 것이다.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마흔이 넘도록 나도 계속 비슷한 주제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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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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