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폐소공포적 소설에서 이를 벗어나게 하는 몇몇 소설이 있는데,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 바로 카프카의 '돌연한 출발'이다.

 

어쩌면 우리가 갇힌자, 즉 수인으로서 살고 있는지 모르는데, 카프카는 소설로 이것을 아주 잘 고발해주고 있으며, 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 역시 수인이 보여주는 병리적 특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인이라는 수인은 카프카의 수준을 넘어서 자유에 침을 뱉는(폴라니), 자발적으로 복종을 욕망하는(라이히) 상황에 오히려 안주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서, 이러한 출발조차 꿈꾸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제와 생존의 시스템에 '완벽히' 포위된 현대인의 실상, 마치 태생적으로 공무원이었던 것처럼 도서관에서 자신의 젊을을 완전히 소진시키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출발과 거절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기어이 신자유주의 시스템 안에서 수인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최종적으로 '선고'하고 마는 것이다.

 

외부가 없는 삶! 철저한 수인의 삶! 그러나 안전한 삶. 예고 없는 외부의 우연적 침입에 너무나 취약한 생기없는 삶.

 

쇼생크 탈출에서 중간에 갑자기 가석방되는 한 노인의 운명을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젊은 사람들의 삶.

 

그 사람들에게 카프카는 여전히 울림이 있는 교훈을 선사한다.

 

비교하는 의미에서 '돌연한 출발'이라는 소설의 두 출판사의 판본을 소개한다.

 

위의 것은 '솔'출판, 아래 것은 '문예'출판!

 

지금은 돌연한 출발이 필요할 때!

 

 

카프카, ｢돌연한 출발｣, 솔 출판사

나는 말을 마구간에서 끌어 내오도록 명령했다. 하인은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멀리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대문에서 그가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물었다. “주인 나리, 말을 타고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하고 나는 말했다.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다만 여기를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를 떠나는 거야, 그래야만 나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네.” “그렇다면 나리께서는 목적지를 알고 계신단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하지 않았는가. ‘여기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나의 목적지일세.” “나리께서는 어떤 예비 식량도 갖고 있지 않으신 데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따위 것은 필요 없다네.” 내가 말했다. “여행이 워낙 긴 터라 도중에 무얼 얻지 못한다면, 나는 필경 굶어 죽고 말 것이네. 예비 식량도 날 구할 수는 없을 걸세.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 여행이야말로 정말 엄청난 여행이라는 것이네.

카프카, ｢출발｣, 문예출판사

나는 마구간에서 내 말을 끌어오라고 명했다. 하인은 내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직접 마구간으로 가서 내 말에 안장을 채우고 말 등에 올라탔다. 먼 곳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다. 하인에게 그 트럼펫 소리가 왜 울리는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하인은 이유는커녕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입구에서 하인은 나를 잠시 가로막으며 “주인님,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 다만 이곳을 떠나려는 것이다. 이곳을 떠나려는 것이란 말이다. 영원히 이곳을 떠나려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어.”

하인이 물었다.

“그러니까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고 계시는 군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여기를 떠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