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 차례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회사에서 일을 하다 가장 곤란을 겪는 경우는 ‘남들은 다 그렇게 쓰는 말인데, 사전에는 그런 뜻의 말이 없어 사전대로 고쳐야 할지를 놓고 고민할 때’입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저는 대개 사전을 무시(?)합니다. 아니, 언중의 말을 좇아갑니다. ‘표준어의 결정자는 그 말을 쓰는 언중’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전이라는 것이 대부분 20～30년 만에 한 번씩 증보되는 까닭에 ‘지금 표준어라도 사전에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 예 가운데 하나가 ‘방방 뛰다’라는 표현입니다. 여러분은 화가 날 때면 곧잘 ‘방방’ 뛰죠? 물론 저도 화가 나면 ‘방방’ 뜁니다.

그러나 우리말 ‘방방’에는 “잇달아 공중으로 뛰는 모양”이라는 의미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방방 뛰다’라고 하면 그냥 “허공으로 연달아 몸을 솟구치다”라는 뜻밖에는 안 됩니다.

물론 ‘뛰다’에 “대단한 기세를 나타내다”라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이때는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라거나 “펄펄 뛰며 화를 냈다” 따위처럼, 앞에 ‘펄펄’ ‘팔팔’ ‘펄쩍’ ‘팔짝’ 등의 말과 함께 ‘화를 내다’ ‘아니라고 말하다’ 같은 표현을 덧대 ‘어떤 기세’인지를 나타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그 말을 들은 민용이는 방방 뛰었다” 따위 표현에는 보통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반대로 아주 기뻐하다는 의미로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라면, 위 문장 속의 ‘방방’은 ‘방발하며’가 돼야 합니다. ‘방발(放發)’은 “제멋대로 함” “총이나 포 따위를 쏨” “몹시 성을 냄” “제멋대로 흩어져 나감” 등의 뜻을 가진 한자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그렇게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 여러분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뻔합니다. 개미 하품하는 소리 한다고 하실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방방 뛰다’를 ‘방발하며 뛰다’라고 쓸 생각은 없습니다.

따라서 사전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방’에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양”이라는 뜻을 더해 놓거나, ‘뛰다’에 “‘방방’과 어울려 아주 기뻐하거나 무척 화가 난 기세를 나타내다”라는 의미를 부연해 놓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방방 뛰다’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무척 많이 쓰는 ‘철푸덕 앉다’ 또는 ‘털푸덕 앉다’라는 표현에서 ‘철푸덕’이나 ‘털푸덕’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옅은 물이나 진창을 거칠게 밟거나 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힘없이 넘어지거나 주저앉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뜻하는 말은 ‘철퍼덕’입니다.

“손이나 물건 따위의 넓적한 면으로 옅은 물 따위를 거칠게 치는 소리” “아무렇게나 주저앉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을 일컫는 말은 ‘털퍼덕’이고요.

둘 다 ‘푸’가 아니고 ‘퍼’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