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달이
  1. 저자의 우리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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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표준어로 알고 있는 말 중에는 참 이상한 것이 더러 있습니다.


 



“무당이 하는 굿의 하나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이나 살 따위를 푸는 것”을 일컫는 말 ‘푸닥거리’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말에서 ‘거리’는 우선 “(명사 뒤에 붙거나 어미 ‘-을’ 뒤에 쓰여)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하는 말로 국거리, 논문거리, 반찬거리, 비웃음거리, 일거리, 이야깃거리, 마실 거리 좀 내오너라, 이 주제는 충분히 토의할 거리가 된다, 농한기라서 일할 거리가 적다 따위로 쓰입니다.




또 “‘비하’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나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동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떼거리, 패거리, 짓거리, 이틀거리, 하루거리, 달거리, 해거리 등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들 쓰임새를 보면, ‘푸닥거리’가 바른말이 되기 위해서는 ‘푸닥’이라는 명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푸닥’은 북한에서 “새나 물고기가 날개와 꼬리를 힘차게 치는 소리”를 뜻하는 부사로 사용될 뿐, 어느 사전에도 명사로 올라 있지 않은 말입니다.




결국 ‘푸닥거리’는 ‘푸닥+거리’의 구조를 지닌 말이 아닙니다. 어원이 불분명한 것이죠. 이런 말은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한글맞춤법의 대원칙입니다.




푸닥거리’가 아니라 ‘푸다꺼리’로 써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쓸 수 있는 충분한 근거도 있습니다.




“뒤에서 일을 보살펴서 도와주는 일”을 뜻하는 말로, 여러분이 흔히 ‘뒤치닥거리’로 잘못 쓰는 말 있죠? 그것이 표준어가 바로 ‘뒤치다꺼리’입니다. ‘뒤치닥’이라는 명사가 없으니, 그 원형을 밝히지 않고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뒤치닥거리’가 아니라 ‘뒤치다꺼리’가 바른말이므로, ‘푸닥거리’ 역시 ‘푸다꺼리’로 표준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바른 글자꼴을 정하는 원칙은 이랬다저랬다 하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제 생각일 뿐이고, 아직까지 사전들은 ‘푸닥거리’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뒤치다꺼리’를 ‘뒤치닥거리’로 잘못 쓰지도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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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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