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우리말 칼럼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4.22
다른 분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더러 잘못 쓴 우리말 오용 사례가 눈에 띕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많이 틀리는 말은 ‘끄적이다’일 듯싶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블로그에도 “글 따위를 아무렇게나 쓰다”라는 의미로 ‘끄적이다’이다 ‘끄적끄적’으로 써 놓은 목록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끄적이다’나 ‘끄적끄적’은 바른말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끄적이다’와 ‘끄적끄적’의 바른말이 ‘끼적이다’와 ‘끼적끼적’임을 밝혀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끼적이다’와 ‘끼적끼적’도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이 말은 “글씨나 그림 따위를 아무렇게나 자꾸 쓰거나 그리다”라는 뜻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의 내용과 관련한 말이 아니라 글씨 자체에 대한 말로, 일종의 낙서를 의미합니다.
“(내용 면에서) 되는 대로 글이나 그림 따위를 자꾸 마구 쓰거나 그리다”를 의미하려면 ‘긁적거리다(긁적대다, 긁적이다)’를 써야 합니다.
옛날 사전들은 ‘긁적거리다’를 “손톱이나 뾰족한 기구 따위로 바닥이나 거죽을 자꾸 문지르다” 또는 “기분이나 감정 따위를 자꾸 건드려 자극하다”라는 뜻의 말로만 다루었습니다. “글이나 그림 따위를 자꾸 마구 쓰거나 그리다”라는 뜻의 말로는 쓸 수 없도록 한 것이죠.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사전도 그렇게 다루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이 “그는 하얀 종이 위에 생각이 나는 대로 글을 긁적거려 보았다” “대원은 잠시 심문을 그치고 펜으로 무언가를 종이 위에 긁적거렸다” 등의 예문과 함께 “글이나 그림 따위를 자꾸 마구 쓰거나 그리다”는 의미로 ‘긁적거리다’를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끄적거리다’ 못지않게 널리 쓰이는 ‘끌적거리다’는 여전히 모든 사전이 바른말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끄적거리다’는 ‘끼적거리다’가 바른말이지만, ‘끼적거리다’는 글씨 자체에 대한 말이고, 글의 내용에 대한 얘기라면 ‘긁적거리다’를 써야 합니다.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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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