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헷갈리기 쉬운 말

우달이
- 공개여부
- 작성일
- 2009.4.26
“40여 일간에 걸친 ‘장자연 수사’는 결국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경찰의 단속이 요란스레 변죽만 친 꼴이 되었다.”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변죽 울리다’나 ‘변죽 치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말입니다. 주로 “바로 집어 말을 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 하다”나 “어떤 사실의 핵심을 파고들지 않고 곁가지들을 다루다” 등의 의미로 쓰죠.
이때의 ‘변죽’은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를 뜻합니다. 즉 ‘변죽을 울리다’의 직접적 의미는 “그릇의 가장자리를 때려서 그릇의 복판이 울리게 하다”이고, 그 안에 담긴 속뜻은 “상대가 어느 정도 눈치 채게 하다”라는 것입니다.
‘변죽을 치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화살이 과녁의 변죽을 맞고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중심이 울리는 것을 뜻하니까요.
그런데요. 이 변죽을
“제 아내는 저보다 변죽이 더 좋아요.”
“워낙 변죽이 좋아 한화 선수들을 보자마자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이라고 불러 노장이 많은 한화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세드릭이다”
따위처럼 ‘변죽이 좋다’ 꼴로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변죽이 좋다’는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그릇이나 세간, 과녁 따위의 가장자리가 좋다”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변죽이 좋다’는 ‘반죽이 좋다’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됩니다.
우리말 ‘반죽’은 “가루에 물을 부어 이겨 갬. 또는 그렇게 한 것”을 뜻하기도 하지만, “뻔뻔스럽거나 비위가 좋아 주어진 상황에 잘 적응하는 성미”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반죽이 좋다’라고 하면 “노여움이나 부끄러움을 타지 아니하다”라는 뜻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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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