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읽는 시간

서천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0.4.4
淸明
- 杜牧(두목)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청명에 비가 어지럽게 흩뿌리니
길 가는 나그네 마음 처량해지누나
목동에게 주막이 어디 있는지 물으니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 대체로 해석이 비슷비슷한데, 승(2행)의 ‘욕단혼(欲斷魂)’에 대한 해석은 사람에 따라 엇갈렸다. ‘단혼’은 넋이 끊길 정도로 애통함을 뜻하는 말인데, 나는 ‘마음 처량해짐’ 으로 풀어봤다.
♣ 두목(杜牧, 803년~852년) : 중국 당나라 후기의 관리이자 시인. 경조부(京兆府) 만년현(萬年縣, 지금의 산시성 시안시) 사람으로 자는 목지(牧之), 호는 번천(樊川)이다. 당나라 중기의 시인 두보(杜甫, 712년~770년)와 작품의 풍이 비슷하며, 노두(老杜) 두보와 구별하기 위해 소두(小杜)라고도 부르며, 동시대의 시인 이상은(李商隱, 812년~858년경)과 함께 「만당(당나라 후기)의 이두(李杜)」로 불리는 시인이다.
♣♣ 나대로 시 읽기
날씨 기사를 보다가 오늘이 청명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절기는 농경 시대의 산물로 농사와 밀접한 것이다 보니 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절기에 둔감해진 지 오래다. 청명이 어떤 날인가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위의 시를 만나게 되었다.
장면이 확 눈앞에 그려졌다. 농사에 관한 건 모르지만 청명 무렵이면 살구꽃이 환한 봄날이리라. 그 살구꽃이 마을에만 피지는 않았으리라. 나그네가 정처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그네는 우장(雨裝)도 없는데 비가 내리자 쉴곳이 필요했으리라. 그뿐인가? 비로 인해 길가의 살구꽃 잎이 떨어지는 걸 보니(비에 꽃잎이 떨어질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처량해지기까지 했으리라. 그래 잠시 쉬어도 갈 겸 요기든 술이든 하고 싶어졌을 것이다. 마침 주변에 있는 목동에게 주막을 물으니 저 멀리에 있다며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킨다. 내가 떠올려본 광경이다.
비 내리는 봄날의 살구꽃 핀 마을의 풍경은 아름다운 동시에 쓸쓸하기도 하다.
나는 이렇듯 가슴에 와닿는 풍류가 있는 시가 좋다.
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요즈음 시 가운데는 읽고 또 읽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 시들이, 마치 그들만의 지적 유희 같은 시들이 많은 것 같아 유감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