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웃이 또다시 질문을 보내 왔습니다. 아주 단순한 내용인데, 무척 답답해하시더군요. 여러분 중에도 그럴 분이 계실 듯해 띄어쓰기 비법에 올려놓습니다.

첫 질문은 “음악 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에서 ‘하다’는 왜 띄어 써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하다’는 품사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동사’이고, 다른 하나는 명사 뒤에 붙어 동사와 형용사를 만드는 ‘접사’입니다.

‘빨래’에 ‘하다’가 붙은 ‘빨래하다’ ‘노래’에 ‘하다’가 붙은 ‘노래하다’ 따위가 후자의 경우로, 이런 ‘하다’는 꼭 붙여 써야 합니다. ‘접사’이니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동사나 형용사는 반드시 사전에 오르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 즉 동사로 쓰인 하다는 띄어 써야 합니다. “어떤 직업이나 분야에 종사하거나 사업체 따위를 경영하다”를 뜻하는 ‘하다’ 역시 앞의 명사와 띄어 써야 합니다.

‘음악하다’가 하나의 동사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피아노하다’ ‘회사하다’ ‘가게하다’ ‘선생하다’ ‘음식점하다’는 따위는 무척 어색할 겁니다. 이런 말은 당연히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습니다.

둘째 질문은 “‘그 아이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말썽꾸러기였다’는 표현에서 ‘뿐’을 왜 붙여 쓰는 것”이냐는 얘기였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뿐’의 품사 역시 의존명사와 조사, 두 가지입니다.

그중 의존명사인 ‘뿐’은 ㄹ을 지닌 관형형 뒤에 오는 ‘뿐’과 ‘-다 뿐이지’로 쓰이는 ‘뿐’입니다.

즉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이네” “그는 웃고만 있을 뿐이다” “모두들 구경만 할 뿐 누구 하나 거드는 이가 없었다” “학생들은 약간 기가 질려서 눈만 말똥거릴 뿐 대뜸 반응은 없다” “이름이 나지 않았다 뿐이지 참 성실한 사람이다” 등의 ‘뿐’은 띄어 씁니다.

그러나 이 밖의 ‘뿐’은 무조건 붙여 씁니다.

“이제 믿을 것은 오직 실력뿐이다” “우리 민족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가진 것은 이것뿐이다” “그는 가족들에게뿐만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했다” 등처럼요.

이때의 ‘뿐’은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보조사”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질문은 “‘어릴망정’을 ‘어릴 망정’처럼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쓰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물의 답은 이렇습니다.

대부분 ‘ㄹ' 뒤에 오는 말은 띄어 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ㄹ거나’(지금 잘거나) ‘ㄹ걸’(말이나 해 볼걸) ‘ㄹ까말까’(할까말까 망설이다) ‘ㄹ라치면’(일을 할라치면 꼭 방해한다) ‘ㄹ망정’(몸은 떠날망정 마음은 두고 간다) ‘ㄹ뿐더러’(새 일꾼이 일도 잘할뿐더러 성격도 좋다) ‘ㄹ수록’(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ㄹ지언정’(가난하게 살지언정 비국하게 굴지는 마라) 등은 ㄹ을 포함해 하나의 어미입니다. 그러므로 ㄹ과 뒤의 말을 절대 띄어 쓸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