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8.9.22
그렇게 된 말에는 ‘무소’라는 것도 있습니다. 공지영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 나오는 그 ‘무소’ 말입니다.
그러면 ‘무소’는 대체 어떤 소일까요?
글자꼴만 봐서는 얼핏 ‘물소’가 아닐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무소’는 ‘코뿔소’를 일컫는 말입니다.
‘무소’는 ‘믈+쇼’ → ‘므쇼’ → ‘무소’의 변천 과정을 거쳐 온 말로, ‘ㄹ’이 탈락하기는 했지만 ‘물[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물[水]’은 ‘묻'에서 변천한 말입니다.
한자로도 무소는 ‘서우(犀牛)’라 하고, 물소는 ‘수우(水牛)’라고 합니다.
소 얘기가 나온 김에 ‘황소’라는 말도 짚어 봅니다. 적지 않은 사람이 ‘황소’를 “털빛이 누런 소”로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사전 풀이를 보면 “털빛이 누런 소”를 ‘황소’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전들이 ‘황소=황우(黃牛)’로도 풀이해 놓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황소’의 ‘황’은 본래 ‘누르 황(黃)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에서의 ‘황’은 “크다”는 의미의 ‘한’에서 온 것입니다.
“한쪽의 날개 길이가 66㎝ 정도이고 백로와 비슷하나 훨씬 더 크며, 다리와 부리가 길다. 몸빛은 ‘흰빛’이고 날개깃․어깨깃․부리는 검정이며, 눈언저리는 붉은빛인 새”의 이름을 아시죠? 바로 ‘황새’ 말입니다.
이 흰빛의 황새도 ‘한(大)+새(鳥)’에서 온 순 우리말입니다. 황소 역시 ‘한(大)+쇼(牛)’로 이뤄진 말로 “큰 수소”를 뜻하는 말입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도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배기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고, ‘누렇지 않은 황소’가 등장합니다.
자. 오늘 얘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솟과의 포유동물로 몸의 길이는 2미터이고 어깨의 높이는 1.8미터 정도이며, 회색 또는 잿빛을 띤 흑색이고 활 모양의 검고 긴 뿔이 있으며, 인도․미얀마․타이․필리핀․중국․대만 등지에서 운반용․경작용 가축으로 기르는 소”는 ‘물소’이고, 우리가 아는 “코뿔소”는 ‘무소’입니다.
그리고 ‘황소’는 “누런 소”를 가리키는 말로도 의미가 확장됐지만, 원래는 “커다란 수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