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아라의 소설
글쓴이
정세랑 저
안온북스
평균
별점9.1 (47)
송이




한동안 이렇다하게 재미있던 책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나온 정세랑 작가님의 신작 <아라의 소설>.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메모해두어, 오늘은 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밤, 최초의 미사일을 따라 솟아오른 다른 미사일들처럼 고발과 폭로가 사방에서 이어졌다.



(p. 68)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p. 69)




<M>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최초의 미사일을 따라 솟아오른 다른 미사일들이라는 표현이 마치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되던 시기에 연이어 드러나던 고발과 폭로들을 연상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과 소설이었다.



 






실험실을 나설 때 이집트에서 온 교환학생에게 내 소중한 한 평 반짜리 수수밭을 부탁했다(며칠 지나자 내가 계속 지켜볼 때보다 오히려 때깔이 나았다. 역시 문명의 발상지에서 온 이집트인의 농사 실력이 한층 나은 건지도 몰랐다). 10년 후에 다가올 식량난보다 당장의 이별이 더 아픈 문제였다.

(p. 82)





나는 교양있거나 감각있는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책임감만큼은 확실한데, 여자친구는 왜 이런 자질을 몰라봐주었을까 섭섭할 정도였다

(p. 92)





휴, 나란 남자, 어떻게 귀신까지 실망시킨 걸까.



(p. 95)





어느 날, 그 애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올랐고,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가서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월계수가 가득한 방에서. 브론즈 폐가 빛나는 방에서. 비록 우리가 쓰는 언어가 다르다 하더라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제대로 봐왔다고, 언제나까지나 제대로 봐줄 거라고.

(p. 104-105)




<즐거운 수컷의 즐거운 미술관> 



아, 정말 재밌게 읽은 단편이었다.



귀신과 미술관, 과학자와 예술가라는 조합도 귀여웠고 분위기가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을 표현한 글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말풍선을 공지사항처럼 머리 옆에 띄우고 싶었다. 실은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고 미안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럴 수 없기에 세상은 오해로 가득했다.



(p. 138-139)





“저는 사실 불안해서 말의 여백을 못 견디는 거예요.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어색한 시간이 이어지면 초조해하고 못 견디는 이상한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집에 가면 늘 후회해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혹 웃기려다가 무신경하진 않았나, 다른 사람이 말 할 차례를 빼앗진 않았나.”

“안 그래요.”

“언니는 진짜 중요한 말만 적절하게 하잖아요. 물론 그게 면접에서 유리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몇 겹의 필터를 우아하게 빠져나오는 말들 쪽이 좋아요. 전 전혀 못하겠지만.”

(p. 143-144)




 <스위치>



많이 공감하며 읽었던 글이다.



스스로를 광대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 할 만큼 남들과 대화하다보면 공백을 못 견디고 상대를 웃기게 해야겠다는 강박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곤 하는데, 이 글을 읽으며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망하는 이유는 천만 가지인 것 같아요. 망하지 않은 문명들의 공통점이라면 알 것 같지만요.”

“뭔데요?”

보조 채집가가 드디어 경험자의 지혜를 한 조각 얻는 건가 싶어 기뻐하며 다가섰다.

“운과…… 우주를 견딜 수 있는 몸.”

“아.”

(p. 153-154)





“고작 두 다리로 걸었다니, 얼마나 척추에 안 좋았겠어요?”

“더 일찍 망하지 않은 게 놀랍네요.”

(p. 161)




 <채집 기간>



눈썹이 너무 신경쓰인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



너무 귀여운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소설.



읽으며 내내 제주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식초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블러디메리도 썩 좋아하지 않는데도 제주 감귤 식초로 블러디 메리를 해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매력이 이런걸까. 



 






두 권 다 거의 달았다. 단 맛이 났다. 좋은 책에서는 단맛이 난다고 현정은 평소에 생각했었다.



(p. 204-205)





로알드 달의 책은 <마틸다>였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책의 말미에 로알드 달이 자주 했던 말이 적혀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절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것 중 최고의 자질이다. 용기나, 관대함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더.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p. 207)





어떻게 봐도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을 무너뜨렸는데, 알라딘 쪽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 다행이었다.



(p. 211)




<현정>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



합정의 지하 서점이래서 교보문고 합정점인 줄 알았는데 후기를 읽어보니 알라딘 청탁이었다.



내가 지진이 나서 서점 서가 아래 혼자 살아남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게 되었다. 너무 무섭기도 하고…



나도 현정처럼 이렇게 마음껏 아무 방해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어쩌면 독서하기에는 무엇보다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라도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또 인사드릴 때까지 기쁜 우연들만 만나시길 바랍니다.



2022년 8월 정세랑




역시 정세랑 작가님. 



십여년간 여기저기서 청탁받아 쓴 글들인데도 어느정도 분위기가 이어져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솔직히 전시 청탁 작품들 같은 경우 완전 이해가 되지 않은 작품들도 더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다 읽고 나니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만함이 마음 가득한 기분이 들었다. 



요즈음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소설들이었다.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04.26

댓글 2

  1. 대표사진

    능이

    작성일
    2022. 10. 21.

  2. 대표사진

    송이

    작성일
    2022. 11. 29.

    @능이

송이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12.2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2.28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12.28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2.28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10.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10.7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4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