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4월 리뷰

앤의 정원
- 작성일
- 2012.4.11
스님의 주례사
- 글쓴이
- 법륜 저
휴(休)
기독교 신자긴 하지만 법륜 스님의 글을 참 좋아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조근조근 말씀하시는듯 편하고 푸근해진다.
불교 교리는 알듯 말듯, 완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기엔 심오한 구석이 있다.
그것을 법륜 스님은 알기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 주신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결혼을 앞둔 부부들을 위한 스님의 주례사이다.
아니, 직접 결혼도 안해보신 분이 웬 주례사 할지도 모르겠으나 역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문제를 보시는 것 같다.
오히려 결혼 8년차인 나보다 더 확실하게 핵심을 찌르셔서 뜨끔한 대목도 많았다.
가슴에 새겨 넣고 싶을 정도로 좋은 구절이 많고, 실제로 결혼을 앞둔 남녀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맘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너무 여자에게만 참아라, 수행하라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내가 여자라 그런 점이 더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읽으면서 그 부분이 걸려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했다.
만약 스님이 바로 내 눈앞에 계셔서 내가 이러저러해서 불편했어요 그런다면 특유의 언변으로 날 꼼짝 못하게 만드시겠지만 어쨌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전에 읽었던 '엄마 수업'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었는데 법륜 스님은 엄마로써, 아내로써 여자들에게 참으로 많은 수행을 요구하시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하면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지고 내 마음도 다스려지니 결과적으로 나한테 좋은 것이 되겠지만 웬지 '왜 여자만 그래야 하나?' 라는 삐딱선을 타지 않을 수 없다.
남편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와도, 폭력을 행사해도, 심지어는 바람을 피워도 남편에게 참회하고 내가 변하라고 하시니 나같은 보통 사람은 읽기만 해도 부아가 난다.
역시 아직 마음 수행이 덜 되어 그런 것인가.
자녀 교육에 관한 부분도 조금 언급되었는데 자식의 잘못을 거의 전부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도 좀 언짢았다.
물론 직접 키우는 엄마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건 알겠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아빠의 육아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인데 엄마의 역할만 너무 크게 강조를 하시고, 아빠는 엄마가 자식한테 잘 해주도록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니 좀 어이가 없다.
스님 말씀이 전부 틀린건 아니지만 내 의견과 상충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스님처럼 허허 웃으면서 세상 만사를 물 흐르듯이 흘려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조금 실망도 되고,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저나 스님은 남자들에겐 왜 수행하고 참으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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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