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9.17
모음 ‘ㅔ’로 써야 하는데 ‘ㅐ’로 잘못 쓰는 말에는 ‘째째하다’도 있습니다. “너무 적거나 하찮아서 시시하고 신통치 않다” 또는 “사람이 잘고 인색하다”라는 의미의 말로 ‘째째하다’를 쓰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째째한’ 따위로 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째째하다’는 어느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입니다. 바른말로는 ‘쩨쩨하다’가 올라 있습니다.
‘쩨쩨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쫀쫀하다’라는 말도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쫀쫀하다’는 사투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쫀쫀하다(=존존하다)’는 아주 건강한 바른말입니다.
더욱이 본래의 뜻은 “피륙의 발 따위가 잘고 곱다”라는, 아주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즉 예전에는 “천의 짜임새가 고르고 고운 모양을 가리키는 말”로, “이 여학생은 뜨개질을 참 쫀쫀하게 잘한다” 따위처럼 쓰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런 의미는 거의 사라진 채 “소갈머리가 좁고, 인색하며 치사하다”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륙을 촘촘하게 짜듯이 아주 작은 일까지 세세히 신경 써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죠.
‘쩨쩨하다’나 ‘쫀쫀하다’와 비슷한 뜻으로 ‘쪼잔하다’도 널리 쓰입니다.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쪼잔한 존재들의 슬픔만이 자욱하다”(조선일보) “이 땅에 목숨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쪼잔한 것들을 안쓰러움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문화일보) 등의 예에서 보듯이 ‘쪼잔하다’는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쪼잔하다’는 ‘쫀쫀하다’와 달리 바른말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말은 올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은 ‘쪼잔하다’ 대신 ‘조잔하다’는 말을 올려놓으면서 “사람의 마음 쓰는 폭이 좁다”라는 의미를 달았습니다. ‘쪼잔하다’든 ‘조잔하다’든, 이런 말이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알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뜻을 잘 설명해 놓고는 뚱딴지처럼 ‘전남지방의 사투리’라는 족쇄를 채워 놓았습니다.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사람들이 널리 쓰는 말에 왜 사투리라는 족쇄를 채워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만 풀어주면 ‘조잔하다’는 물론 ‘쪼잔하다’도 함께 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째째하다’는 ‘쩨쩨하다’로 써야 하고, ‘쫀쫀하다’는 바른말이지만, 쪼잔하다’는 사투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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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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