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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파르키아
  1. 백년을 엿보다-경향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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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시청률이 44.9%(TNmS 조사 기준)까지 치솟았다. 요즘에는 드라마가 이처럼 회차별 최고 시청률 40%, 평균 시청률 30%를 넘으면 ‘빅 히트작’으로 기록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MBC <선덕여왕>이나 SBS <찬란한 유산>도 최고 시청률은 40%대였고, 평균 시청률 은 30%대였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저녁 7시30분이 되면 ‘전국의 부엌에 밥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고 할 정도로 시청률이 높았던 <여로>는 TV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정도 시청률로는 히트작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 역대 회차별 시청률 톱5로 꼽히는 <첫사랑>(KBS) <사랑이 뭐길래>(MBC) <허준>(MBC) <모래시계>(SBS) <젊은이의 양지>(KBS)는 모두 최고 시청률이 60%를 넘었다. 역대 평균 시청률 상위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뭐길래>가 평균시청률 59.6%라는 경이적 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아들과 딸> <허준> <첫사랑> <모래시계> <대장금>(MBC) 등은 평균 45%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인기 드라마의 ‘원조’는 1970~71년 TBC에서 방영된 <아씨>라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공식 시청률 조사가 없었지만 <아씨>가 방송되는 시간대에는 거리가 텅 빌 정도로 이 드라마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심지어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문단속을 잘해 도둑을 조심하고 수도꼭지가 꼭 잠겼는지 점검한 뒤 프로그램을 시청해달라’는 스포트(짤막한 광고)가 나올 정도였고,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2편의 영화가 제작되고 주제가는 대중의 애창곡이 되었다. <아씨>는 지체 높은 양반 가문으로 시집온 아씨(김희준)가 남편의 외도와 무관심 속에서도 희생과 인내로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내조한다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아씨>의 뒤를 이은 ‘메가 히트작’은 KBS의 <여로>였다. 가난한 집안의 착하고 예쁜 처녀(태현실)가 부잣집에 팔려와 바보 남편 영구(장욱제)와 살아가는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방송사가 추산한 당시 시청률은 70%대였다고 한다. 아이들 사이에선 “땍띠(색시)야, 밥 줘” 하는 영구 흉내를 내는 게 유행이 됐고, 영구가 아내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선 온 국민이 눈물바다를 이뤘다. <여로>는 갔어도 ‘영구’라는 캐릭터는 살아남아, 90년대에 코미디언 심형래씨가 영구를 재연하기도 했다.

<아씨>와 <여로>의 성공 이후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홈드라마와 멜로드라마가 70~80년대 드라마의 대종을 이뤘다. <새엄마> <신부일기> <결혼행진곡> <청실홍실> <후회합니다> <청춘의 덫> <달동네>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시청자인 여성들이 변하면서 순종, 인내, 헌신, 희생하던 여주인공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79년 선보인 <청춘의 덫>이 대표적 사례다. 이 드라마에는 연인에게 배신당한 여성이 복수를 시도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내용이 등장했다. 결국 미혼모라는 ‘부적합한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로 이 작품은 조기종영되고 만다. 작가 김수현은 정확히 20년 후인 99년 <청춘의 덫>을 리메이크해 성공시킨다. 리메이크작에서 심은하가 독기 서린 표정으로 내뱉는 대사 “부숴버릴 거야”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대사로 꼽힌다.

92년 박진숙의 <아들과 딸>은 이란성 쌍둥이 후남과 귀남을 주인공으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정면도전해 화제를 모았고 2005년 <내 이름은 김삼순>은 뚱뚱하지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물론 드라마가 진화만 거듭한 것은 아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별은 내 가슴에> <파리의 연인> 등은 ‘신데렐라 내러티브’에 의존했고 <아내의 유혹>과 <수상한 삼형제>는 ‘욕하며 보는 드라마’라는 평을 들으며 ‘막장 드라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50~6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메가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TV 시청 외에 다른 여가활동이 늘었다는 점과 지상파 방송 외에 케이블TV, IPTV, 인터넷다시보기 등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화됐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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