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10월 리뷰

앤의 정원
- 작성일
- 2012.10.24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 글쓴이
- 발렌틴 투른 외 1명
에코리브르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만 해도 엄청난 양이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충동적으로 구매해놓고 냉장고에 쳐박아 둔 채 유통기한이 지나고, 문드러지고 곰팡이가 피어서 바로 쓰레기통에 들어간 수많은 음식들..
내 돈 주고 내가 사서 내가 버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수도 있겠으나 이 책을 읽으면 차마 그런 뻔뻔한 소리를 하진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다 먹지 못해 내버리는데 왜 지구상의 반대편에선 하루에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가 라는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처음엔 '쓰레기 맛을 봐' 라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으나 음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책으로도 제작되었고 이 책은 영화와 책을 합친 하이브리드적 성격을 띤다.
우리는 도대체 왜 음식을 이렇게 내버리는 것일까?
영화 제작자와 기자인 저자들은 음식이 생산되는 단계에서부터 포장, 운반, 마트에 진열되어 판매되는 순간까지 수많은 음식들이 버려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경제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같은 경우엔 제대로 된 포장과 저장 시설이 없어 음식물이 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선 규정에 맞지 않은 음식의 경우 아예 소비자들에게 팔 수가 없고, 마트에 진열된 음식들은 유통기한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들어온 음식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쓰레기통을 뒤져 그 음식들로 만찬을 차린 대목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나도 음식을 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멀쩡한 음식들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건 정말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 버리는 음식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겠으나 가격이나 기타 다른 여러 정황상 대부분의 마트에선 이런 것을 꺼린다.
심지어 쓰레기도 마트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대로 가져가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버려지는 음식들도 문제지만 농업 연료를 생산해 내기 위한 곡물의 소비도 문제가 되긴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처음 안 사실, 환경에 좋다고 생각한 바이오 연료(콩이나 옥수수 등으로 연료를 만드는 것)는 사람들이 먹을 곡물을 빼앗는 것이고, 연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물을 생각하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재래식 연료에 비해 연소가가 낮으니 동일한 효율을 얻으려면 더 많이 태워야 하고 이것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바이오 연료 100리터를 만들 곡물이면 한 사람이 1년동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양이라니 기가 막혔다.
이런 문제는 개인이나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국제기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속이 터질듯한 답답함을 약간 풀어주는 해결책은 책의 뒤편에 나온다.
국제기구는 국제기구대로 할 일이 있으니 그들은 내버려 두고, 음식물의 낭비를 막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곡물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구입하기, 육류를 적게 먹기, 적게 버리기 등의 방법이 제시되었고, 대량 사육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의식있는 소비, 양대신 품질, 원산지 정보 확인, 패스트푸드 멀리하기 등의 해법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식품 낭비를 막기 위해선 자주 조금씩 구입하기, 지역 제품 및 계절 제품 구입하기, 유통기한이 있으나 대부분의 제품은 이 기간보다 더 오래 간다는 기준을 두고 음식을 섭취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내가 가는 마트에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을 반값에 파는 매대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네덜란드의 어떤 마트에선 유통기한이 이틀남은 음식은 그냥 가져가도 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지금까지 유통기한이 긴 음식들만 찾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폐기될 음식들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퍼져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 구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되어 음식을 거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마트에서 음식 재료를 고를 때, 모양이 이쁘고 상태가 좋은 것만 찾았었는데 나와 같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이 크기가 작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약간의 흠집이 난 음식 재료들을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살기 위해, 또는 삶을 즐기기 위해 먹는 음식, 내가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음식물의 낭비는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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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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