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잔인한 영화 중 한 편.
아내는 암에 걸려있고, 남편은 3류 개그맨... 어느 아내나 그렇듯, 정연(이영애)은 작은 아기용품점을 하고 있는 평범한 아내이다. 용기(이정재)는 항상 뜨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3류 개그맨. 아내는 이미 자신이 암에 걸려있고, 오래 살 수 없다는 걸 알고있다. 남편을 위해 선물을 사들고 PD나 PD부인들을 찾아다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냉대뿐이다. 남편도 열심히는 하고 있으나 그리 변변치 않고... 우연히 남편은 아내가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아내가 말할 때까지 내색하진 못한다. 아내가 말하지 않는 이유...남편은 항상 웃음을 주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상황을 말할 수 없다는 거...아내의 마지막 길…아내는 방청석에, 남편은 무대에서 개그연기를 하고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음과 눈물을 머금고 세상을 뜬다.
영화는 너무나 신파적이고 통속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절대 모든 것을 지나치진 않는다. 권해효의 코믹해 보이는 역할은 결코 영화를 거스르지 않으며, 영화 초중반에 걸쳐 바가지를 긁어 대는 이영애의 역할 역시 나중의 슬픈 결말에 대해 슬픔을 더 하고자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약간 오버할 수도 있는 그런 식의 연기는 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러 뛰어다니는 이정재의 모습도 여타 남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 통속적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걸작을 탄생시켜 놓았다. 다만, 영화 마지막 부분에 이정재가 눈물을 흘리며 개그하는 모습을, 이영애가 마지막으로 죽어가며 보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 대해 너무나도 잔인한 연출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이영애의 생애 최고의 선물은 남편이었다는 거, 죽어가면서 남편에게 남겨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웃음을 주는 일도 슬픔을 알아야 한다는 이영애의 편지 독백은 너무나 큰 여운을 안겨준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이미 secret garden의 last present라는 곡을 알고 있었다. 들을 때 느낌은 참 이상한 곡이란 생각을 했었다. 기쁘면서 슬프다는 느낌... 영화를 보니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흔한 주제이나, 절제된 대사와 연기, 모든 부분 부분을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놓은 감독의 연출력이 음악과 더불어 묵직하고 슬픈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